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라때는 말이야 44

세대차이는 없는 거야

by 능선오름

딸.

아빠는 요즘 직원문제로 고민이 아주 많아.

하긴 아빠가 사업을 하기 전에도 그전에 비슷한 인테리어 회사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에 대한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긴 했어.

게다가 요즘은 트렌드가 MZ세대다 뭐다 해서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이기적인 직원들을 모조리 MZ세대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대충 체념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이긴 해.

그런데 말야, 옛날 고대에도 문자로 남겨진 기록을 살펴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참...'이라고 남겨있다고 하니, 그때도 세대차이와 꼰대는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

소위 '대기업'에서 인사관리 등급에 올라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아빠의 거래처가 대개 대기업군이다 보니 대기업의 신입사원들이 어떠하고 그들의 시스템이 어떠한지는 곁눈으로 봐서 겉핥기 정도는 알고 있어.

하지만 현재 아빠가 운영하고 있는 작은 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서 아주 불리해. 모든 면에서.

대기업은 보통 힘들여 입사해야 하고 3수 4수까지도 한다고 하니 회사에 붙어 있으려는 성향이 있겠지.

그런데 내가 운영하는 것 같은 소기업들은 실업청년이 그렇게 많다고 해도 별로 지원자가 없어.

걸핏하면 나가려고 하지.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전에 아빠가 월급을 받으며 일했었던 인테리어 회사들 중 소위 메이저급 회사조차 그만두려고 하는 직원들을 잡아 놓을 수 있는 메리트는 전혀 없었던 것 같긴 하네.


이래 말하고 보니 결국은 '업종' '규모' '복지' '지속성' 등등이 문제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까놓고 말하면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 직원들은 아예 대기업에 지원조차 불가능한 스펙이라는 건 본인들도 잘 알고 있지.

한마디로 우리 회사 정도급 이상의 회사에 지원할 스펙과 이력이 부족하니 우리 회사에 이력서를 내는 거야.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빠가 직원으로서 일을 할 때도 그곳에 입사한 직원들은 평균 2년 이하의 기간만 채우고 그만두곤 했었어.

이유는 다양하고, 엇비슷한 다른 회사에 월급을 조금 높여가거나 직급을 높여가는 중간과정에 불과했던 거지.

어차피 인테리어 회사에서 종신 봉직을 해서 퇴직연금 받으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아빠는 그 회사에서 유일하게 10년간 근속을 한 사람이었는데 결과적으론 매우 미련했다는 평가를 들었어.

물론 아빠도 중간중간에 고만고만한 회사들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야.

하지만, 일단 아빠는 미련할 정도로 12년 개근을 한 사람이잖니.

크게 조건이 바뀌거나 하는 업무가 달라질 것이 없다면 거기서 거기이고 고만고만한 회사로 옮겨봐야 다를 게 없다는 게 아빠의 판단이었어.

그래서 거래처인 대기업 직원들 중에서는 아빠가 그 회사 대표의 친척인 걸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지.

거의 태반이 2년 주기로 바뀌는 인테리어 회사직원들 중에 유일하게, 그 직원이 사원 혹은 대리급 일 때부터 봐서 차장, 부장, 임원까지 오르는 과정을 본 유일한 거래처 "관계자'니까.


그런데 따져보면 그렇게 오래 한 회사에 있었기에 당시 대기업 거래처 담당들과 오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들도 내가 선택여지 없는 독립의 길로 들어섰을 때 신뢰를 가지고 일을 밀어줄 수 있었으니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싶어.

어쨌든 그들이 보기에 악조건에서도 오래도록 한 회사에서 그들이 성장하고 승진하는 과정을 함께 해왔으니 어느 정도 믿음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었던 것이지.

덕분에 등 떠밀려 시작한 사업 초창기에도 쉬지 않고 알아서 일감이 들어왔었으니, 그걸 노리고 일부러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싶어.

오히려, 아빠보다 나이가 적지만 일찌감치 삼십 대에 승부를 걸어보겠다며 용감하게 창업했던 친구들 대부분이 초창기 2,3년을 못 버티고 나가떨어졌던가 혹은 아빠 정도의 나이가 될 때까지 억지로 참고 버텼다가 결국은 그 세월들로 쌓인 영업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을 보면 일찍 창업하면 그만큼 주변의 신뢰가 적다는 반증 같기도 해.

대기업 담당들이 하는 말이 있었거든.

" 당신은 믿는다. 그러나 당신이 개업해서 이제 초반이라 아무 회사이력이 없는데 큰 프로젝트를 맡길 순 없다. 일단 결재라인에서 잘릴 테니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대기업의 거래란 기업 대 기업의 거래잖아.

그런데 기업 대 신뢰하는 개인? 에 대한 거래는 역부족이지.

그 대기업의 대표가 직접 인정하지 않는 한.

아빤 다행히, 아빠가 이전 회사에서 공사과장으로 일을 시작할 때 당시 거래처 영업부장님이 아빠가 독립하기 직전에 회사 대표이사로 승진을 한 덕택에 그 덕을 좀 봤었지.

그 또한 이전 회사에서 오래 다니지 않았었다면 올 수 없을 기회였고.


보통 이삼십 대 때는 자신이 만만하지.

스스로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착각도 좀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부족할 나이야.

그러다 보니 '열심히' '필사적으로' 일을 하면 빨리 성공도 하고 워라밸도 성취할 거라 오해를 해.

아빠가 봤을 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 '열심히' 일을 했었어.

그리고 '필사적으로' 승진과 좀 더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열심히 필사적으로 하는 건 그냥 '기본' 이야.

그런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와 적당한 '자기 홍보'가 추가되지 않는다면 도태되는 거야.


그런데 그게 꼭 대기업만 그런 게 아니야.

우리 같은 소기업일수록 '열심히' '잘' 하는 사람은 금방 눈에 띄게 되어있어.

인원이 많지 않으니 금방 그 사람의 수준과 실력이 드러나거든.

게다가 작은 조직이니 인사권이나 급여책정, 처우 등에 융통성이 많아서 자신만 잘하면 금방 지배적 위치로 오르기가 쉽지.

그런데.

아빠는 이전 회사에서도 그렇고 현재 운영 중인 회사까지 총 이십오 년 인테리어 소기업 안에서 일을 해보니,

생각보다 정말 얕은 생각이나 저렴한 마인드로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겪어본 것 같아.

결국에는 '전공자' '학력' '학교 성적' 타령을 안 할 수 없게 되는 거지.

출신이 좋은 대학이 아니어도 자기 전공 안에서 성적이 좋다는 것은 그 시절에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반증이거든.

그리고 전공자라 해도 결국 회사 안에 들어와서 새로 다 배워야 하는 건 맞지만, 비전공자에 비하여 인테리어 업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듣고 체험해 봐서 현장투입에 훨씬 적극적이라는 거지.


반면에 비전공으로 학원이나 국가지원기능기술원 같은 곳에서 6개월 이하의 교육을 받고 들어온 친구들은 아주 많이 모자라. 게다가 대부분 다른 분야의 직업 경험이 약간씩 있다 보니 그런 것들을 적용하여 비교하고 대충 을러대며 생활하려고 하는 경향도 없지 않지.


아빠가, 다음 회에는 정말 MSG 도 감미료도 0.0001% 하나 넣지 않고 실제 겪었던 직원들에 대한 경험담을 들려주지.

응? 듣기 싫다고?

그래도 딸아.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해.

왜냐하면, 아무리 사회가 변하고 세대차이가 난다고 해도 사회생활에서 살아남는 법칙은 크게 변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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