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정신의 슬기로움
아빠가 이전 회사 때부터 키워온? 후배 직원들은 너무 많아. 다 이름을 기억도 못할 정도로 많아.
아빤 군경험 때문인지 후배 직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타입이었거든.
좀 우스운 게, 사회조직 어디를 가도 셋 이상의 인원만 있어도 그게 조직이라면 절대로 사람들은 후배를 키우려고 하지 않아.
정말 최소한의 것들만 가르쳐주고 일부러 후배의 가이드를 자처하는 사람은 드물어.
아빠의 생각에는 그게 소위 ‘밥그릇 싸움’ 이 아닌가 싶어.
후배가 업무를 잘 이해하고 익숙해져서 자기 위치를 위협할까 봐 그런 것 같다는 거지.
아닐 수도 있지만 아빤 그렇게 이해가 돼.
아빠의 소견으로는 후배를 나 못지않게 가르쳐야 내 업무가 줄어들 거고, 그래야 나중에 아빠가 더 큰 일들을 할 기회가 오지 않겠어 하는 생각이었지.
뭐 사람마다 다 생각은 다르니 알 수 없지.
오랜 시간 그런 방식으로 업무전수를 , 마치 무슨 중국 무협소설의 대사형처럼 해보니 느낀 건 있어.
아무리 가르쳐도 몰라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드물고, 알아도 실천하지 않는 타고난 품성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즉 스물이 넘은 성인은 앞서 선배가 잘 가르치고 경험을 바탕으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를 한다고 해도 한낱 ‘꼰대‘ 이상이 아니라는 것도.
지금까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숱하게 많은 직원들을 가르쳐왔는데, 사회생활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항상 같은 내용을 반복했었거든.
1. 무조건 청약통장을 가입해라.
2. 월급이 빈곤하겠지만 솔로일 땐 무조건 월급의 70%를 저축하라.
3. 주변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청약통장에서 자격이 되면 무조건 가능한 서울 안에서 아파트를 받아라. 모자라는 돈은 대출받거나 부모님 지원을 받거나 전세를 둔다고 해도. 세월이 곧 해결해 준다.
4. 난 위의 수칙을 못 지켜서 여태 셋방살이다. 그러니 믿고 버텨라.
5. 사회생활은 마라톤이다. 입사 후 3개월, 1년, 3년, 5년 주기적으로 회사를 바꾸고 싶거나 할 거다. 어딘가 파랑새가 존재한다 희망을 품고. 하지만 샐러리맨의 파랑새는 없다. 버티고 견뎌내야 할 기간이 멀고 기니까 처음부터 마라톤을 뛴다고 생각해.
기억으로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내가 말해준 수칙을 군말 없이 따라간 후배는 딱 한 명이다.
그리고 그 친구만 현재 서울에서 자기 힘만으로 아파트를 장만했다.
아파트가 성공의 척도는 아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파트는 전반적인 사회생활의 기초이고 기본이다.
어영부영 나이가 들고 부양가족이 생기면 제대로 부동산을 소유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결국 가장 빛날 나이의 삶은 미래를 위해 인내심과 궁핍에 가까운 절약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집 한 채정도 가볍게 사줄 부모님의 능력이 없는 한.
그러므로 꼰대들이 말하는 것들은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투자 다.
사회생활로 삶을 이어갈 대부분에게 어느 날 갑자기 행운이 찾아오진 않는다.
설혹 운이 오더라도 준비된 사람만 그 운을 잡을 수 있지.
한 가지 사례로 일반화를 할 순 없지만, 당시 혼자서 내가 알려준 대로 악착같이 월급 모으고 청약주택을 찾던 후배가 서른도 되기 전에 동작구에 아파트를 마련하게 된 게 순전 내 충고 덕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충고를 실천에 진득하게 옮긴 덕일 거라고 생각해.
그 당시 또래 직원 녀석들은 그 친구에게 대놓고 험담하는걸 여러 차례 보았었거든.
뭐 술자리도 피하고 당구도 안치고 너무 재미없게 구두쇠처럼 산다고 말이지.
옷도 거의 새로 안 사 입고.
그래도 세월이 흐르니 그 녀석만큼 모으고 성장한 녀석이 없더라.
젊은데도 꼰대처럼 묵묵히 살아왔던 그 친구가 현명했던 거라고 난 생각해.
누구나 다. 자유롭고 싶고 젊음을 발산하고 싶지.
그러나 그건 딱 대학 때까지야.
사회생활은 실전이라고.
살아남은 자가 승리자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