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하여
28.
딸아.
네가 이따금 외롭다는 말을 몰래 네 문자에 스스로 남기는 걸 알아.
꼬맹이가 외롭다.
처음 그 문자를 보았을 때 아빠는 마음이 너무나 아팠단다.
네가 엄마를 일찍 잃었으니 드는 당연한 마음이라곤 생각해도,
아빠가 어떻게든 메워주려고 그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런데 딸아.
곰곰이 생각해 보렴.
실은 네 엄마가 네게 그토록 살가운 성격은 아니어서 너 홀로 지낸 시간들이 꽤 많지.
아빠가 다 안타까워할 정도로 말이야.
아마 지금 네 외로움의 근원은 외롭다고 표현하지만 상실감에 가까울 거다.
두 감정은 비교적 비슷한 감성들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사람이 살아가며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고, 서로가 교감해야 안심하는 종족이니까.
하지만, 아빠 생각에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은 누가 있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
태생적으로 사랑을 주는 부모.
살면서 알아가게 되는 이성 간의 사랑.
하지만 그 모든 사랑들이 있다 해도 인간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구조야.
텔레파시를 하는 게 아닌 이상 부모라고 해도 자식이라고 해도 상대의 진짜 감정을 100% 공감하기는 어렵거든.
상대의 고통에 공감하고 어쩌면 그 이상 마음 아파할 순 있지만,
쌍둥이라고 해도 서로가 아무 말 없어도 생각과 감정들이 소통되지 않아.
하물며 전혀 남이었던 이성을 통해 그 이상의 공감대를 공유한다는 건 난센스야.
그렇게 막연히 기대를 하며 사귀고 결혼하고 실망하지.
하지만 아빠 생각에는 그건 기대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 봐.
모든 애정은 변해.
부모 자식 간 애정은 오래가긴 해도 나이가 들면서 그 밀도가 아주 똑같진 않을 거야.
대체로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애정에 비해 자식이 나이 들어 독립을 하게 되면 부모에게 가지는 애정은 좀 달라지지.
애정의 성질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말이야.
부모 입장에선 그게 서운할 이유가 없어.
만약 자식이 나이를 먹어서도 어린 아기 때처럼 부모를 애정하고 의지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불안한 미래이니까.
대개의 부모는 먼저 가게 마련인데 자식이 그토록 안절부절못하고 부모 그늘에 있다면 어느 부모가 마음 편히 눈을 감겠니.
더더구나 그게 수십 년을 따로 살아온 타인일 경우에는 더 하지.
제아무리 세기적인 사랑을 한다 해도 마찬가지고 그게 나쁜 게 아니야.
이성 간 사랑이 불타오를 때는 감정지수가 치솟고 심장에 부담을 줄 정도로 호르몬이 분비되지.
그런데 그게 잎평생 계속된다면 아마 일찌감치 죽을 거야.
자연적으로 지혜롭지 않지.
그러므로 타인을 사랑하는 건 다 유효기간이 있는 법이고,
유효기간이 지난 이후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헌신 같은 것으로 조금씩 부모자식 관계처럼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마음으로 변하는 거야.
그렇기에 상대방에 의해 외로움이 사라질 거란 생각은 오해야.
외로움은 인간에게 태생적인 본능이고,
이겨낼 대상은 아니지만 익숙해져야 할 감정이지.
외로움(loneliness)의 사전적 정의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한다.
그런데 인간은 태어나서 보호를 받긴 하지만 일단 ‘홀로’ 성장해.
형제가 있더라도 서로 시간적 차이가 있지.
그러므로 탯줄로 연결되어있던 엄마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부터 인간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야.
그것이 양육자가 만들어준 환경 안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다가,
스스로를 자각하는 순간이 되면 문득 외롭다 하고 느끼게 되는 거지.
그 외로움은 채워지는 게 아니야.
무대에서 수만 관객에게 추앙을 받는 배우라고 해도 홀로 집에 돌아가면 외로움을 느끼게 되지.
어쩌면 팬덤이 없는 일반사람에 비해 더 클 거야.
그래서 유명 배우들이 인기가 적어지면 그토록 괴로워하는 거고.
결국 외로움과 친해지는 비결은 따로 없어.
스스로 내면세계를 잘 가꿔서 자신의 마음속에 친구를 만드는 것.
그게 제일이야.
물론 너무나 그 외로움이 커져서 반려자를 만들고 친구를 만들고... 가능하지.
그러나 그건 일종의 방법이긴 하지만 정답은 아니야.
태생의 구조적인 부분이기에 그래.
그러니 딸.
외로움을 두려워말고 이기려고도 할 것 없어.
외로움을 인정하고 친해지는 감정을 가져보렴.
그게 네 스스로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