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도시공학을 배우지 못한 입장에서 내가 보는 관점이란 일반 비전공자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건축학을 전공했다 보니 다른 나라의 경우들을 주마간산 격으로 훑은 경험이 있을 것이고,
걷거나 자동차로 도시를 지나가며 느끼며 보는 것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는 차이일 것이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그게 더 보통의 시민들 관점에 가까울 거라는 생각은 한다.
건축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치밀한 연구 끝에 완성이 되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시민에게 불편을 주거나 어색하다면 그건 실패 아닌가.
서울역 광장 건너편에 남대문시장에서 만리재를 잇던 서울역 고가가 철거되고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의 보행공원 형식으로 탈바꿈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이 공원의 타당성을 말한 걸로 알지만,
처음, 이 계획 시안을 보았을 때 학부에서 배운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심 한 복판이라는 게 그렇고. 공중에 떠 있는 도로에 공원을 조성한 것도 그렇고.
그러나 두 가지 내용을 뺀 나머지 부분은 내 관점으로는 두 공원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 보인다.
서울로 7017은 기존의 고가도로 위에 공원을 조성했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는 기존의 철도고가 위에 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서 동쪽 리옹역 방향으로 400여 m 떨어진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가로수 산책길)는 1980년대 중반에 버려진 철도 고가를 재생한 것이니 하이라인 파크의 원조 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도시의 중심부에 설치된 것으로 보면 서울로 7017은 뉴욕의 것을 따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규모가 뉴욕보다 작고, 애초 뉴욕의 철길은 기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구조가 크고 넓으니 조건이 다르긴 하다.
게다가 하이라인 파크는 주변의 고층 건물들과 어우러지며 드나드는 융통성이 있는 반면에 서울로 7017은 작심하고 올라가서 내려오는,
보행통로의 개념보다 공원의 개념이 크고 올라가서 보이는 대부분이 서울역 광장과 주변 도로라는 게 좀 아쉽다.
기존 구조물을 재생시켜 사용하는 방법이라 어쩔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서울로 7017뿐 아니라,
연남로를 비롯하여 과거의 폐쇄된 철길 주변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들이 꽤 있었고 호평을 받았다.
주변 주민들 처지에서도 건물 이면에 부랑자들이 드나들고 쓰레기가 나뒹굴던 공간이 활발하게 변모하고 깨끗하게 정비된 것은 좋은 일이고,
그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솟아오른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서울로 7017은 주변에 연결된 건물이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그런 문제점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공원.
그것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공원인데 좀 규모와 디자인이 약하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든다.
때때로 도심 주택가나 빌딩 숲 사이로 조성된 공원 같은 것들이 거의 방치되어 슬럼화 되어 있는 곳을 본다.
일단 시민들이 보행 용도로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곳이라 그럴 것이고,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갈 정도의 매력은 없는 곳이라 더 그럴 것이다.
별로 부동산 관점에서 가치가 없는 시유지나 공유지인데 모호한 용도의 공간이 남았을 때,
그곳에 포장 바닥을 깔고 화단을 조성하고 운동기구나 아동용 놀이기구 몇 개 꽂아놓으면 그만인데,
그런 공원들이 활성화되기는 어렵고 주변 주민들도 꺼리는 곳이 되기에 십상이다.
그것이 공중 고가 공원이건 동네 구석 어딘가의 공원이건 공공을 위한 장소는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야 한다.
그게 전철역이건 버스 정류장이건 아니면 다른 대형 건물이건 뭐라도 연결이 되고 그 장소를 사람들이 지나칠 수 있는 곳이라야 공공성도 있고 보안 문제도 해결된다.
많은 사람의 시선이 지나는 곳이라야 안전성이 높아지니까.
기본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자가용이 아니라면 접근도 불가능할 뚝 떨어진 곳에 조성된 공원을 가끔 신도시에서 마주칠 때가 있는데 헛웃음이 나온다.
대체 이건 누구를 위한 공공 공원인가 하는 생각에.
결국, 그 공원을 조성하고 유지관리하는 비용은 모두 시민의 세금일 텐데.
황당한 어떤 대선 출마자의 말마따나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을 마구잡이로 쓰는 게 문제다.
아래의 사진들은 주로 강남권에 있는 일반 아파트에 부속된 산책로들이다.
당연히 값비싼 분양가에 녹여진 조경 비용이겠지만,
같은 돈으로도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