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초딩생활 14

급식 우유는 싫어!

by 능선오름

- 아빠. 나 이제 고학년이야.

- 어 그렇구나. 새 학기가 되었으니까.

- 음... 이제 학교에서도 언니, 누나가 되었으니 어린이 시절은 끝이네.

- 뭘, 너 중학교 가면 1학년때는 중학교 저학년이잖아.


새 학기가 되니 좋기도 하지만 지친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1학년 때부터 줄곧 5층 교실을 배정받는 바람에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너무 힘들다.

승강기가 있긴 하지만 아픈 게 아니면 절대 타지 말라고 하니까 타지도 못하고.

새 학기가 좋은 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담임샘을 만나니 좋은데,

방학 내내 늦잠도 자고 마음껏 뒹굴대다 아침 일찍부터 등교를 해야 하니 지친다.

학교 끝나고 바로 피아노 학원과 수학학원을 갔다 오면 저녁시간이니 지친다.

저녁 먹고 학원숙제하면 바로 잠자야 하는 시간이 되어버리니 뒹굴거릴 시간도 없잖아.

게다가 4학년 때 같은 반 빌런들과 헤어지게 된 건 정말 좋은 일인데,

학년이 올라가니 또 다른 빌런들이 등장. 아. 짜증 나.

3학년 때 빌런이던 애들이 다시 같은 반으로 올라와서 짜증 난다.

하긴 반이라고 해봐야 5개 반이니 이래저래 나누다 보면 어딜 가도 빌런은 있다.


아빠가 말했다.

네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주변에 빌런은 항상 있다고.

빌런 보존의 법칙이 어쩌고 저쩌고.

그건 모르겠고, 어쨌든 빌런애들은 지겹다.

그냥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수업하고 놀고 그러면 좋을 건데.


- 아빠. 나 방과 후 활동, 미니어처 만들기 하고 3D 프린팅 하고 싶어.

- 미니어처는 괜찮은데 3D 프린팅은 안돼.

- 왜? 왜? 왜? 하고 싶은데?

- 그거 출력할 때 나오는 기체가 암 유발 가능성이 있대. 그러니 굳이 그걸 할 필요는 없잖아?

췟.

- 학년이 올라가니까 새로운 과목이 생겼어. 실과하고 보건위생 과목인데, 교과서 받고 쉬는 시간에 재민이하고 교과서 보다가 깜놀 했다니까?

- 왜?

- 보건위생 교과서에, 성교육 뭐 이런 게 있는데 그림이! 너무 적나라해서 완전 깜놀했어!

- 뭐, 이제 알아야 할 나이니까 수업에 있겠지.

- 그게 아냐~ 나도 배워야 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적나라해서 문제라니까?

- 어차피 배워야 하는 거니 그런 거 아닐까?

- 아냐~ 그 빌런애들은 그런 걸로 분명히 엄청 장난칠 거라고~

- 음.. 그건 그렇네.


아빠랑 얘기해 봤자 뭐 해결되는 게 없네.

그래도 한 가지 새 학기가 되어서 얻은 건 있다!

아빠에게 졸라서 우유 미급식 신청서를 받아낸 거다!


- 아침에도 우유를 먹고 가는데 학교에 가서 두 시간 만에 또 우유를 마시는 건 싫다니까.

- 배도 부른 데다 학교 급식우유는 포장부터 뭔가 비릿한 냄새가 난다니까.

- 야, 아빠 때는 그거 다 학교에 돈 낸 사람만 우유 마실 수 있었어. 학교에서 무료로 내주는데 왜 싫다고 그래?

아빠가 툴툴댔지만 조르고 졸라서 이제 먹기 싫은 급식 우유 안 먹어도 된다!

음....

새 학기에 좋은 거 하나 생겼네.

급식 우유 안 먹게 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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