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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선오름 Jul 09. 2024

인테리어, 알려줄게요 2

돈을 좀 쓰세요!

인테리어 알려줄게요 2     


인테리어에 대한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사실은 이게 그나마 제일 전문분야이자 가장 오래도록 해온 일이긴 하지만 쉽게 브런치로 시작하기가 어려운 주제였다.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것 같고, ‘경력직’이라고 하기에도 대다수 인테리어 분야에서 다 일해본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淺學菲才(천학비재)라는 사자성어가 딱 맞는 신세다.

그런데 원래 건축이라는 분야가 좀 얕은 지식을 넓게 가지는 분야이긴 하다.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처럼 다방면에 능한 천재가 아니고서야 그 모든 분야를 잘 알 수가 없지 않나.

하지만 접하는 고객의 직업과 눈높이와 취향과 취미가 제각기 이므로 대부분 사람이 살아가는 분야에 깊이가 없을 뿐 귀동냥 눈동냥으로 깡통에 넣어 모아야 그나마 아는 체를 할 수 있다.

다행히 요즘은 과거엔 책을 참고하고 발주처를 만나기 전에 해당분야에 대한 장소를 가보거나 해서 준비를 했어야 했지만,

인터넷의 바다와 지식검색엔진이라는 무기가 있어서 몰라도 아는 체? 하기가 제법 쉽다.

하지만 그 지식이 머릿속에 담겨있지 못하여 이따금 헛소리를 하고 당황하는 것은 현실이니 할 수 없다.    

 

왜 인테리어를 할까? 굳이 많은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 따위 평생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은데.

그 돈으로 신형 전기차를 사던지, 주식투자를 하겠네.

뭐 이런 분들도 많이 계시니까.

관점의 차이이자, 삶에 대한 가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를 가끔 들어보셨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하면 강렬한 원색의, 그리고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단순화된 디자인 등을 연상하시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그렇게 인식된 이면에는 ‘스칸디나’라는 이름으로 얼추 엇비슷한 디자인으로 일관된 국내 중소기업들의 제품 영향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스웨덴의 세계적 가구회사로 알려진 ‘이0아’ 가구의 영향도 많을 것이다.

또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위치한 곳이 고위도 지역이라 겨울이 길고 추우며, 그런 영향으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춥고 어두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밝은 색채의 가구가 발달했다는 식의 교육을 받다 보니 그럴듯한 일반론인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일단 북해와 발트해 연안으로 구성된 스칸디나비아 지역은 북대서양 해류와 편서풍 영향으로 겨울철에 오히려 따뜻한 해양성 기후 영향을 받는 지역이 있다. 그러나 또 스칸디나비아 산맥을 기준으로 동서편의 기후차이가 꽤 크므로 겨울추위가 혹독한 지역도 존재한다.

북부지역은 타이가 기후와 툰드라 기후가 나타나기 때문에 침엽수림이 울창하고 임업 생산량도 상당하다.     

그래서 원래의 스칸디나비아 식 가구들은 원목을 가공하여 만들어지는데 익숙하다.

굳이 합판, 또는 MDF 라 불리는 합성목재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구 원재료가 풍부하고, 독일공작연맹의 영향과 아르누보 사조의 영향으로 기능적이고도 인간적인,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가구들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좌측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앞세운 기업의 광고,  오른쪽은 전통적인 덴마크 주거용 가구

( 이 0 아가 스웨덴에서 시작한 것은 맞지만, 이0아의 창업주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통신판매로 부를 일군 사업가이며 세금 문제로 스웨덴을 떠나 오래전 네덜란드에 자리 잡아서 오히려 스웨덴 국민들에게는 일부에서 욕을 얻어먹는 기업이기도 하다.

스웨덴 이미지를 팔아먹으면서 정작 회사의 모기업은 스칸디나비아에 위치하지 않으니.   )

개인적으로 이 0 아를 매우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이 0 아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하진 않는다.

마치 가구업계의 다 0소 같아서, 너무나 예쁘고 쓸데가 없어서 나중에 다 태워버려야 하는 예쁜 쓰레기들이 많아서다.

설마 이 0아 가구나 너무나 예뻐서 구매하시는 고객이 있을까??

그렇다면... 노 코멘트.

사실 나도 이 0아 가구나 소품이 일부 있다. 인정한다.

가격이 저렴하여 산 것뿐이다. (사실이다. 아이용으로, 결국 망가져 버릴 만한 것을 산다)

게다가 모든 공장들은 중국, 베트남 등 열악한 환경과 살인적인 단가를 맞출 수 있는 곳에서 생산하니, 경제적 식민지 정책 같아서 괘씸하다.

뭐 그런데 친환경 목재를 써서 좋다 어쩌고.... 하지만.

그 목재를 마구, 많이, 엄청 팔아서 이윤을 남기니 그 쓰레기들이 다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우기는 건 아니겠지.

같은 이유로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팔다 팔다 텀블러까지 끼워 파는 것도 보기 싫은데.


  

어쨌거나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는, 삶의 질과 품격을 올리기 위해서다.

물론 기안 84 같은 친구의 성격에는 안 맞을 수도 있겠다.

보통 화가들의 아틀리에는 인테리어 신경 안 쓴다.

그리고 본인의 화풍이나 취향이 확고해서 일반적인 시각의 인테리어는 잘 안 한다.

반면에 영화배우 혹은 가수 등 대중에 많이 노출되어 있던 사람이 방송 프로그램으로 집을 공개했을 때 깜짝 놀랄 정도로 무신경한 사람들도 또 있다.

너무나도 이십 혹은 삼십 년 전 분양 당시의 수장공사를 그대로 두고 사는 사람들도 있고 – 물론 알뜰한 건 좋으나 그만큼 재산이 있어도 전혀 무신경하게 사는 건 관점의 차이다 – 거꾸로 지나칠 정도로 우아하거나 현란해서 이게 집인지 갤러리인지 카페인지 모를 정도로 ‘지나친’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도 본다.

둘 다 중간이 없다.

완전 무신경 하거나. 아니면 지나칠 정도로 어떤 디자이너에게 꽂혀서 기능도 안전도 편의성도 다 무시하고 그냥 보기 예쁜 집으로 사는 경우다.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는 일단 자기만족이다.

내가 편하고, 내가 좋아야 한다. 돈을 내고 뭔가를 했는데, 살면서 내내 마음에 안 드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고역이다.

그리고 기능적 문제도 있다. 아닐 것 같으나 색상이나 조명, 색의 온도, 그리고 공간의 배치, 주방의 동선, 위생과 건강에 관한 부분까지를 아우르는 것이 주거 인테리어 다.

그냥 예쁘다고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인테리어는 돈을 좀 들여서 해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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