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바퀴 위의 단상

아차차차

by 능선오름


오전 일찍부터 점심시간 이후까지 기술원 출장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연달아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젊은 직원 둘 때문에 골치가 아파서,

인수인계받을 사항과 내일까지 근무할 직원과 내일 현장 동행을 하여 인수인계를 들어야 할 상황들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렇게 고갯길을 넘어서.... 양녕로 사거리 적신호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쾅!

갑자기 울컥 차량이 밀리면서 반사적으로 더 세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

악! 혹은 어? 혹은 으악? 혹은 뭐야! 가 아닌.

이런 xx 평소에도 잘하지 않는 쌍욕이 나온 것이다.

오래전에 천안 산업도로 횡단보도 앞 적신호 멈춤 때 2.5톤 차가 뒤를 들이받아 횡단보도 너머까지 차가 날아갔을 때도 그랬다.

일단 이런 xx 하고 욕지거리를 내뱉곤 나와서 차를 돌아보니 뒷좌석이 없었다.

이런.

그 차는 결국 출고 6개월 만에 폐차를 했는데... 몸은 별이상이 없어서 그 자리에서 상대차 보험 렌터카를 불러서 가던 길을 갔다. 거래처 장모님 상갓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택경찰서에 가서 사고 진술을 하는데 경관이 그랬다.

차 상태를 보았어서 병원에 계실 줄 알았는데 왜 돌아다니냐고.


그러고 보면 평소에 그리 쌍욕을 하지 않아서 주변서 점잖다곤 하는데,

아마도 내 DNA 어딘가에는 돌발상황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쌍욕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나가서 보니, 내 차 뒤에는 BMW, 그 뒤엔 벨로스터가 구겨져 있고 마지막에 검은색 그랜저가 벨로스터 뒷좌석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운전자들이 크게 다치진 않았는데 어찌할까 싶어 일단 사진부터 찍는 새 BMW 차주가 경찰을 부른 모양이었다.

그런데 누가 봐도 모양새가 그렇고, 가해차량도 다 자기 잘못이라고 하는데.....

경찰이 나부터 음주측정을 하네????

이 뭔.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운전면허증을 전부 제출하고, 가해차 보험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그냥 그 상황이 슬슬 짜증스러웠다.

아무리 피해차라고 하고 렌터카를 대여해 주고 차를 고치고 어쩌고 병원을 가고...

이 무슨 시간의 피해인가 싶어서.

안 그래도 바쁜데 이런저런 일처리가 더 생긴 것 아닌가.

사무실에 일단 돌아와서 블랙박스를 틀어보니,

내가 정차하고 있던 횡단보도에 그 사고 순간에 사람들이 지나가다 멈칫, 하곤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아. 내가 오늘 운이 좋았구나.


만약.

내가 정차선을 지키지 않고 횡단보도에 차량이 살짝 걸쳐있었거나.

좀 급한 마음에 사거리 진입을 빨리 했었거나.

그랬다면 어김없이 인사사고가 났을 것 아닌가.

법적으론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4중 추돌이라 해도 그로 인해 사람이 다쳤다면, 아찔한 일이다.

다친 사람도 문제고.

그저 정차하고 있었지만 사상사고에 대해 경찰에 불려 다니고.

온갖 상황들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게다가 최초 가해차량이 음주운전 이거나, 무보험 차량이었거나 등등...

최악의 변수는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오늘 하루 비록 차를 센터에 맡기고 렌터카를 대여받고 병원에 가서 검진과 치료를 받는 번거로움은 있었으나.

그래도 오늘 하루에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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