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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선오름 Jul 13. 2024

딸아 라때는 말이야 40

조류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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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공포증     


딸아.     

오늘 늘 아침 등굣길에 인도 위로 왔다 갔다 하는 비둘기를 보곤 너는 멈칫했지.

앞에 가던 엄마와 아이도 천하태평인 비둘기를 피하느라 갈팡질팡.

아빠가 그냥 앞서가니 네가 안 따라오는 거야.

뒤돌아보니 너는 아까처럼 오락가락하는 비둘기들을 피해 우왕좌왕.

그래서 아빠는 그냥 쫓아내려는 마음으로 통통한 놈을 향해 발길질을 했는데... 어라? 발 끝에 발차기 맛이 제법 나는 거야.

오랜만에 쓰는 태권도 앞차기가 먹히다니.

푸드덕 거리며 도망치는 비둘기 아래로 잔털이 제법 날렸지.

넌 멍 해서 가만히 있고.

그때 등교가 바쁜 시간이라 그냥 보내긴 했었지.     



글쎄. 하필 그런 유전자는 이상하게 내려가는구나.

엄마의 먼 조상 어딘가에 조류공포증이 있었던 DNA가 내려온 건가.

몇 번 얘기했었지만 아빠가 초, 중학생 때는 정말 야위고 작고 늘 책이나 보는 골샌님이었다고 했지.

하지만 그때도 큰 애들은 무서워도 개, 고양이, 쥐, 닭 같은 건 무서운 게 없었어.

아마도 어릴 적부터 자라며 보아와서 그런지 모르지만, 다 자라서 군대에 가서도 생전 처음 보는 뱀도 때려잡고 황소개구리도 때려잡을 정도로 별 느낌이 없었으니까 비둘기 따위야.

닭과 오리도 직접 식용으로 잡아봤는데.     

비둘기가 유해조수로 지정된 지가 15년인데 아직도 비둘기 먹이를 휘휘 날려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도 유해조수 중 하나로 지정해야 하나 싶다.


사람들 중에서 조류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그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고 해.

어릴 적 경함의 트라우마 같은 것을 들기도 하고 어쩌고 하는데,

아빠 생각에는 오히려 선천적으로는 조류에 대한 예민한 방어본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몽골이나 히말라야 등지에서 큰 독수리가 요람에 누워있는 아기나 아장아장 걷는 유아들을 채어 사냥감으로 쓰는 경우가 없지 않으니까.

게다가 새는 기본적으로 지능이 좋은 편이지만, 먹는 것에 대하여는 구분을 안 해.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뭐든 먹지. 사람이건 뭐건. 모래주머니가 있고 위산이 강력한 편이라 뭐든 소화하지.

게다가 그 배설물도 엄청나게 독해서 교량이 붕괴할 지경도 되고 주차한 차 위에 떨어진 새똥을 그냥 놔두면 차의 도색도 녹일 정도란다.   

  

구아노 전쟁 = 일명'새똥섬' 탈취 전쟁


고고학적으로 공룡과 인류가 공존한 시대는 없지만, 아빠의 제멋대로 상상력에 의하면 인류는 과거 공룡이란 존재가 새로 진화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

즉 새는 애초부터 포식자로 태어났다는 것이지.

아빠 어릴 때 서울치곤 변두리라 집에서 토종닭을 키웠었어.

색깔이 아주 화려한 놈이지. 그런데 이놈이 아랫집에 사는 아이가 (아파트 아니야. 산동네에서 아빠네 집이 좀 높은 지대였고 걔네 집은 좀 낮았거든) 집에 놀러 오면 가차 없이 쪼아대는 거야. 게다가 뛰어오르며 눈을 공격하려고 하는 거지.

그러다 아빠가 달려가 냅다 발로 차버리면 꼬꽥!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곤 했어.

도시에서도 보통 까치나 까마귀들이 번식기가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행인들의 머리를 공격하곤 하지.

뭐 동물의 본능이니 이해하지만, 좋은 건 아니지.

게다가 그놈의 비둘쥐.

이건 뭐 한강 편의점 라면쓰레기 처리하는 곳에 가면 너무나도 뻔뻔하게 대놓고 앉아 있어서 다가간 사람이 민망할 지경 아니냐.     

네가 잘 알다시피 아빠는 진화가 덜 되어서 모든 나는 것들.

예컨대 파리, 모기, 하루살이, 비둘기 그 모든 것을 보면 바로 손이 나가지.

아빠는 전생에 고양이였거나 고양잇과 동물이었는지 모르겠다.

뭐든 눈앞에 어른대면 일단 손이 먼저 나간단 말이야. 그게 말벌이든 땅벌이든 상관없이.

게다가 서울촌놈이 군대, 그것도 강원도 최전방에 가서야 처음 보는 뱀도 사정없이 회초리로 때려잡았었으니 아빠도 참 신기하다고 생각은 해.

아빤 아마 포식자 본능이 있는가 보다.   

  


어쨌든, 너에게 비둘기를 무서워하지 말아라 하고 얘기는 안 해.

본능이라 고쳐지거나 바뀌는 건 아닐 거니.
 오히려 아빠는 인간에게 조류공포증은 기본이지만 후천적으로 조류에 노출이 많이 된 사람들이 조류에 대해 무서움이 없다고 생각한단다.

뭐 어떤 여행자가 스페인에 여행을 가서 보았는데 한 노인이 광장에서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나눠주다가 주변을 살피더니 비둘기 중에 통통한 놈 몇 마리를 붙잡아 자루에 넣었다더구나.

놀란 관광객이 저녁에 만난 스페인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심드렁하게 ‘ 거 뭐 지금쯤 누군가의 뱃속에 있겠지’ 하더란다.

실제로 유럽의 고급 레스토랑에는 비둘기 요리가 메인인 경우도 많고.

아빠도 뭐, 치킨과 별반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비위생적인 닭장에 갇혀 키워지는 닭보다는 차라리 키워서 잡아먹는 비둘기가 낫다고 생각해.

왜냐면, 비둘기는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가 태어난 새우리에서 문을 열어놓으면 밖에 나가 실컷 먹이활동도 하고 놀다가 저녁이 되면 알아서 우리로 돌아온단 말이지.     

왼쪽 프렌치 레스토랑 비둘기 요리   오른쪽 중국 광저우 비둘기 구이


아빠는 비둘기든 까마귀든 까치든, 자연에서 살아야 할 생물이 도시에서 인간과 어울려 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

시골이야 상관없지. 자연에 인간이 기대어 사는 거니까.

하지만 도시는 인간이 만들어서 유지하는 인공시설이거든,.

그곳에 자연에서 온 동물들이 사는 건 그들도 인간도 좋지 않아.

서울에 이토록 많은 건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랍시고 1986년 아시안 게임 때 비둘기 3천 마리를 하늘에 풀어서 그렇다는구나.

사실인지는 아빠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는 유달리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비둘기의 어떤 면이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옛날부터 비둘기를 전서구 傳書鳩라고 하여 몰래 편지를 보내거나 전쟁 때도 비밀임무를 수행하는데 썼었는데 평화라니?

1차 대전 비둘기 통신                                                                            중국 난징 조류독감접종

영 마땅치 않구나.

이것 조차도 인재 人災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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