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말을 거네 23

지방 분산

by 능선오름

건축이 말을 거네 23



유럽이나 미대륙이나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야 하는 반응은 대개 세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고층 건물이 어마 무시하게 많다는 것.

두 번째는 수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강이 무척 넓다는 것.

세 번째가 수도 도심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산이 너무나 가깝다는 것이다.

물론 수많은 국가의 수도별로 각기 다른 차이가 존재하므로 일부 외국인들의 시선을 일반화하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일부 수긍되는 부분들도 있다.

국토가 좁은데 인구 집중률이 높다 보니 도심으로 집중이 커지고,

그에 따라 수직으로 발달한 건물들이 많아지며 주거 형식도 대개 아파트식으로 수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겠다.

많은 국가의 수도들. 특히 역사가 긴 수도일수록 대개 수도에 강이 지나간다.

인간이 모이기 위한 필수조건 중의 하나인 식수원 문제 때문이다.

다수의 국가가 그러하고 고대 문명의 발달도 큰 강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니 그것도 당연한 지리적 부산물이라 하겠다.

산이 가깝다는 것도 국토의 많은 면적이 산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도심에서 삼십 분 거리에 등산할만한 산이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하니 그건 또 특별한 상황일 수 있다.


가까운 홍콩만 가도 좁은 공간에 수많은 인구가 모여있으니 마천루 거리가 안 생길 수 없는 조건이다.

유서 깊은 유럽의 수도권도 대개 구도심이 아닌 신도시는 빌딩으로 이뤄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민의 대다수는 수도에 태어난 게 아니라면 평생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높은 빌딩이 모인 대도시에 살지 않는다고 하니 이 또한 부러운 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국토의 균형 발전이 이뤄졌다는 말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수도에 대한 집착이 높다.

현대에 와서는 모든 국가 행정 및 교육과 산업의 중심지가 모두 서울에 모여있으므로 더더욱 그렇다.

강남권을 선호하는 많은 사람에게 이유를 물으면,

주변 인프라가 워낙 좋으니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많다.

실제로 강남권에서 병원을 가거나 은행을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맛집을 가는 게 다른 지역에 비해 수월한 편이니 그러하고,

결과론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높은 순위의 대학들에 진학한 학생들이 강남권 비율이 상당히 높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강남의 집값은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도 크게 변화는 없어 보인다.

장기적으론 어떨까.


몇 년 전 진주에 일 때문에 내려가 본 적이 있었다.

당시 진주 외곽에 있던 KTX 역사를 나오자마자 깜짝 놀란 건 역사 앞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님에게 물으니 정부 기관과 공기업이 그쪽으로 내려와서 그렇다고 말을 했다.

정부 차원에서 지방 분산정책의 하나로 기관과 공기업을 내려보냈는데,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와서 살게 되면 당연히 인구도 늘고 세입도 늘어갈 거니 진주시가 활성화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그들이 거주할 수요가 늘어나니 신축 아파트를 짓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기사님의 말은 그 아파트들이 거의 미분양 상태라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정부기관이 서울에 있다가 내려오고 공기업이 내려와도,

그곳으로 아예 이사하는 사람들은 드물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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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혼자 내려와서 생활하고, 주말이면 KTX 상행선은 일찌감치 매진되어 역사 앞에 서울로 운행하는 관광버스들이 장사진을 친다는 말.

지방 분산정책에 힘입어 진주 외곽에 신도시가 조성되었고,

그곳에 지방에 보기 힘들던 아웃렛 같은 대형 건물들이 들어섰다고 했는데 가보니 사람은 드물고 빌딩들의 주변인도 보도블록에는 잡초가 무성했었다.

신도시라는 것이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인프라 구축된 상태에서 신도시가 생기는 경우가 드무니 지금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뒤져봐도 ‘진주 혁신도시’에 대한 기사가 드물고,

인구통계를 봐도 2011년 대비 거의 변화가 없는 걸 보면 큰 발전은 없어 보인다.

지방을 활성화하고 수도권 중심이 아니라 지방 분산을 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느낀다.

서울이 아니어도 뭔가 낙후되었다는 느낌이 없고 정주성이 좋아지고,

향후 직업을 구하거나 하는 문제들도 좋다면 굳이 수도권을 고집하진 않을 텐데, 건축보다 정치적으로 선결될 문제들이 워낙 많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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