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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선오름 Jul 17. 2024

얼리어답터 讞利於答攄 외전 10

디자인과 실용성 사이

얼리어답터 讞利於答攄 외전 10     

디자인과 실용성 사이     

 

발뮤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생기니 주저 없이 선택을 하곤 했었다. 과거형이다.

그린팬의 실용성과 디자인에 감탄해서 커피포트를 샀다.

어... 근데... 너무 작다....

이걸로는 많이 끓여도 컵라면 2개 분량 물 정도? 일거다.

특히 나쁜 점은 포트를 기울여 물을 따라내다 보면 왈칵 뚜껑이 열려 쏟아지는 낭패가 있다.

모양을 보면 딱 ‘다도 茶道’ 하기 좋은 모양이다.

쫄쫄 존 맞는데 사발면용은 아니고, 그냥 이쁘기만 하다.

원래 쓰던 드롱기 포트로 바꿔버려서 창고에서 먼지 쓰고 있다.     


마찬가지로 발뮤다에서 그린팬 다음으로 유명할 토스트기가 있다.

모양도 심플하고, 게다가 약간 레트로풍으로 만든 좌우 다이얼 스위치 디자인도 직관적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전면부 상부에 정말 앙증맞은 조그만 컵으로 물 한 잔? 실제로는 한 스푼 양인데, 그걸 넣으면 겉바속촉의 이상적인 토스트가 된다고 한다.

그랬는데... 이전 토스트기 보다 좋은 건 좀 큰 빵.

예컨대 깜빠뉴 혹은 통밀빵, 바게트 등등 부피 볼륨이 큰 빵도 구울 수 있어서 미니 오븐 같아서 좋다.

근데. 토스터 바닥이 너무나 지저분해진다.

물론 맨 밑에 청소용 트레이를 꺼내어 세척하면 된다.

문제는 빵을 올리는 그릴타입 트레이 아래로 석영발열기가 있다는 것이다.

발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굽는 형식인데, 이게 빵에 뭐라도 기름기가 좀 있으면 열기에 흘러내려서 석영 튜브에 달라붙어 검게 타 버린다. 그건 닦기도 어렵고 잘 안 닦여서 피곤함을 자처한 꼴이다.     


사실 두 제품 다. 

일본에서 계속 진행 중인 홀로 살기에 딱 맞긴 하다.

비좁은 일본 주택형태에서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콤팩트하게 혼자 빵 데워서 혼자 차 한잔 마시기에 좋다.

우리나라도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니 괜찮을까?

하지만, 기능으로 따져보면 가격이 너무 높지.

독일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고 어쩌고 하지만 기능성은 영... 그렇다.


SNS나 블로그 같은 곳에서 보면 두 제품에 대한 찬양 후기가 많이 올라와있다.

음.... 모르지만 몇 달 안 써본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일단 토스터는 기능성이 있다.

분명 볼륨 있는 빵을 구울 수 있다는 건 드롱기 토스터와는 완전 차별이 되는 구조가 맞다.

그런데 보통 블로그에 나오는 것처럼 빵 위에 버터 듬뿍 얹고 녹이면.... 아래의 발열체 표면에 많은 얼룩이 나올 거다.

5CC짜리 쬐만한 컵은 너무 작아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지금은 그냥 컵에서 물 찔끔 따라서 쓴다.     

그리고 이 디자인들을 엄청 오랜 시간을 걸려서 무려 3000장 넘게 스케치를 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블로거들은 발뮤다 홈피에 나오는 자화자찬을 옮겨 자랑한다.

하지만, 드립 커피가 유행하던 시절.

그러니까 1940년대~70년대 까지 그런 디자인의 커피포트는 제법 많았다.

그러니 제발 독창적 디자인 운운은 말아달라.

디자인계에서 듣도 보도 못하던 디자인이 몇 개나 된다고.

게다가 그 토스터기.

예쁘지만 혁신적은 아니다.

비슷한 용도, 비슷한 구조의 전기 토스터기가 이미 1960년대에도 미쿡에 많았다니까.

발뮤다는 기존의 디자인을 더 디테일하게, 더 최신의 부속으로 만든 건 맞지만 그 정도 가격대의 기능을 가지고 있진 못하다.

과대평가가 맞다.     

이 정도의 제품 마감성 정도는 이미 1980년대 SONY, AIWA의 휴대용 레코더에서도 나왔었다.

금속면에 대한 마감처리, 도색의 품질, 플라스틱 하드웨어 모두 신기술은 아니다.

다음번에 언급할 유명 청소기 제품과 유사성이 있다.     

뭐 발뮤다 제품이 예쁜 건 인정.

아이디어도 인정.


하지만 가성비는 많이 떨어지고,

그들이 주장하는 디자인 완성도는 갑자기 니온건 아니라는 거다.

발뮤다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영리하다.

제품도 제품이지만 그 제품을 담는 패키징을 아주 영리하게 했다.

패키징 방법은 마치 애플사의 과도한 패키징처럼 견고하고 뭔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친환경적이라고 할 순 없다.

지나치게 과장된 패키징 때문에 쓰레기 나오는 게 장난 아니다.     


보통 ‘광신도’로 표현되는 '애플빠' 들이 외치는 디자인 애플의 제품들도 그 원류는 SONY의 디자인 철학에서 비롯되었음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잡스는 원래 디자이너도 아니었고 초기 MAC 제품들 또한 그러하다.

그가 SONY의 디자인에 감명을 받아 그런 디자인 방향성을 추구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소니 공장도 자주 방문했었고, 그 영향으로 소니직원들처럼 애플의 직원들에게 유니폼을 입히려고 했다가 온갖 욕을 다 듣고 못했었다는 일화는 잡스 전기에 나온다.

그래서 잡스만의 유니폼을 만들겠다 결심하곤 이미 단품이 되었던 이세이 미야케의 터틀넥 스웨터를 디자이너를 찾아가 수백 장 주문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 장에 백만 원짜리이니 그다지 검소해서는 아니다.

그런 방식으로 잡스는 자신을 ‘브랜드’로 만든 것이다.

발뮤다 역시 그런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이제 휴대전화까지 만들겠다고 하니 글쎄다. 안 망하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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