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라때는 말이야 23

너만의 세계

by 능선오름

23.


딸아.

네가 가끔 아빠에게 칭찬과 리액션이 부족하다고 투덜거리지.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

아빤 네게 칭찬보단 잔소리가 많은 편이라는 것도.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아빠도 긍정하는 편이야.

한데, 유독 네게 칭찬이 부족하다고 네가 생각한다면 그건 아빠가 좀 문제가 있는 것일 테지.

아직 실제 나이 여덟 살에 불과한 네가 동시를 쓰고,

동화를 쓰고, 작곡하고 작사까지 해서 주변에서 칭찬을 받는 것.

아빠로 당연히 너의 아빠로 뿌듯하고 우리 딸이 천재 아닌가 착각을 할 때도 있어.

그렇지만 아빠는 네가 주변의 칭찬으로 인해서 스스로 자만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


아빠도 어릴 적에 꽤 칭찬을 받았었거든.

학교 글짓기 대회나 백일장에 나가면 늘 상을 받았고,

전국 미술 공모전에서 특선을 한 적도 있었는데 당시에 아무런 사교육도 없었던 시절임을 생각하면 꽤 칭찬받을만한 일이긴 했지.

그러나 그렇게 다방면으로 칭찬을 받고 꽤 인정을 받는 상황들이 거듭되면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타고난 재능으로 뭔가 이루어진다고 착각하게 되거든.

과한 칭찬에 노출이 되다 보면 정말로 내가 더 노력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고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거야.

그런 상황에서는 무엇이든 꾸준히 정석을 밟아서 기초부터 배운다는 의미가 없어져.

그래서 기초적인 걸 배우지도 않고 어영부영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버리게 되는 거야.


하지만 모든 배움은 때가 있고,

그때 제대로 배우고 쌓아 올리지 않으면 더 발전되기 어려워.

그야말로 어설픈 아마추어 상태로 굳어버리는 거지.

재능이란 건 분명 있어,

유전자로 내려져서, 배우지 않아도 쉽게 특정 분야에서 재능이 나타나곤 하지.

그런데 그 재능도 수많은 단련과 연습을 거치지 않곤 제대로 펼쳐지지 않아.

그저 안 배웠는데 뭘 잘한다, 정도의 취미생활로 끝나는 거란다.


세상에서 특정한 분야의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재능보다도 더 큰 노력과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이야.

그게 아니어도 자신의 재능을 깨달았지만,

거기에 재미를 붙여 미친 듯 그 분야에 몰두한 아이들이 훗날에 성공을 거두곤 하는 거지.

그런데 그런 기다림과 지루한 배움의 과정이 없이 어정쩡한 재능만으로 주변의 칭찬을 듣는 것만으로 재미를 붙였던 사람은 나중에 그 분야의 영원한 아웃사이더 이자 비전문가로 남는 거야.

단지 ‘라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말을 숱하게 남기는 ‘꼰대’가 되고 마는 거란다.


보통 특정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분야들에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어정쩡한 노력으로 비교적 그 과정의 절차를 밟아 성장했다고 해도,

그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만족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끼는 걸 많이 보진 못했다.

아빠가 아는 나름대로 재능이 있고 나름 알려진 사람들도 그래.

본인의 노력이 모자랐다는 생각보다는 운이 안 맞고 때가 안 맞고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게 더 많지.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야.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미술에 특출한 재능이 있었고 주변에서 그걸 알아줬고,

다행히 뒷받침되어서 무난하게 그 계통의 학교를 나오고 이럭저럭 전시회도 하고 이럭저럭 무순 대회에서 수상도 몇 번 하고…….

그러고도 묻혀서 잊힌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단다.

왜냐면 사람은 많고 수요는 늘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지.

나 정도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 재능이 가리키는 나침반대로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수만 명이 나온다는 걸 생각해야 해.

그중에 때가 맞고 운이 잘 맞는 사람들이 소위 ‘성공’이란 타이틀을 움켜쥐는 것도 사실이고.

그걸 유지하는 것만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전에도 하던 이야기지만 타인들의 평가와 인정으로 네가 행복해지긴 어려워.

순간적으로는 행복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너는 너의 세계에서 너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해.

안타깝게도 그건 부모도 찾아줄 수 없는 길이란다.

어떤 부분에서는 아빠도 가지 못하고 이르지 못한 길을 내게 말하는 것이라,

장담은 못 해.

그저 주변과 아빠의 일생을 돌아보며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할 뿐이지.


남과 다른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성장한 사람들이 나중에 같은 재능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집단에 모이게 되었을 때 받는 충격을 나는 알아.

내가 자라면서 주변에서 제법 인정을 받으며 칭찬을 받으며 살아왔었는데,

정작 그 집단에 가보니 나와 같거나 나보다 더 재주와 재능이 좋은 사람들이 무수한 거야,

그때는 실망을 넘어 절망할 수 있거든.

하지만 케케묵은 문장 하나가 정답에 가깝다는 건 아빠가 장담할 수 있어.


‘ 재능은 노력을 이길 수 없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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