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아직 으슬으슬 한 때라 육개장을 내놓아서 반응이 제법 괜찮았는데,
늘 뭔가 시빗거리를 만드는 손님들은 있게 마련이지.
오랜만에 주메뉴가 국물 요리라 그랬는지, 단골손님 중 몇몇이 가벼운 입씨름을 하더군.
소고기 육개장도 맛이 있지만, 하얀 국물에 닭곰탕이 담백하니 맛이 있다는 파 와,
빨간 닭개장이 더 맛난다고 주장하는 파로 나누어졌어.
웃기는 거지. 입맛이야 제각기 일 텐데 자기 입맛과 좀 다르다고 그렇게 다툴 것까지야.
하긴 뭐, 국회에 있는 분들이 하는 다툼도 거의 그런 수준 이긴 하지만.
어쩌면 짬뽕이냐 짜장면이냐로 멱살잡이 투표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닭곰탕과 닭개장이 뭐 대단히 복잡하고 확실하게 분류되는 음식은 아니야.
닭과 통양파와 통후추, 대파와 통마늘을 솥에 넣고 삼십 분 정도 끓여주는 거야.
육군 육수 내는 법과 똑같지 뭐.
그리고 건더기를 다 건져내고 닭고기는 뼈만 빼고 손으로 발라주는 거지.
육수에 찢은 닭고기를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 한소끔 끓여서 대파를 썰어 얹어 주면 끝이야.
얼큰한 것 좋아하는 사람은 거기에 고춧가루 넣어 먹으면 그만이고.
닭개장은 위의 순서에서 닭고기를 발라내는 것까지만 하고,
육개장처럼 나물과 숙주 데친 것을 고추기름에 달달 볶아서 그 위에 찢은 닭고기와 육수를 붓고 양념장을 넣어 끓이면 돼. 간단하지?
육개장에서 소고기만 빼고 닭고기로 바뀐 것뿐 이야.
닭곰탕을 원하는 사람에겐 일차로 닭 육수와 고기만,
닭개장을 원하는 사람에겐 닭곰탕에 고추기름에 볶은 채소류만 추가하고 양념장 넣어 끓이면 끝이지.
뭔가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원재료와 만드는 방식은 별 차이가 없어.
나라 살림도 그런 것 같아.
결국은 국민을 잘 살게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거잖아?
결론은 맛난 음식을 주겠다는 건데,
그게 닭곰탕이냐 닭개장이냐를 가지고 다투는 거잖아.
물론 누군가는 건더기를 몽땅 차지하겠다고 주장하고,
누군가는 불평등하게 국물만 먹어야 하다 보니 아귀다툼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지만.
그런데 말이야.
알고 보면 결국 냄비를 들고 있는 주방장이 무엇을 어떻게 쏟아붓고 어떻게 그릇에 나누어 담는지를 믿지 못하겠다는 거지.
때때로 몰래 MSG를 팍팍 넣어서 맛을 속이기도 하고,
때로는 고깃덩이는 따로 빼놓고 시치미를 떼기도 하니까 그리 다투는 거겠지.
먹고사는 게 무엇인지,
결국은 모든 다툼의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은 허탈해.
자신이 타인보다 좀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먹고살겠다는 거 아니야.
그런 집착에서 벗어나면 뭔가 좀 더 깨달음을 얻은 것 같고.
이미지 네이버 펌
모두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을 만큼
세상에 먹을 것 입을 것 충분한데
누군가는 지나치게 먹어서 살을 빼야 하고
누군가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온종일
뙤약볕 아래 돌을 캐내야 하는 세상
누군가는 먹지도 못 할 돌을 모으려고
누군가의 백 년 치 먹거리를 지급하고
누군가는 먹지도 못 할 돌을 캐느라
손가락 두어 개 날려가며 밥을 버는
인간이란 동물의 가치 기준은 참 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