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라떼는 말이야 45

별의별

by 능선오름


아빠가 경험한 직원들 중에는 최악? 은 아니지만 이건 좀 너무한데.... 싶은 직원들이 있었어.

아빠 스스로 훌륭한 사장이라고 자처하진 않아.

그러기에는 아빠가 하고 있는 업종이 그리 쉬운 업종이 아닌 데다, 안정성은 좀 떨어지는 직종이거든.

그래도 아빠 나름대로는 매년 동종업계 연봉을 검색해서, 최소한 각 직원들이 어디 가서 월급 때문에 창피하진 않을 정도로 조정하고 있어.

그리고 업무상 비용은 모두 법인카드로 처리하게 하고, 법인차량으로 업무를 보도록 하고, 점심도 지급하고 등등.

아빠가 운영하는 규모에서는 규모 이상으로 대우를 하려고 애쓴다고 자부해.

업계 최초로 주 5일제를 시행했었고 ( 2008년 ) 코로나 이후 10시 30분 출근을 유지하고 있으니 나름대로는 깨인 경영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주변에서 좀 오버한다는 말도 들어.

물론 거기서 파생하는 금전적 손해가 없진 않지만, 아빠도 오래 직원 생활을 해봤기에 최대한 본인 스스로 회사생활 하면서 업무적인 것에 본인 돈을 쓰는 일은 없애려고 하는 거지.

하지만 사람 생각이 모두 같지는 않은 지라.


사례 1. 23세/ 경력 6개월/ 비전공자 가명 A

A : 우리 대표는 왜 매일 서서 일을 하지?

B : 허리가 안 좋아서 스탠딩 책상을 쓰니까 서서 일하는 건데?

A : 아냐. 내 생각에는 우리 일하는 거 종일 감시하는 거 같아.

A : 우리 회사 입사할 때 단체 상해보험 왜 들어준 거지?

B : 회사일이나 주말에도 우리가 사고 났을 때 회사에서 비용 내는 보험으로 보상받는다던데?

A : 아닐 거야. 우리가 다치면 그 보상비용을 대표가 가져갈 거야.

이 A라는 친구는 면접 때도 기분이 좀 싸했던 친구다. 인테리어 특성상 주말에 피치 못하게 출근하는 경우를 물어보았더니 교회 가야 해서 주말에는 일을 할 수가 없다던.

첫 번째 이야기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두 번째 이야기를 듣고는 해고를 안 할 수 없었다.

대체 23년의 짧은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기에 입사 한 달이 안되어 저런 이야기들을 기존의 동료들에게 한다는 말인가? 그 동료들이 당연히 자신의 말에 공감할 거라 생각을 했을까?


사례 2. 26세/경력무/직업전문학교 가명 C

입사 첫날 아침 출근 후 미팅

대표: 그래, 입사 축하하고. 앞으로 이쪽 일에 대해서 어떻게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C : 저는 맥주클럽을 하고 싶습니다.

대표 : 음? 우리 회사는 식음료 쪽 인테리어를 하고 있지는 않은데?

C : 아니요. 회사에서 돈 모아서 맥주 클럽을 차리는 게 꿈입니다.

대표 : 에? 그럴 거면 맥주클럽에 취업을 했어야지 뭐 하러 인테리어전문학교를 다녔어?

결국 그 친구는 지방 현장에 보수책임자로 내려갈 때마다 전화를 안 받고 잠이 들어서 기술자들이 연거푸 헛걸음을 하게 만들었어서 (3개월간 3번)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례 3. 25세 갑 2명/동창으로 함께 입사/경력 무 가명 D

입사 3일 차 저녁

실장 ; 오늘은 급히 내일 내보낼 도면이 있으니 야근해야겠다. 저녁 먹자.

D : 먼저 드시고 오세요. 저희는 천천히 먹을게요.

그렇게 실장과 기존 설계팀 선배들이 나가자, D 두 명은 자료가 잔뜩 담긴 회사의 외장하드를 들고 집에 가버렸다. 이제 그만 나오겠다는 문자 통보와 함께.

결국 실장이 분통이 터져서 회사자료와 재산을 무단 절도한 것으로 형사고발 한다고 한 다음에야 택배로 외장하드를 돌려보냈다.


사례 4. 27세/간판공장 1인기업 경력 3년/비전공 가명 E

입사 1일 차 아침

E : 대표님. 모레부터 연차를 쓰고 싶습니다.

대표 : 네??? 오늘 입사했는데???
E : 입사하면 연차 쓸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입사 전에 이미 가족들하고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서요.

대표 : 아니... 그러면 가족여행 다녀와서 입사하면 되는데 왜 굳이 입사하자마자?

E : ‘법적’으로 문제가 안되니 다녀와도 되지 않나요?

대표 : 아니 뭐. 그냥 계속 여행 가세요.


사례 5. 28세/1년 경력/전공 입사 3년 차 가명 F

F: 대표님. 저 내일모레 그만두고 싶은데요.

대표 : 아니? F주임. 올해 전반기에 일이 안 들어와서 한가했다가 이제 막 일이 들어와서 바빠지려고 하는데 당장 그만두면 어떡해? 한 달 정도 말미를 주던지 후임자 뽑을 때까지는 있어줘야지? 이렇게 갑작스럽게.

F: 그러시다면 ‘실업수당’ 받게 ‘해고’로 해주세요. 그러면 한 달 더 일하겠습니다.

대표 : 그냥 관두게. 그건 불법이야.

F주임은 평소에 말 한마디 없이 누가 우스갯소리를 해도 배시시 웃는 유순한? 직원이었다. 그런데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먹자 정말 당차게 ‘딜’을 걸어와서 더 당황스러웠던 기억이다.


사례 6 35세/타 직종 5년 경력/비전공 전문기술원 6개월 과정수료 가명 G

G는 나이가 많은데 우리 업종이 아니어서 면접을 3차례 보았었다. 비전공에 나이도 많아 기존 직원들과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미 자녀가 둘이라서 나름 급여나 출퇴근에 혜택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G : 대표님. 저 다음 주에 그만두겠습니다.

대표 : 갑자기? 그동안 일이 뜸하다가 이제 막 바빠지는데 그렇게 금방 그만둔다면 어떡해? 거의 3년 다되어가잖아?

G :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운 거 같고요. 제가 9급 공무원 시험을 보았는데 합격이 되어서요. 그냥 월급 적게 받고 안정적인 일을 하려고 합니다.

대표: 그건 축하해. 하지만 면접시험도 볼 거고 임용까지 기간이 있는데, 가족도 있으니 임용 확정 되기 전까지 회사일을 좀 도우면서 있으면 안 되나?

G : 면접 준비도 좀 해야 하고 두루두루.... 죄송하지만 다음 주에 그만둘게요.

G는 그렇게 그만두고 정확히 한 달 뒤에 가구공장에 나타나 초보목수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단다. 그리고 새끼목수(비하 표현이 아니다. 공장에서는 초보목수를 애기라고 ‘새끼목수’라고 부른다)를 한 지 5개월 만에 공장도 그만두었다.


딸아.

위 사례들은 절대로 아빠가 과장하거나 부러 부풀린 이야기가 아닌 팩트야.

공통적으로 대개 젊지.

그리고 자신의 언행에 대해 지극히 주관적인 확신이 가득해.

일반적인 사회에서 별로 이해되기 어려운 것들이야.

아빠야 대표로서 회사를 대표하는 입장이니 아빠 위주로 판단하고 이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객관적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나가는 모습들이 좋지 않았어.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재 노동법이란 게,

근로자가 아무 책임감 없이 후임자도 없는데 내일 당장부터 그만둔다고 할 때 회사는 대항력이 없어.

정작 근로자에게 문제가 있어서 해고를 하려고 하면 절차적으로 굉장히 복잡하고 회사가 악역을 맡게 되는 게 현실이지.


위 사례에 나온 F주임은 동료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해.

실업수당 6개월 받아서 그것으로 동남아에 가면 1년은 놀고 쉬면서 지낼 수 있다, 고.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지.

청년실업과 재취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실업수당은 정작 본연의 목적 이외에도 이상한 방식으로 청년들을 놀고먹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그리고 위에 등장한 젊은이들의 대부분은,

그들과 회사가 분담하는 고용보험이라는 것을 문자 그대로 ‘보험’으로 생각해서 타먹지 못하면 바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그동안 꼬박꼬박 보험료 받아갔으니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이 실업급여 ‘타내는 것’은 정당하다는 논리야.


글쎄다.

이런 사회는 별로 건강하지 않아.

틈새를 노리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사회복지’라는 개념 자체가 이상해지는 거 아닐까.

기이하게도, 지금도 구인광고를 올리면 사람들은 많이 몰려.

대개가 위에 등장하는 것 같은 인물들이 여기저기 뜨내기로 지내다 나이가 제법 드니 이젠 어디든 붙어 있겠다고 지원하는 모양이 많아.

마흔이 넘어 대리 월급으로 부장처럼 일하겠다는 식의 지원서도 있으니까.

그래서... 젊은 시절에 판단과 처신을 약삭빠르게 했던 사람들은 나이 들어서 갈 곳이 없어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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