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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선오름 Aug 03. 2024

두 바퀴 위의 단상

헬강의 소나타

두 바퀴 위의 단상


오랜만에 한강 자전거도로를 나섰습니다.

폭염주의보라고 하는데, 원래 청개구리 같은 심성이라 극한의 라이딩을 나서봅니다. 그래봤자 시속 15km 남짓한 초기화된 몸뚱이에 아직도 약을 먹고 있는 주제에 말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있으면 당연히 몸뚱이 가 더 퇴화 될 것이므로 게으른 몸을 채근하여 나섰습니다.  


그래도 이 더운 날 미친 듯 질주하는 로드 사이클족은 여전히 많습니다.  

사이클 타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한강 자전거도로는 제한속도가 20km입니다.

제가 자전거 경력이라야 보잘것없고, 타는 자전거도 늘 느릿한 미니벨로를 선호하지만 항상 한강에 나가보면 열에 일고여덟, 사고현장을 목격했었습니다.

비좁은 자전거도로를 급히 달리는 119 구급차도 많이 보았고요.

피를 흘리며 자도 바닥에 누워있는, 볕에 그을린 건장한 젊은이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대개 크게 다친 사람들은 젊은이입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당황한 모습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있는 노인분이 계시죠. 일반화는 아니어도 대체로 8,90%입니다.

사건의 경위는 대개 MTB로 천천히,  그리고 뒤도 옆도 안 보고 서행하는 노인을 빠른 속도로 추월하던 로드 바이크 젊은이들이 갑자기 와리가리 하는 철티비(MTB를 자전거쟁이들은 철티비라고 부릅니다. 물론 철이 아니지만 워낙 무겁고 튼튼해서라고 짐작합니다)를 피하다 균형을 잃고 낙차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결국은 속도가 빠르고, 서로 주행규칙을 안 지켜서입니다. 제가 겪은 적도 몇 번 있는데 노인분들은 주변을 안 봅니다. 젊어도 따릉이 타시는 분들 중에 헬멧 안 쓰는 분들도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잠시 멈췄다가 무작정 좌회전을 하거나, 내려서 걷다 말고 무작정 좌향좌, 무단횡단 합니다.

그러면 뒤에서 막 추월하려던 라이더들은 십중팔구 추돌, 혹은 낙차 합니다.

잘하면 죽습니다. 아니어도 중상이 많습니다. 고전역학대로 무식하게? 계산하면 F=ma. 로드라이더 체중이 80이고 속도가 30이라면 계산식은 복잡하고 반발계수가 어쩌고.... 암튼 대충 240kg.m/sec정도 일 것 같은데.... 여러 변수는 있지만  시속  30km로 움직이는 자동차에 부딪친 것보단 작지만, 맨몸으로 바닥에 낙차 하는 것이고 자동차 사고는 내가 달려가 때려 박는 건 아니니 충격량도 크죠.

평생 자전거 못 타게 된 사람도 봤습니다. 그런데 왜 주말 라이딩에 청춘과 인생을 걸지???

개인견해로는 이렇습니다.

죽지도 않고 평생 타인의 도움으로 먹는 것, 배설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오면 후회 않을 자신이 있나. 그러면 내일이 없듯 달려야죠. 요즘 십 대들 중에 따릉이나 공유 전동킥보드로 인도에서 충돌직전까지 묘기 운전을 하며 경찰에도 일부러 퍽큐를 날리며 도망가는 셀프쇼츠가 유행이라고 하네요.

행인은 또 뭔 죕니까.

인도로 질주한 자동차들과 갑자기 전철역에서 칼 휘두른 자와 뭐가 다르죠?

갑자기 매드맥스 1편이 떠오르네요. 멜 깁슨이 완전 청춘 때 찍었던.

철없는 10대라기에는 민폐가 너무 큽니다.

누군가의 삶을 끝낼지도 모르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또 촉법 어쩌고겠죠.

이건, 제 자식이어도 호적에서 파야할 행동이고요.

한강이 더우니 보통 봄가을 자도보단 주말인데도 덜 붐빕니다. 시즌에는 '헬강' 이라 불리거든요.

근데 여기도 참 빌런들이...

질주하는 로드 말고도 웃통을 정말 까고? 타는 아재들이 꽤 있네요.

몸매에 자신이 있는 건지, 그러면 덜 덥다고 생각하는 건지... 옷 없이 땡볕에서 라이딩하는 게 별로 시원하진 않습니다만.


빌런들이네요.

갠적으로 저는 20km 이하로 달리는데 블루투스 스피커를 장착해서 아주 시끄럽게 노래를 트는 빌런입니다.

물론 저도 큰소리로 트롯메들리 틀고 천천히 서행하는 아재들 싫어합니다.

하지만, 벨을 울려도 귀에 이어폰 틀어막고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경고라도 하려고 그렇게 합니다.

이를테면 악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셈이죠.

빌런이 빌런을 양산하는 겁니다.

한강에서 그룹 퀸의 노래를 메들리로 틀며 고음불가 목소리로 꽥꽥 따라 부르는 남자가 보이면 접니다.

오해 마시고요. 술 안 먹었고요.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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