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육수가 해군이라면 고기 육수는 육군이지.
고깃국물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따금 지치고 힘이 들 때 푹 우려낸 고깃국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아마도 생각 탓이겠지만, 기운이 좀 나는 것 같긴 해.
고기 육수를 낼 때는 보통 소고기 양지를 쓰는데, 찬물에 한 시간 정도 담가서 핏물을 빼주는 게 중요해. 한 시간 동안 물은 두세 번 이상 갈아주는 게 좋지.
그렇게 핏물이 빠진 양지를 깊은 냄비에 넣고 통후추를 함께 넣어서 30분 정도 삶아 주는 거야.
끓는 중간중간 떠오르는 잡기름 거품 같은 건 물론 국자로 잘 걷어내야 하지.
끓인 육수는 따로 식히고, 고기를 건져내어 식혀 줘.
그리고 결대로 죽죽 찢어 내는 거야.
칼로 썰어도 괜찮지만 어딘지 모르게 뭔가 손맛이 나는 비주얼이 생기잖아.
그다음에 말린 나물류를 있는 대로 찬물에 세 시간 정도 불렸다가 끓는 물에 삶는 거야.
말린 고사리, 토란대, 호박 등 아무거나 괜찮아.
숙주나물도 살짝 삶아 따로 건져두고.
근데 어차피 끓일 건데 왜 따로 삶느냐고?
아무래도 말리는 과정에서 먼지도 앉을 것이고.... 나물 특유의 쓴맛도 제거하고 그런 거지 뭐.
무와 대파를 듬성듬성 썰고 양념장을 준비해.
양념장은 고춧가루와 조선간장을 뒤섞어서 쉐킷쉐킷.
약한 불로 중화 팬에 참기름을 넣고 고춧가루를 살짝 볶아서 고추기름을 준비해.
고추기름 위에 삶은 나물류를 넣고 양념장을 부어서 달달 볶아줘.
그 담에 모든 재료를 다 넣고 육수를 부어서 저어주면 끝이야.
국물이 한소끔 끓어오를 때 대파와 다진 마늘을 넣어 한 번 더 푸르르 끓어오르면 불을 끄지.
이렇게 하면 얼큰 육개장이 완성되는 거야.
개인적으론 따로 육개장만 끓이긴 귀찮아서 한 번에 많은 양의 고기로 육수를 끓이지.
그런 다음 육개장에 쓸 고기와 육수만 분리해 놓은 후,
남은 육수에는 통양파와 통마늘, 파뿌리를 넣어서 푹 끓여 만능 고깃국물을 만들어.
때때로 고깃국물이 필요할 때 쓰면 딱 맞거든.
남은 양지고기는 죽죽 찢어서 고춧가루, 진간장, 다진 마늘, 통깨를 뿌려서 살살 무쳐줘.
그 상태로 반찬 삼아 내놓아도 좋고, 냉장고에 두었다가 육수에 무를 넣고 뭇국을 끓여서 고명으로 얹어서 내놓아도 좋아.
육개장은 원래 ‘개고기’로 만들던 것이 고기를 소고기로 바꾸면서 소고기 肉 자를 붙여서 육개장으로 변형된 것이라고 해.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같은 방식에서 ‘고기’만 빼고 두부를 구워 넣어 만들면 채개장이라 해서, 절에서도 먹는 음식이 되지.
초봄이라 밤에는 날이 쌀쌀해지고 온도 변화가 들쭉날쭉하니,
감기도 예방하고 기운들도 좀 내라고 오늘 밤에는 육개장을 메인 메뉴로 내놓아야겠어.
이미지 네이버 펌
어린 날 어머니께서 육개장을 끓이면
매콤한 냄새에 침이 꼴깍 넘어가곤 하던
그 시절 고깃덩이는 육개장에 드물었네
아버지 국그릇에 고깃덩이는 모여있고
어린 우리는 질긴 고사리와 국물만 가득
어머니 눈치를 보시던 아버지 수저가
슬쩍 고깃덩이를 내 국물에 넣어 주시던
늘 말수 적으시던 아버지의 마음
뜨끈하던 국물 보다 더 뜨겁던 그 마음
어찌 일찌감치 차디찬 흙 속에 누우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