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능선오름 Jul 21. 2024

두 바퀴 위의 단상

엘리트세요?

엘리트가 뭐니     


" 프로파간다 프레임 젠트리피케이션 레볼루션 리젠티즘 노마드 에그플레이션 스티그플레이션 너튜브 하드코어 엑조틱 고져스 리커버 앤티크 올드 레트로 블루컬러 라이더 에고이즘 뉴에이지 티브이 오디오 bgm ost 마타도어 핫플레이스  "

   

‘그 사람에게 리젠티즘을 추구하는 거냐고 물으니 억지 프레임을 씌운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 사고방식이 오히려 고져스하다는 뜻인데 왜 그러냐 하고 대답했죠. 그런 방식의 프로파간다는 자신에게 안 통한다고요.

그때 스피커에는 레트로풍의 이름 모를 노래가 흘러나왔어요. 뭔가 고져스하면서도 엑조틱 한, 하지만 가수는 요즘 가수였으니 아마도 리커버 한 거겠죠?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음이라 뭘까 생각해 보니 요새 유행하는 웹툰 원작의 드라마에서 ost로 나온 것 같아요. ’     


조금 억지스러운 문장이지만, 요즈음 사회에서 좀 배웠다, 엘리트 다 하면 이런 외래어를 어느 정도 사용하고 알아들어야 인정받는다.     

예컨대 ‘ 핫플레이스가 많아질수록 젠트리피케이션이 늘어난다’라는 용어를 대체하면 어찌 될까?

소규모 자영업 매장들이 인기가 많아지면 대기업 계열의 매장들이 입점하여 임대료가 상승되므로 오히려 그 지역을 활성화시킨 자영업자들은 변두리 지역으로 쫓겨난다.

정도의 길이로 늘어지게 되긴 할 거다.     

시사용어 사전이 출간되고, 실제로 대기업에서는 필기시험 과목의 하나이기도 하며 면접 때 면접관의 질문도 그런 용어들을 얹어서 하게 되니 몰라도 문제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일단 ‘엘리트’ 하면 뭔가 지식인이자 선한, 사회를 위해 주도적인 모범을 보이는 ‘계층’이라고 인식하지 않나? 일단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자.

Elite

1.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 정예

2. 사회 지도층, 지배 계급

3. 최고 중의 최고     

단어에서도 일단 지배계급, 사회지도층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언어 사용능력이나 표현하는 법에 있어서 엘리트 계급은 계급에 걸맞은 어휘와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암묵적인 인정이다.

게다가 요즘은 ‘공인’이라는 단어까지 곁들여져서 엘리트 = 공인이라는 식의 이해도도 있다.

그렇다면 공인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공인 「명사」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

¶ 공무원은 공인으로서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관련 어휘」 사인 05(私人).

공적인 일. 여기서 공적이란 국립국어원은 '공인(公人)'을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공적(公的)'을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또는 그런 것'으로 뜻풀이하고 있다.

그러므로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 혹은 방송인이 그야말로 ‘공적’인 자리와 매체에서 ‘공인으로서 사회에 물의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괴이한 일이다.

그들은 ‘셀럽’ 한국어로 “유명인(有名人)은 특정한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유명인이 많은 직종, 업종 종사자라고 해도 유명도가 떨어지는 사람이 당연히 훨씬 많다. 정식 영어 표현은 celebrity지만 영어권에서도 줄여서 celeb이라고 부르는데, 2010년대 후반 이후 한국에서도 이 영어 축약어를 받아들인 ‘셀럽’이라는 표현이 정착한 상황이다.”     


자기가 공인이 아닌데 스스로 공인이라 자칭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를 높이는 것과 같다.

대체로 음주운전이나 도박 혐의로 기소 중인 유명인들이 공인 운운하며 셀프 기자회견을 한다.

그렇게 따지다 보면 엘리트 = 고위 공무원 = 유명인  이런 등식이 나오려나.

개인적으론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음주운전이나 사생활문제나 욕설이나 폭행으로 오르내리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반 뉴스에 말이다.


그건 그들의 사생활이자 공인이 아닌 이상 뉴스 사회면에 오르내릴 일이 아니다.

당연히 사법적 잣대는 동일하게 하되 연예기사 가십난에나 나오면 맞는 정도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게 아니라는 거다.

그들이 공공연히 마약 판매를 했거나 살인강도를 하거나 한 게 아닌 이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만취운전, 도박, 욕설, 폭력 같은 건 어지간히 강도가 세지 않은 이상 뉴스에도 안 나오지 않나?

‘공인’도 아닌 사람을 ‘공인’처럼 끌어다가 방송에서 공개재판을 하듯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유명인은 영향력은 물론 있으나, 엘리트 계층은 아니다.

“ 마르크스주의의 경우 계급은 세습되며 계급 간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반면, 엘리트주의의 경우 계층은 세습되지 않으며 계층 간 사다리를 이용하여 순환하는 구조라고 보면서도, 양쪽 모두 엘리트의 존재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 ‘선량’ 들을 보면 한국 최고의 명문대를 나오고 보통의 국민 대비 월등히 높은 공적 지위와 많은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음에도 국회 안에서는 우스울 정도로 치졸한 욕설이나 초등생 같은 행태를 보이니 그들은 ‘엘리트’라 부르긴 어렵겠다.

‘국민께서 원하셔서’라는 말이 얼마나 형식적인 것인가는 누구나 다 안다.

과거 공산주의 체제국가에서도 늘 ‘인민이 원하는 대로’라고 부르짖었으니까.


저기 파주 연천 건너 북방향의 집단은 예외로 하자. 거긴 이미 공산주의 사회주의 뭐 이런 범주를 떠난 지 한참 되었으니까.     

오히려 북한은 거의 공식적인 엘리트주의 국가이긴 하다.

체제의 지도자는 신적인 존재로서 인민을 구원한다. 엘리트주의는 선민사상과 일맥상통하고 엘리트는 당 간부로 대표되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엘리트로 가는 관문이 세 가지 갈래길이 있다.

첫 번째는 대대손손 이어내려오는 것이다. 즉 ‘선민주의’에 가깝다.

아직도 가문의 영광 운운하며 이어가는 집안은 의외로 많으니까.

두 번째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일반적인 성공이 아닌 최소 중견기업 이상으로. 경제력이 밑받침이 되면 애초에 못 배웠던 상황이라 해도 온갖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주어가며 모신다. 강의도 들어온다. 강의의 요체는 ‘어떻게 나같이 무식? 한 사람이 돈을 그리 많이 벌었을까 ’이다.

그리고 그 강의들은 대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처세술/ 성공의 기술’ 같은 부류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 하는 사소함 들이다.

세 번째는 바로 대학입시 다.

아무 배경도, 아무 한계도 없이 오직 수험점수로 계층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과거 사법고시가 존재했을 때 찢어지게 가난했던 한 대학생은 재학 중에 행정, 외무. 사법 고시 3관왕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엘리트’ 계층으로 편입되었다.


본인의 의사였을지 아닌지는 모르나, 이미 확고한 기반이 있던 엘리트 가문에서 그 친구를 거두어 주었으니까.

근래에 재벌가의 딸과 드라마틱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던 ‘평범남’ 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대체로 재벌가 자제가 연예인과 결혼한 케이스는 결말이 그리 좋지는 않다.

‘진짜’ 엘리트. 뼛속부터 타고난 첫 번째 나 두 번째 엘리트들은 유명인이나 세 번째 엘리트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태어나서 전철표 한 번 끊어본 적도 없고, 스스로 돈 지불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 사실이다.

60이 넘도록 ‘그들만의 세상’에서만 살아와서 일반인의 세상에 무지한 경우다.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프랑스의 마리 앙트와네트가 군중이 배가 고파서 반란을 일으킨다고 하자, 그러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나요? 했다는 이야기.

실제로 그런 식의 순수한? 뇌구조를 가진 엘리트 2세, 3세 들이 제법 많다.

그들은 태어나서 자신들의 혈통들 외에 타인이나 피지배층에서 NO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NO라는 단어에 몹시 거부감이 심하다.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별로 믿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적인 ‘공인’은 정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영향력이 오락가락 하지만, 경제적인 세습 엘리트들은 그런 게 별로 없다.

때문에 정치적으로 ‘공인’ 이 된 사람들이 온갖 수단으로 돈을 축적하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고.     

과거 2 스타까지 올라갔던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다.

군대에서 하늘의 별따기라는 자리에 올라가면 수십 가지가 바뀐다고.

단순히 계급장, 군복, 군화부터 시작해서 금융권이나 사회에서의 대우까지.

군벌 엘리트가 되는 것이다.

그랬다가 별 준비 없이 전역을 하면, 물론 연금은 나오지만 그 돈으로 캐디를 써가며 골프를 즐길 여유는 안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과거 군 엘리트시절에 함께 라운딩을 하던 지역유지나 공무원, 국회의원들의 모임에 더는 나가기 어렵다고 고백했었다.

그런 군출신 선배들을 보았던 장성들은 당연히 선배가 겪은 계층하락? 과 굴욕을 안 겪으려 할 것이고.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렇다.     

로댕 작 . 칼레의 시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귀족은 의무를 진다"는 뜻의 프랑스어 표현이다.

이 표현은 프랑스의 작가 겸 정치가인, 레비 공작 피에르 가스통 마르크(Pierre Marc Gaston de Lévis. 1764-1830)가 <격률과 교훈>(Maximes et réflexions sur différents sujets)(1808)이라는 책에서 처음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와 권력은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수반한다는 의미를 가지며, 주로 사회 지도층 혹은 상류층이 사회적 위치에 걸맞은 모범을 보이는 행위를 표현할 때, 혹은 그것에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던 표현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 자체가 기득권 계급과 그렇지 않은 위치의 계급 격차를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시민 사회에서 의무와 권리는 항상 똑같이 다니게 되므로, 기득권층의 이런 의무는 결국 그들이 기득권을 가지는 것을 합리화시키고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 “     

스스로 쓴 글을 돌아보니 나 역시  가십, 셀프 기자회견. 케이스, 선량 등 유식해? 보이려 하는 용어를 나도 모르게 사용했다.

자가비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 바퀴 위의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