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심야식당

심야 식당 17

치킨 은 치킨이다

by 능선오름


이상한 걸 자주 시켜서 좀 밉상 노릇을 하던 그 커플이 다시 나타난 건,

새벽 한시쯤이 지난 시간이었어.


또 무슨 일로 다투었는지 둘이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서로 말도 않고 맥주만 시켜서 마시더군.

아니 이 인간들이.

여긴 술집이 아닌 명색이 식당인데 밥을 시켜야지 맥주만 마실 거면 맥줏집 가면 되잖아.

둘이 서로 흘낏 노려보다 맥주 한 컵 마시고. 그러다 다시 홱 하고 고개 돌리고.


주변에 단골손님들도 이 익숙한 화상커플들의 사랑싸움은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시큰둥했어.

그러다 역시나 그 사내 녀석이 내게 먹을 걸로 시비를 걸더군.


- 사장님. 여긴 후라이드 치킨 되죠?


- 네? 치킨 요? 그건 요 옆 골목 가면 치킨 집 있는데 굳이....


- 에이~ 사장님. 여긴 뭐 뭐든 대충 된다면서요. 왜, 안되세요?


그 녀석이 시비 붙이듯 말을 걸자 역시나 아가씨가 사내의 팔꿈치를 잡아당기고,

사내 녀석은 ‘아 왜~ 말하기 싫다며’ 하면서 뿌리치고 그러는 거야.

뭐 이딴 연놈들이 있지.

굳이 내 가게를 와서 사랑다툼을 하고, 그걸로 나한테 시비를 걸고 하는 거야.

음.... 한 대 후려칠까 생각도 들었어.


하지만 뭐, 그렇게 진상을 부리면 나도 가끔 안 하던 음식 한번 만들어 보는 재미도 있으니까.

난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어.


- 뭐 프랜차이즈 치킨처럼은 못해요.

그냥 내 방식대로 대충. 닭볶음탕용으로 토막 난 닭이 마침 있으니 그거라도 해 드릴까?


- 네, 네. 역시 사장님은 뭐든 다 된다니까요, 하하


일단 닭다리와 토막 난 고기에 칼집을 좀 넣었어.

이때 칼집은 좀 깊게 넣어 주는 게 좋아. 그래야 속살이 잘 익게 되니까.

그리고 우유에 삼십 분 정도 담가 놓지.

그러면 고기가 많이 부드러워 지거든.

잡내가 없어지는 건 덤이야.


그다음에 달걀과 우유를 밀가루에 풀어 넣고 튀김옷을 만드는 거야.

그 걸쭉한 튀김옷에 맛간장을 살짝 첨가하면 감칠맛이 나.

빵가루는 넓은 쟁반에 두텁게 펼치고 후추와 소금과 생강가루를 뿌려 잘 섞어주지.

우유 목욕을 끝낸 닭고기에 튀김옷을 듬뿍 입히고 빵가루 쟁반에 살살 굴려줘.

양이 많지 않을 때는 비닐봉지에 빵가루를 넣고 튀김옷 입은 닭을 넣어 쉐킷 하면 쓰레기 처리도 편하지.


기름에 튀길 때는 한 번에 튀기는 게 아니야.

일단 낮은 온도에서 속까지 익도록 한번 튀겨서 노랗게 겉껍질이 변하기 시작하면,

꺼내서 거름망에 올려 기름을 한번 빼주고 다음 센 불에서 다시 겉껍질이 갈색이 될 즈음 꺼내는 거야.

그래야 겉이 바삭바삭 해지지.


잘 튀겨진 놈들을 거름망 위에 깔아놓은 키친타월에 올려서 기름을 좍 빼주는 건 보너스 야.

그리고 남은 튀김옷과 빵가루가 있으니까,

양파를 둥글게 썰어서 같은 방식으로 양파튀김을 만드는 거야.

감자도 그렇게 튀겨주면 되는데,

보통 프랜차이즈에서 나오는 웨지 감자라고 두툼한 놈은 그렇게만 튀기면 속이 안 익어.

웨지감자는 그렇게 튀긴 이후에 오븐에서 십오 분 이상 구워 주던가,

아니면 아예 전자레인지 나 끓는 물에 살짝 익혀서 튀겨주는 게 좋지.


뭐 암튼 이래저래 시간이 좀 걸렸지만 내 방식의 닭튀김을 내놓자 그 커플들은 그 사이 화해를 한 듯 시시덕거리며 닭튀김과 맥주를 연신 먹어댔어.

가게에 튀김 냄새가 진동하자 다른 손님들도 주문을 하는 바람에 졸지에 가게가 치킨 집처럼 되어 버렸지.


에이, 튀김은 먹긴 좋지만 주변에 기름도 너무 튀고 나중에 청소가 곤란한데.

아무튼 저 진상커플은 이래저래 나를 참 피곤하게 만들곤 해.

그런데 닭요리를 하다 보면 가끔 궁금하긴 해.

원래 닭의 수명은 최대 30년이라고 하던데.

우리가 '육계'로 키우는 닭은 보통 50일 정도에 도축이 된다고 하거든.

그게 사료값을 고려하면 타산이 맞는다는 거야.

하지만 좀 잔인하잖나. 게다가 너무 어린 거지. 다 자란 게 아니라 크기도 작고.

우리나라 닭이 유달리 외국의 닭보다 작은 게 아니라 너무 빨리 잡아서 그런 거야.

더구나 대체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잖아.

그러면 그런 환경에서 스트레스받던 애들을 먹는다.

별로 좋을 거 같진 않아.




이미지 네이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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