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의 밑반찬으로 가끔 오뎅볶음을 하곤 해.
뭐 한글로 당연히 어묵이라 해야 맞을 것이고,
시판하는 제품들의 포장에도 어묵이라 쓰여 있으니 굳이 오뎅 이라고 해야 하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오뎅 볶음이라고 나는 불러.
일단 그 단어의 어원이 일본 이기는 하지만,
오랜 세월 어릴 때부터 오뎅 볶음이라 불러왔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어묵이라 발음하면 어쩐지 그 맛이 안 나곤 하거든.
우리나라 토종 음식이 아니기도 하고.
그런데 실제로 오뎅이란 말의 뜻은 어묵이 부재료로 들어간 탕국을 말하는 그것이라고 해.
따라서 우리가 오뎅이라 부르는 것의 정체? 는 일본에서는 가마보꼬 라 부르는 생선묵튀김을 지칭하는 것이고,
그것조차 원래는 물에 삶은 것이 가마보꼬,
기름에 튀긴 것은 사츠마아게 라고 부르는 게 원래는 맞아.
일본 막부 시대 때 등장해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그것이 어떤 연유 인지 통칭해서 ‘오뎅’이라는 의미 불명 국적 불명의 단어가 된 것이지.
이유와 사연이 어떻든 내 속 좁은 ‘언어’에 대한 편견에 따르면 그냥 오뎅이라 부르는 게 바르다고 봐.
언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잖아.
한때 짜장면이냐 자장면 이냐를 가지고 국립국어원에서 갑론을박 하던 것처럼 말이지.
지금은 결국 둘 다 맞는 표현으로 쓴다고 들었어.
거기에 대해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박철’ 이 주장하던 말이 난 명쾌한 답이라고 생각해.
짜장면이 자장면이면 짬뽕은 잠봉 이냐? 라고 외치던.
일단 그래서 나는 오뎅은 그냥 오뎅이라고 불러. 누구나 다 알아듣잖아.
오뎅 볶음이야 뭐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 거지.
기름을 많이 쓸 필요도 없고,
기본적으로 오뎅에 기름이 배어 있으므로 중간 불 정도에서 슬슬 볶아주다가 간장양념을 붓고 볶아주면 그냥 끝인데 뭐.
간장양념은 진간장에 설탕과 청주와 참기름 휘휘 섞어주면 끝.
만약 색이 진해지는 게 싫다면 소금을 기본으로 해도 나쁘지 않아.
거기에 파 썰어 넣거나 양파를 썰어 넣고 함께 볶아주는 건 각자 취향이지.
만약 볶아서 오뎅이 좀 꼬들꼬들해지는 식감이 싫고,
좀 더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을 원한다면 물 반 컵 정도 붓고 졸여주면 물기를 머금은 오뎅이 아주 부드러워져.
별것 아니긴 하지만 오뎅 볶음 하나만 있어도 기본적으로 뭔가 밑반찬을 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오뎅국도 마찬가지야.
기본적으로 일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기본 육수를 내는 것이 중요 하지.
대파 뿌리와 통양파, 청양고추, 무, 멸치 등을 넣고 중간 불로 세 시간 정도 끓여 줘야 해.
그래야만 길거리에서 파는 오뎅 국물처럼 깊은 맛이 우러나거든.
특히 무가 중요한데, 무가 물컹물컹할 정도로 푹 달여줘야 국물에 단맛이 돌지.
육수가 다 끓여진 상태에서 오뎅을 넣어 주는데, 이때도 팔팔 끓지 않게 은은한 불로 오뎅을 익혀줘야 흐물흐물 해지지 않은 맛있는 오뎅을 먹을 수 있어.
국물에 조선간장 조금만 넣어줘도 좋아.
안 넣고 그냥 슴슴한 맛을 기본으로 하고 각자 개인 양념장을 놓고 찍어 먹어도 좋고.
오뎅은 비싼 재료가 아니지만, 이따금 수제 오뎅을 만들어 먹는 것도 별미야.
집안 냉동실에서 미라가 되고 있는 생선 재료들을 다 꺼내어 물기를 닦아줘.
물론 순살만 골라서 말이지. 오징어가 들어가도 괜찮아.
아무튼, 모든 잡생선을 다 다지고, 당근과 양파를 잘게 다지는 거야.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청양고추를 다져 넣어도 좋지.
다 다져진 것들을 핸드블랜더로 으깨어주는데,
이때 달걀을 넣어 섞어서 해주는 게 좋아.
어묵과 채소가 곤죽이 된 상태에서 믹싱볼에 넣고,
밀가루와 소금과 전분 가루를 뿌려서 오 분 정도 밀가루 반죽하듯 치대는 거지.
그렇게 해야 재료끼리 흡착력도 좋아지고 맛도 좋아지거든.
햄버그스테이크를 만들 때 고기 반죽을 치대는 것과 원리는 같아.
이른바 손맛 이지.
치댄 반죽을 동그랗게 말든지 길쭉하게 말든지 칼몸 통으로 넓적하게 펴주든지 모양을 잡고,
기름에 150도 정도로 한번 튀겨주면 돼.
끓는 기름 속에 가라앉았던 오뎅이 절반쯤 기름 밖으로 떠오르면 다 익은 거지.
냉장고에 오래된 생선 살 들이 있을 때 이렇게 수제 오뎅을 만들면 좀 있어 보여.
이제 곧 따뜻한 봄이 올 거 같아.
오뎅의 호시절은 지나가는 거지.
어린 시절 가난한 동네 한 모퉁이에 오뎅 공장이 있었어.
늘 비린내가 풍기기도 했지만,
그 비린내보다는 기름에 튀겨진 고소한 냄새에 침을 꼴깍이며 몰래 공장문 틈새를 들여다보곤 했던 기억이 나.
그곳에는 어린 눈으로도 좀 비위생적으로 시멘트 바닥에 펼쳐진 온갖 잡생선들이 – 생선이라기보다는 생선의 파편 들이 – 가득 쌓여 삽으로 아저씨들이 분쇄기에 퍼넣던 광경이 보였었어.
분명 너저분하고, 보면 청결과는 거리가 먼 작업현장이었지만 그래도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고소한 냄새에 더러움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오뎅 찌꺼기라도 얻어먹고 싶어 종종거리던 기억이 나.
따지고 보면, 근본이 더럽건 어떠하건 먹는다는 행위는 참 본능적이고 신성한 거 같아.
사진 네이버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