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말을 거네 24

구조가 문제 네

by 능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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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련한 일을 하다 보면 늘 느끼는 한계가 있다.

어느 업종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건축업종,

그중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프로젝트들에서 더 큰 벽을 느낀다.

건축과가 4년제에서 5년제 수업으로 바뀐 지 좀 되었다.

외국대학과의 학부 프로그램과 맞추기 위해서라고도 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다행히? 나에겐 해당이 안 된 사항이었지만.


사실 건축업종은 타 업종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물론 그 어떤 산업도 재해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건축은 비교적 큰 프로젝트가 많고 공공시설물도 많아서 거기서 발생하는 재난의 범위와 크기가 남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하므로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더 심도 깊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의사들과 법조인처럼 타인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는 직종일수록 공부해야 하는 기간이 기니까.

다만 건축을 5년 전공하고 나온다고 해서 타 직종에 비하여 급여가 높거나 근무조건이 좋은 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오랜 기간 작은 보수와 열악한 환경에서 수련을 거쳐 전문의가 되고 법조인이 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사회적 인정과 경제력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건축은 극히 드물다.


어떤 면에서 과거에도 그러했고 건축을 전문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개 남들 쉴 때 잘 때 일해야 하고 당연히 거칠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게 당연시되었으니 말이다.

구조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그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이나 비용 집행을 하는 책임자들은 대개 일반 경영 전공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물론 법적으로도 그렇고 건축 전문가들이 감리를 맡고 프로젝트 진행에 많은 관여를 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비전문가들이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그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어떤 책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실적’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건축’을 이용하는 것이다.

규모가 크면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 프로젝트에 관련된 책임부서들은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고 프로젝트 기간을 줄이려고 사력을 다한다.

그래야만 실적과 공로를 인정받고 승진도 할 테니까.


그런데 건축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결과물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리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시간과 필요한 재료와 인력이 있다.

비용을 줄이고 기간을 줄이면 그 모든 게 다 부족한 상태로 진행된다.

발주를 받아 일을 하는 건축업체가 발주처를 이길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뭔가 무너지고, 앞으로 몇 년 안 가서 분명히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진행하는 경우들도 있다.

단지 그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몇 년후에 다른 위치로 가있을 테니 책임감 따윈 없다.

이런 문제들을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있어서 산업재해에 대한 법률을 강화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하여는 건설업 대표까지 구속하겠다는 강력한 법을 발효했다.

그런데 이건 구조의 문제라서 건설업 대표만 압력을 가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그 법안에 발주처 대표도 일정 부분 처벌 대상에 넣어야 옳다.


발주처는 일방적인 네고와 공기 단축을 미친 듯 종용하는데,

공사를 수주한 공사업체는 손해를 감수하고 위험을 다 짊어지고 일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니까.

우리나라 산업 전반적 부분이 그렇지만 건설 관련 업종은 너무나 방대한데, 관련 법률은 현실에 맞지 않거나 케케묵은 방식들이 만연한다.

시험도 그렇고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법규도 많다.

그래서 이젠 건설현장에 젊은이가 거의 없다.

모두가 기피하는 직군이 되었는데 앞으로 미래에는 누가 과연 그들이 살 집을 짓고 도시를 건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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