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된다는 것
29.
딸.
네 사춘기가 언제 올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빠는 네 사춘기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해.
걱정하는 건 그 시기에 겪을 남모를 고통을 홀로 치러낼 네가 안쓰럽기 때문이고,
기대가 되는 건 아빠의 사춘기 때 방황은 했었지만 그걸 드러낼 정도로 부모님 속을 끓인 건 아니었거든.
전혀 아닌 건 아니겠지만 아빠의 기억에 남을 정도의 사건 사고는 없었어.
또 기대가 되는 건 사춘기는 네가 이제 어른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이야기니까.
네가 홀로서기를 시작할 시기가 되었다는 이야기지.
맞아.
아빠는 네 양육에서 좀 자유로워지고 싶은 거야.
당연히 네가 아빠 딸이니까 사랑스럽고 뭐라도 다 해주고 싶고 그렇지.
하지만 아빠도 사람인지라,
온종일 너에게 매달려 주말을 보내고 나면 좀 많이 지치는 게 사실이야.
물론 그럴만한 시간이 내게 주어진 상황만 해도 감사할 일이긴 하지.
하지만,
아빠의 어린 시절은 너보다 더 심하게 혼자놀이를 했었거든.
형은 나이차이가 커서 일하러 다니고,
누나들도 나이차가 있으니 각기 학교 생활에 바빴지.
돌아보면 그때 누나들도 초등학생 때라 부모님 손길이 여전히 필요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초등학교 2학년만 되면 한 시간 걸리는 학교도 알아서 등하교를 했었으니까.
어머니가 일 때문에 나가시고 그러면 나 역시 빈집을 홀로 지키며 혼자 놀던 날이 많았어.
그래서인지 아빠도 초등학교4학년 때부터는 ‘엄마’도 아닌 ‘어머니’로 스스로 부르게 되었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때는 환경과 상황이 아이들을 일찌감치 홀로 서게 만들었었어.
현대에도 몽골 초원 아이들은 걷기보다 말타기를 먼저 배우고,
네팔 오지의 아이들이 샛별 아래로 등교를 나서서 몇 시간을 걸어 산을 넘어 등교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아이들은 상황이 주어지면 다 거기 맞춰 자립하는 법이지.
그런 면에서 아빠는 너무나 너를 감싸고 키우는 건 아닌가 걱정은 해.
그런데 또 어떤 부분들은 네가 스스로 하겠다고 부득부득 고집을 피우는 것을 보면 또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실은 아빠도 몰라. 딸아.
딸 혼자 키우는 게 아빠도 처음인데 뭘 알겠니.
그저 안쓰러운 마음이 제일 크고,
네가 홀로 설 때까지 아빠가 건강하게 잘 뒷받침해줘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전부지.
네가 커서 정말 당당하게 이제 나 홀로 설 수 있으니 걱정 말고 아빠는 아빠 인생을 살아.라고 상상하면.
아빤 그게 기쁠지 슬플지 뿌듯할지 지금은 알 수도 없고 짐작도 안가.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이니 말이야.
아빠가 앞서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고 말했었지.
그 외로운 존재가,
자신이 원래 외오울 수밖에 없다는 걸 자각하면 그땐 홀로서기를 시작할 때야.
아빠는 네 뒤에서 너의 성장을 지켜보는 사람이야.
함께 성장할 수 없으니까.
첫걸음마를 할 때처럼.
첫 자전거를 탈 때처럼.
처음엔 휘청이기도 넘어지기도 하겠지만 넌 일어나서 잘 달렸어.
인생도 그렇게 홀로 서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