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생명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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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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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력사에 대한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안락생명보험사의 주가가 대폭 상승했다고 합니다. 해당 법안에 대해서 보험사의 사전 담합이 있었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회견이라는 거창한 공개모임은 종선에게도, 대호에게도, 창완에게도 생전 처음 겪는 사건이었다.

회사의 대표는 사전에 작성해서 기안을 받은 짤막한 ‘안락생명보험’의 정식 출발을 알리는 정도만 국어책 읽듯 마치고, 이어진 기자단 답변은 각 팀의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하고는 제자리에 돌아가 심드렁하게 앉아있었다.


- 그건 그저 소문일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가 문제가 되고 있고,

특히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과 노환으로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비인간적이라는 의견들이 많고요.


종선은 의외로 담담하게, 답변지 한 장 없이 훅 들어온 기자의 질문에 정중한 태도로 답변하다 잠시 말을 멈추곤 좌중을 훑어보았다.

보통의 보험사에선 볼 수 없는 기자회견.

그리고 본사건물의 (안락생명보험이 아닌) 장대한 강당을 가득 채운 각 언론사의 기자들과 유튜버들의 카메라 세례를 온몸으로 받는 것은, 세명의 동창들이 반농담처럼 시작했던 말이 이젠 정말 구체적인 사업이 되었고 이제 질주하는 불의 전차가 되어 멈출 수 없음을 알기에,

오히려 더 차분한 마음이 되었다.


- 이것은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지극히 인간적으로 살고 싶은 현대인들의 바람이 구체화된 것뿐입니다. 편히 가고 싶은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드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 그 서비스라는 게 결국 조력사를 하게 만든다는 것 아닙니까? 이 보험은 사실은 사설 자살 조력소라는 소문이 떠도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처음 질문했던 기자에 이어 다른 언론의 기자가 격앙된 음성으로 질의를 한다.


- 말 그대로 ‘소문’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조력사가 아닙니다.

철저하게 고객 개인이 선택하고 숙고해서 결정하고, 보험 약관에 있는 대로 당 사의 시설을 이용하며 이후에 약관에 명기되어 있는 보험금을 상속권자들께 ‘공정하게’ 돌려 드리는 겁니다.


차분하게 고저장단 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이어가는 종선을 보며 창완은 꽉 쥐어진 주먹 안에 땀이 차올랐다.

'저 녀석이 저렇게 언변이 좋은 놈이었나. 동네 친구라고 내가 너무 쉽게 봤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창완은 단지, 이 기자회견이라는 낯선 난장에서 자신이 나설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세 번째 기자가 손을 들었다.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국민의 살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아닙니까? 이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합법적이라는 게 좀 모순 아닌가요?


‘법’ 이야기가 나오자 종선은 자연스럽게 대호를 바라보았고, 대호는 마이크에 입을 가져간다.

- 안락생명 법무팀 팀장입니다.

헌법 제34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의 생명을 ‘연명’하는 기관들에서는 환자가 어린 아기처럼 기저귀만 차고 온종일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하신 기자님은 그렇게 인생의 끝을 맞고 싶으신가요?


변호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대호는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오히려 질문의 화살을 돌렸다.

그 기자는 생각지 못한 대호의 질문에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더듬거린다.


- 그,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게 인간다운 생활이 아니라고 정의하는 건 현재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지나친 프레임을 씌우는 거 아닌가요?


- 아뇨.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형태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만약 기자님이 요양보호사라면 한 시간 단위로 침대보를 적시는 노인을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한 시간마다 걷기도 힘든 노인을 화장실로 모실 건가요? 그 사이에 다른 환자분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리고 기자님이 그 환자의 입장이라면 그게 과연 인간다운 생활이라고 생각이 드시나요?


역시나 유명하건 안하건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인지 대호는 질문한 기자를 곤란하게 몰아갔다.

그 때문인지 한동안 언론사 관계자들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러다 한 사람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 안녕하세요. 00 방송 000 기자입니다.


그 여기자는 종교 방송의 기자였다.


- 안락생명보험에서는 ‘안락한 인생의 마침표’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 자기 자신이 원해서 요청했다 해도, 현재 보험사에서 제안하는 방법대로라면 정말로 편안하게 ‘조력자살’ 이 된다고 어떻게 보장하시나요?


기자가 질문하자 종선과 대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창완을 향했다.

창완은 심장이 덜컥 멎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의 자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음을 알고 있기에 잔기침을 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 아, 저는 안락생명의 보험 완결 책임자입니다. 질문하신 의미를 정확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금 주저하는 듯 입을 여는 창완을 본 여기자는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재차 질문을 이어갔다.


- 좀 날 것으로 표현드리자면, 굉장히 편안한 죽음을 원해서 스위치를 눌렀는데 정작 그 과정에서 사실은 심한 고통을 느끼며 죽게 되는 상황이 없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느냐는 말입니다.

과거 국내외의 수감시설에서 공적인 사형집행 때 입회했던 사람들은 거의 대다수가 죄수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하고 얘기들을 하는데요.


예상은 했었지만, 여기자는 너무나 당당하게 이 문제의 정곡을 찔러온다.

순간 창완은 그녀가 끝이 뾰족하여 눈이 어른어른하게 보이는 펜싱검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단 생각에 뒤통수에서 땀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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