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라때는 말이야 27

감사하는 마음

by 능선오름


27.


딸.

아빠의 평소 성향에 맞진 않지만 오늘 아빠는 네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구나.

이 ‘감사’라는 마음은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다.

주관적인 관점이 가장 많은 부분이자 객관적이라고 해도 결국 상대적이 될 수밖에 없는 마음이기도 하거든.

열악하고 안 좋은 상황에 놓여있다가 조금만 상황이 좋아져도 감사할 수 있고,

반대로 흡족한 상황에서도 뭔가에 욕심을 낸다면 절대 감사하지 않은 마음이라 서지.

그런 거라면 결국 감사하는 마음은 지극히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다르다는 게 아빠의 생각이야.

그럼에도 아빠 역시 평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는 못한 부분이 많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행복이라는 부분과 연결이 되는데,

이 행복 또한 개인별로 기준이 다 다르고 어떤 경우에는 저런 상황에서도 행복하다고? 라며 타인이 평가할 수도 있으니까.

이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야.

아마도 고대로부터 많은 신앙인들, 철학자들, 인문학자들 같은 사람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고민일 거다.

감사하는 마음이란 어쨌든 스스로 현재에 만족하는 마음과 연결이 되고,

현재에 만족한다는 건 스스로 주어진 상황들에 어느 정도 만족해야 가능한 거니까.

만족이라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라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어떤 경우에는 만족에 대한 기준치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한참 낮은 상태가 될 수 있는데,

그럴 때 제삼자는 대체 저게 만족할 상태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

지나치게 낮은 만족기준은 스스로는 행복할지 모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개인의 발전성을 가로막는 부분도 있단다.

집도 없고 직업도 변변치 않고 늘 끼니 때우기가 바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그런 상황에 대해 만족하고 행복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만 살아간다면,

그 사람 스스로만 만족한 거지 그 사람의 가까운 주변인들은 결코 행복하기 어렵겠지.

반대로 어떤 사람이 타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이 되어있고 자유스러운 상태인데도 그런 현실에 불만족을 품고 있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불행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 사람은 어떤 상태로 현실이 더 업그레이드가 된다고 해도 결코 만족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할 것이고 절대 감사하는 마음도 가질 수 없을 테니까.

사람이 동물과 크게 차이나는 점이 이런 점 같다.

스스로 마음먹기에 따라 스스로의 행복 기준이 달라질 수 있고,

그 기준에 감사한 마음도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

아빠는 종교인이 아니다만,

종교를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종교의 기본 이념은 인간을 행복하도록 돕는다는 게 아빠의 생각이고,

형태와 방식은 달라도 인간들이 서로 협력하고 함께 행복하자는 게 기본 이념이라고 생각하거든.

아주 특별히 지나친 교리를 가진 종교들을 빼곤 말이야.

그런데 그게 좀 비틀려서 현실에서의 행복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생각하며 미지의 세계에 행복을 올려놓고 추앙하는 방식은 좀 아니다 싶어.

대개의 종교들은 현실에 만족하며 노력하도록 가르치지.

그게 옳다고 아빠도 생각하지만,

그런 부분이 지나쳐서 한정된 경계 속에 사람들을 가두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

아빤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자유로움 속에서 행복해진다고 믿거든.

그리고 그 자유로움이란 인간사회 안에서 타인의 자유로움을 뺏거나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허용되는 게 바로 법이고 윤리라고 생각해.

개인이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데 그게 타인에게 괴로움을 주게 된다면 그건 아닌 거지.

현대사회에서 과거와 크게 다른 점은 누구나 익명으로 자신의 의견을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곳에 드러내고 공유하고 피드백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한다면 어느 정도 ‘드러내는 자유’는 많이 발전한 셈이지.

하지만 아직은 ‘드러내기’는 쉽게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기’는 덜한 것 같아.

대개의 공개된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논쟁 대부분은 그런 내용들이거든.

난 이렇다. 그런데 넌 왜 다르냐. 나와 다르면 틀린 거다.

그저 다를 뿐이다.

강요해서도 안되고, 자신과 안 맞는 생각이면 외면하면 그만이고.

자신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게 절대적인 진리라고 하긴 어렵지 않을까.

사실 아빠도 그런 부분은 확신하긴 어렵지만.

감사하는 마음.

그게 행복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아빠는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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