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심야식당

심야 식당 21

인생 볶음밥

by 능선오름


한창 손님을 치르고 새벽 두 시쯤 되니 잠시 손님이 뜸해졌어.

이렇게 잠시 소강상태가 되면 나 역시도 배가 출출해지는 법이지.

판매용 음식을 먹는 건 그래도 좀 양심에 걸리는 일이니 이럴 때는 김치볶음밥을 해 먹곤 해.

제일 만만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 만능식사이니까.


여러 번 꺼냈어 서 많이 시어버린 신 김치가 제격이지.

김치를 꺼내서 최대한 작게 썰어주는 게 중요해.

개인 취향에 따라 좀 길게 썬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작게 썰어진 김치볶음밥이 식감이 좋더라고.


일단 파를 타타타 썰어서 팬에 넣고 달궈진 식용유에 볶아 주는 거야.

그러면 파 향이 우러나면서 파 기름이 만들어지지.

파에 기름이 배어들어서 반투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면 썰어놓은 김치를 넣고 달달달 볶아 볶아.

이때 김치가 좀 덜 맵다면 고춧가루 솔솔솔.

그리고 미리 조그맣게 깍둑썰기를 해놓은 스팸을 넣는 거야.


김치에서 신맛이 날아갈 정도로 볶아지면 잠시 팬에 불을 꺼.

밥을 넣어야 하니까.

팬에 불이 계속 달구는 상태에서 밥을 넣고 휘젓다 보면 팬에 눌어붙는 수가 있거든.

볶아진 김치와 밥을 충분히 비비듯 섞어주곤 다시 중불로 볶기 시작해.


이때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게,

김칫국물을 넣고 참기름을 살짝 넣어 함께 볶아주면 좀 시큼해도 감칠맛이 나게 돼.

약간 느끼하고 기름진 걸 좋아할 경우에는 버터 한 조각 투척해 주면 신맛이 많이 없어지고 고소한 맛이 증가되지.


그렇게 밥이 조금 고슬고슬 해 질 때까지 볶다가 꺼내서 식기에 넣고,

미리 만들어 놓은 반숙 계란 프라이를 얹는 거야.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지.


계란 프라이도 반숙을 잘하려면 결국 답은 불 조절이야.

요리란 늘 불을 어찌 조절하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곤 하지.

뭔가 탄 듯 한 색과 냄새가 싫다면 특히나 불 조절을 잘해야 해.

오래 볶아야 하는 것 이면 중불이나 약불에서 은근하게.


계란프라이도 마찬 가지야.

고소한 맛을 높이려면 일단 팬을 뜨겁게 달궈놓는 게 중요하지.

식용유 까지 충분히 달궈진 상태에서 계란을 투척하면 순식간에 자글자글 흰자가 부풀어 오를 거야.

프라이를 '부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튀긴'다고 생각하며 해야 중국집에서 얹어 나오는 프라이의 식감이 나와.


그 타이밍에 불을 최대한 줄이고, 팬 뚜껑을 덮어 놓았다가 이삼 분 안에 불을 꺼.

완전 덜 익은 노른자를 좋아한다면 그냥 부풀어 오를 때 불을 끄고 팬 뚜껑을 덮어 놓아도 괜찮아.

그 상태로 놓아두어도 팬에 남은 잠열 때문에 잘 익게 되어 있거든.

팬에 닿는 표면은 바삭하게, 노른자는 촉촉하게. 이게 불 조절 타이밍이야.


모든 식재료 들은 익힐 때 온도들이 다 다르고, 넣는 타이밍이 달라.

어찌 보면 인생도 그런 게 아닌 가 해.

불을 높여야 할 때와 줄여야 할 때가 다르고,

넣어야 할 식재료의 타이밍이 제각각 다르고,

어떤 재료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버리는 게 맞고 어떤 경우에는 실패한 요리를 버려야 할 때도 있지.

뭐 어때. 그런다고 다시 요리를 안 할 건 아니잖아.

실패한 요리를 살릴 수 있으면 살려야 하지만 이미 다 망쳐버린 요리를 붙들고 한숨 쉬어봐야 시간 낭비야.

그냥.

다시 하면 되는 거야.


살아 있는 한 먹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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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네이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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