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파리, 안녕 바게트

굿바

by 능선오름

안녕 파리, 안녕 바게트


대기업 계열의 프랜차이즈를 좋아하진 않는다.

그 안에 숨겨진 여러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알다 보면,

정말 뭔가를 ‘산다’라는 것이 결과론적으로 그 재벌들에게 한 푼이라도 보태주는 행위가 된다는 것이 마뜩잖아서다.

하지만, 참으로 억울하지만 그런 재벌 계열의 프랜차이즈가 아닌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발품이 가까운 곳에 흘러넘치는 것이 그들만의 프랜차이즈이고,

정작 개인들이 힘겹게 운영하는 매장들이란 찾아가기도 어렵고,

안타깝게도 매장을 채운 물건들의 품질이나 종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적으로 ‘을’인 공급처나 직원들에게,

압도적으로 군림하는 대기업의 막강함 아래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해,

동네의 소규모 상점에서 나오는 제품들의 제품력이 떨어지거나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정말로 ‘장인’의 경지에 다다른 개인 사업주분들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도리없이 폐업하거나 일본처럼 가업으로 이어가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 또한 나약한 인간인지라,

당장 발품을 팔아야 하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소규모 개인 업장보다는,

그토록 싫어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도리없이 이용하고 있으니,

정말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다는 것이 어렵다고 새삼 느끼곤 한다.

어릴 적 크림빵의 추억이 있던 브랜드는 꽤 세월이 지난 탓인지 덕인지,

제과 제빵 아이스크림 수입 도넛 브랜드에 브런치 프랜차이즈까지 참 문어발처럼 대규모로 확장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소비자 따위가 감히 뭔가 이의제기를 제기하기에도 벅찬, 그런 거대기업이 된 거다.


예전에 우후죽순처럼 동네에 들어서던 그곳의 베이커리에서 직원이 생일축하 케이크를 사 온 적이 있다.

생크림에 딸기가 소담스레 올려진 케이크였다.

다 함께 모여서 케이크를 먹다 보니 딸기 밑에 뭔가 푸르스름한 게 보여서 딸기 꼭지인가 싶어서 들춰보니 푸른곰팡이였다.

너무나 불쾌해서 그걸 사 온 직원이 가서 베이커리에 따지니 본사에 항의하라는 말이었고,

본사에서는 유통과정의 문제이니 책임이 없다는 답변을 받곤 이래저래 화만 내다가 그만둔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론 그 브랜드의 베이커리는 가능한 안 가려고 했었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정말 도리없이 이용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곳저곳 다른 종류의 매장들에서 포인트 적립을 하다 보니,

어라? 어차피 이 모든 곳이 그 회사 거라고? 하는 마음에 거의 체념에 이르렀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다.

그렇게나 싫어하는 브랜드의 계열사이지만 온갖 온라인에서 칭찬이 자자하고,

이른바 ‘급’이 다르다는 이태원의 고급 베이커리가 결국은 그 회사와 한통속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참으로 간사하게도 그러면 거기 제품은 뭔가 다르겠구나.

아무래도 계열사 베이커리들 보다 가격도 높고 고객층도 제한적이니 뭔가 다르겠지 하는 마음.

그게 아닐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해가며 그곳에서 디저트를 몇 번 샀었다.

그 업체가 고용문제와 작업여건과 각종 사건·사고로 뉴스를 장식할 때에는 함께 공분하고 에잇! 하며 다시는 이용하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뭔가 좋다는 개인 업장들은 오픈런을 해도 허탕 치는 일이 많으니,

맛집보다는 그냥 빨리 나오는 집을 선호하던 내 성격으로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이용하곤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아이의 생일을 맞아 그래도 뭔가 좀 특별해 보이는 케이크를 구하려니 그나마 이태원의 그 집이 가장 만만했다.

주변에 일이 있어서 이기도 하고,

그래도 그 브랜드 프랜차이즈 중에서 최상위권 브랜드였으니 이래저래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말이다.

매장의 건너편에는 해당 그룹의 노조원들이 내건 현수막이 너덜너덜하게 나부끼고 있는데,

모른 척 못 본 척해가며 그냥 매장에 들어섰다.

속내야 어떻든 손님들이 바글바글하고, 외국 손님들도 꽤 있어서

‘그래, 뭐 어때. 달리 선택할 길이 좀 어려우니까.’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케이크를 사는데,

꽤 예뻐 보이는 딸기, 레몬 모양으로 만들어진 디저트가 있어서 그것도 샀다.

‘ 온 김이니까. 애가 좋아할 거니까. ’ 자꾸 스스로를 설득해가면서.


아이에게 멋지게 생긴 특별한 케이크로 생일 파티를 해주고,

그다음 날 저녁에 식사 후 아이에게 ‘자, 우리 예쁜 디저트 먹자 ’ 생색을 내면서 디저트 케이크를 꺼내왔다.

레몬을 절반으로 자른 것처럼 보이는 디저트는 상큼하고,

그리 달지도 않고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서 절로 탄성이 나와서

‘그래, 좀 비싸고 흔한 매장이 아니니 역시 좀 다르네!’라며 수긍을 했었다.

그다음엔 벨벳처럼 빨강 가루를 두른 커다란 딸기 모양의 디저트였다.


그걸 잘라서 나눠주고 한 입을 탁 깨무는데 갑자기 와그작 하는 큰 소리가 났다.

옆에 있던 가족들이 깜짝 놀라며 뭘 씹었냐고 내게 묻는데,

엉겁결에 입안에 있던 걸 대충 삼키고 화장실에 가서 퉤 뱉는데 뭔가 작은 조각들이 나왔다.

이게 뭐지? 하며 무심코 욕실 거울을 보며 입안을 들여다보자 맙소사.

입안의 아래, 그러니까 치과적으로 하악의 제1소구치 절반가량이 깨어져 있었다.

뱉어낸 조각들은 보니 그 깨어진 치아의 부스러기였던 거다.


순간 허탈해졌다.

디저트 하나 먹다가 이가 깨지다니. 이토록 밑지는 장사라니.

가족들은 당연히 먹은 게 디저트이니 그 매장에 항의하러 가야 하는 게 아니냐 하지만,

또렷하게 증거물이 있어도 발뺌할 게 뻔한데 인과관계만을 가지고 가서 따져봐야 혈압만 오를 게 너무나 자명한 현실이었다.

영수증? 그리고 깨진 이빨의 파편? 그것으로 그들이 인정할 리도 없거니와 아마도 아르바이트생이거나 말단 직원에 불과할 직원들에게 화를 내본들 그들만 불쌍할 일이었다.


한숨이 나왔다.

결국은 ‘을’과 ‘을’의 다툼이고, 죄 없는 판매직원들의 영혼 없는 ‘죄송합니다’ 의 반복과,

기껏해야 판매한 제품의 결제취소 정도거나,

새로운 디저트를 드리겠다는 정도의 보상과 더불어 나는 블랙컨슈머 정도로 기억될 게 너무나도 뻔하디뻔한 전개일 것이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그 그룹의 제품들을 앞으로 구매하지 않는 정도의,

그러니까 바위에 대고 후 바람이 나 불 정도의 소극적 대응 이외에는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치과에 가서 치료하면서도 너무나 어이없는 연말의 액땜? 에 화가 나지만,

대응할 수 있는 증거도 없으며 설혹 그 증거가 있었다 해도 이게 제품 안에 있는 상태로 찍었다고 해도 ‘주작’ 정도로 여겨질 상황이니 그야말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냥, 안녕 파리하며 나 스스로 안 찾는 방법밖에는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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