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족이 된다는 것
아이가 갑자기 제주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원래 비행공포증이 심해서 어르고 달래도 막무가내로 거부하던 아이가 갑자기 해외?를 가자고 하니 마침 연휴기간이 끼어서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제주행을 결정했다.
서귀포 칼 호텔에서 5박.
아이는 제주에 세 번째 오는 것이니 이제 들러볼 곳도 딱히 있는 건 아닌데, 반 아이들이 연휴 때마다 어딜 다녀왔노라 자랑하는 게 부러웠던 모양이다.
같은 값이면 일본에 가자니 그 정도 마음의 준비는 아직 안되어있단다.
그렇게 내려왔고 온 김에 자전거도 빌려서 해안도로 일주라도 해보리라 마음먹었는데….
평소에 자주 타던 브롬톤을 일부러 골라서 놀멍 쉬멍 라이딩을 꿈꾸었는데….
같은 종류의 자전거라고 하기엔 너무나 불쌍해 보이는 브롬톤을 가지고 준다.
아무리 렌털용이지만 너무한다 싶었다.
거의 폐차 수준 아닌가? 할 정도로.
게다가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제주도에 있는 면세매장 실측을 하게 되었다.
온 김에, 가 된 것이다.
그렇게 등 떠밀 린 노마드족이 되어서 호텔 비즈니스 센터에서 서류 작업도 하고, 또 어쩌다 보니 오늘은 제주에서 부산으로 가서 센텀에서 미팅을 하고 내일 오전에 돌아오게 되었다.
이쯤 되면 일을 하러 내려오는 김에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인지 아이와 내려온 김에 일들을 하는 건지 헷갈린다.
결국 불쌍하게 생긴 자전거는 타보지도 못하고 반납하게 생긴 모양이다.
아, 일 팔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