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위의 단상

임진강 특파원 뉘우스

by 능선오름

올해는 라이딩 횟수도 적고 시간 없음을 핑계로 딱히 하는 운동도 없다 보니, 배둘레햄이 가관이군요.

해서 무작정 임진각을 한 번 보고 오기로 했습니다.

임진각에 별다른 사연은 없지만... 17사단 오두산 관망대 소초에서 소대장 실습을 할 때도 근처인데 못 가봐서요.

처음 출발 때는 어제 비가 내려서인지 공기도 맑고 선선하고,

햇볕도 눈이 부시게 밝아서 꽤 기대에 부풀어 달려 보았습니다.

헤이리 몇 번 다녀온 기억으로 행주대교를 건너 평화누리길을 가다 보니

어? 평화누리길이 연장 개방 되었네요.

덕분에 일산 초입에서 토끼굴로 내려갔다 킨텍스에서 다시 길을 찾는 수고로움이 확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두컴컴한 토끼굴로 나가 농로를 한참 달리다 킨텍스 근처에서 다시 일산으로 올랐다가 중간에서 이어지는 평화누리길을 찾아야 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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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왼편에 철조망을 두고 곧게 뻗은 길을 계속 가다 보니 탄천길 성남비행장 옆 순례자의 길 못지않게 고적합니다.

가보진 못했지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렇다더군요.

끝없이 펼쳐지는 단조로운 평화의 길.

그래서 더 자기 자신에 몰두하며,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를 삶의 무게로 실감하며 걷는다고.

이 길이 딱 그렇습니다.

바닥상태가 좋다 나쁘다 해서인지 팀플 라이더들도 없고.

엠티비 그룹도 없고.

그야말로 거의 홀로 가고 오고 하니 득도할 것 같군요.

게다가 길어질수록 엉덩이가 아파오기 시작하니 고독한 통증에 낑낑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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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은 의외로 관광버스가 많았습니다.

월미도 놀이공원 정도? 되는 작은 놀이공원도 있고요.

북한에서도 보일 것이니 일부러 놀이공원을 만들었나? 싶습니다.

여기도 철원처럼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비석과 새것처럼 번쩍이는 증기기관차 모델이 있네요.

할리 데이비슨 아조씨들이 떼로 몰려와 있기도 하고.

매점에서는 DMZ 기념 티셔츠와 모자를 팔고 있습니다.

갈 때는 평화누리길 이정표가 이따금 와리가리 해서 카카오맵에 의지하여 간신히 도착.

그랬더니 핸펀 배터리가 5%.


덕분에 올 때 시원찮은 기억을 더듬어 오다가.. 뭔 산을 넘었네요.

엉덩이 통증과 씨름하며 돌아오는 길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래도 오가는 내내 아카시아 꽃 향기가 그득하고,

날도 적당히 선선하여 좋은 코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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