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의 존엄함
고장 난 2호선 지하철 때문에.
언제 고쳐질지 모른다는 역무원 때문에.
도리없이 택시를 타러 나오는 바람에.
사천사백 원을 공연히 날려먹다.
한참 후 다시 살아난 2호선을 타고
억울한 사천사백 원을 돌려받을 곳이 안 보여
투덜대며 내려온 계단 아래로
몇 시간 전에도 보이던 꼬부랑 할매가
불쑥 전단지 한 장을 내민다.
슬쩍 귀찮아하는. 나 자신의 정의에 흠칫.
그냥 움켜쥐듯 받은 전단지를 보니
할매는 평생 구경도 안 했을 PT를 팔고 있다.
숭고하구나. 돈을 번다는 건.
존엄한 할매 앞에서 문득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