건축이 말을 거네 21

도시의 강

by 능선오름


건축이 말을 거네 21



외국에 많이 가보진 못했지만 대학원 연구실에서 이런저런 수업과 리포트 논문 준비로 간접적으로 외국의 도시들을 접하다 보면 부러운 게 있다.


그들 또한 여러 가지 사연이 있었고 과정이 있었겠지만,

그리고 잘된 표본을 보게 되는 거라 그들에게도 문제 많은 공간들이 있겠지만,

일단 그 나라의 수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 도로 연결망이나 대중의 접근성이 꽤 잘되어있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도 그에 못지않게 짧은 역사치곤 발달 하여 있긴 하다.

어지간한 시내 중심은 모두 지하철과 버스와 택시로 충분히 접근성이 좋고,

빠른 이동도 가능하니 나쁘다고 할 순 없다.

그런데 이게 좀 전반적인 도시계획과 무관하게 점층적으로 발달한 모양새다 보니 뒤죽박죽이긴 하다.


자주 가본 홍콩도 비슷해서,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역으로 이동을 하다 보면 엉뚱하게,

도로 하나만 건넜으면 될 장소를 굳이 지하철로 이동하는 때도 있었다.

이렇게 짧은 구간을 굳이 지하에 역을 하나 더 만들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전철역이 어떤 경우에는 정말 띄엄띄엄 있어서 역을 나와서도 한참을 가야 하는 때도 있고,

반대로 전철역이 너무 촘촘해서 지상으로 오 분 정도만 걸어도 될 구간에 굳이 전철역 사가 있는 경우들도 있었다.


물론 최초 계획단계에서 유동인구나 주변 인프라 등등 수많은 고려사항이 있었겠지.

그러나 어떤 곳 전철역을 가보면 늘 텅텅 비어있는 휑뎅그래한 곳이 있고,

어떤 곳은 늘 붐비는데 좁아터져서 허걱 하는 곳이 있으니 역시나 미래 수요의 추측이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까.



스위스에 출장 갔을 때 가장 좋았던 점은 어지간한 취리히에서 어지간한 동네를 이동할 땐 대부분 트램으로 쉽게 해결되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

복잡하게 오르락 내리락도 없고, 그저 슬슬 걸어서 지상에서 탈 수 있는 데다 트램이 지나가는 노선에서 스위스 도시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장점.

물론 거기도 늘 오가는 현지인들에겐 그리 감흥이 없을 일이겠지만 적어도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없이 평지에서 오르고 내리고,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건 최고의 강점이었다.


일본의 전철은 아마도 우리나라 초창기에 일본의 전철 시스템을 참고해서 그랬겠지만, 우리와 크게 다르진 않다.

대신 국철이 아닌 사철이 많고 철도망이 정말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데다가 이리저리 얽혀있어서 정신이 없다.

‘심플’하진 않은 대신에 잘 알면 선택권이 많다고 할까.



수도 서울의 가장 맹점은 대개의 도로가 동서 편으로 길게 연결된 형상이라,

늘 남북 방향의 종단도로는 횡단하는 동서 편 도로들을 가로지르거나 다리로 건너거나 하는 방식이 된다는 점이다.

수도의 중앙을 한강이 가로지르는 형태라 어쩔 순 없겠지만,


그런 형태의 도로를 구성하니까 늘 동서 쪽 도로로 이동하는 게 편하고,

남북 종단도로는 조금 슬럼화 된 골목길 같은 느낌이 있다.

그건 강남지역으로 이동해도 비슷한데,

그 또한 한강으로 인해 만들어진 횡단 도로들의 발달 때문일 것이다.



종단도로들이 단지 횡단 도로에 닿기 위한 연결 도로의 역할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횡단 도로 사이사이에 조성된 지역들의 소도로 들도 그런 형식이 되기 좋다.

그래서 보통 종단도로 주변에는 활발하게 조성된 거리가 드물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형상이다.

횡단 도로들은 대부분 크게 확장이 되어있어서 주행속도는 종단에 비해 좋은 편이나.

전철들도 횡단 도로 위주로 편성이 되어있다 보니 종단 축 전철역에 내리면 매우 한산하고 유동인구도 적은 길을 걸어야 하는 점이 생기곤 한다.


횡단 도로는 교통 편의를 위해 넓게만 조성이 되어있어서 거의 ‘강’ 수준이다.

이건 특히 강남 쪽이 심한데, 도로 폭이 넓다 보니 상권도 주거권도 대개 횡단 도로의 남북으로 제한되는 모양새가 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사람이란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종종걸음으로 넓디넓은 도로를 건너가며 뭔가 하기엔 불편한 게 사실이니까.


도로들이 바둑판처럼 촘촘하게 얽혀있고, 종단이든 횡단이든 일정 구간들은 지하화를 하던가 했더라면 좀 더 유기적인 도로의 흐름이 생기지 않았을까.

그 위에 조성된 주택가나 상업 구역들도 좀 더 넓은 권역으로부터 유입되는 사람들을 받기가 좋았을 것이고.

도로가 저리 넓게 길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중심지역에서 대형 몰 형태의 건물만 사람이 북적이게 되는 게 현실이다.

아무래도 주차도 편하고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도 쉬우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대자본을 가지고 몰을 조성한 쪽만 유리하고,

골목 소상권 같은 건 불리하게 만들어진 도시구조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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