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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의 질문을 듣자마자 창완은 잠시 등골이 오싹했다.
그 질문을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관련 의사들을 고문 격으로 고용하여 자문을 받기도 했었지만 그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하여는 명쾌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 게다가 경험자나 임상실험자가 있어서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 누가 죽었다가 살아나서 그 경험을 말해줄 수 있을까?
흔히 과거에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말을 하던 경우들은 대개 가사상태였던 경우가 태반이었다.
더더구나, 안락생명보험처럼 적극적인 안락사를 했다가 살아난 경우는 없었다.
창완은 공공에 공개되어 있는 자료들을 모니터 화면에 띄웠다.
“ 스위스에선 이러한 디그니타스의 활동이 합법적이며 죽음의 자기 결정권을 돕기 위한 인도적 차원의 봉사로 이해하므로 외국인에게도 허용된다. 그러나 어떠한 의학적 방법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말기 환자라야 하며 환자의 자발적 동의가 필요하다. 자살 유도 약물은 스위스 의사의 처방을 거쳐야 하며 시술은 병원이 아닌 민간 자택이나 아파트에서 이뤄진다. 의사나 간호사도 없고 수술대나 기구 등 의료 장비도 없다. 비용은 장례 포함 1000만~1400만 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용이 획일적인 것은 아니며 신청자의 경제적 환경이 어려운 경우 이를 감안해 낮춰주기도 한다.
디그니타스는 한국인 신청자가 2012년 이래 지금까지 모두 18명이라고 공개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 중 실제 몇 명이 안락사를 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론 96개 국에서 7764명이 신청했다. 독일이 32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 1139명, 프랑스 730명, 스위스 684명, 이탈리아 392명이 그 뒤를 이었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안락사가 합법화된 미국도 453명이 신청했으며 아시아에선 우리나라 다음으로 일본 17명, 태국 10명, 중국 7명 순이다.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는 네덜란드로 2002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조력자살 방식이 아니라 독극물을 의사가 직접 주입해 신청자의 사망을 유도하는 적극적 안락사로서, 네덜란드 국민의 4%가 안락사로 생명을 마감한다. 올해는 말기암 등의 질환이 아닌 나이가 많아 의식과 활동이 쇠약해지고 고독 등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에도 안락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될 전망이라고 한다. 현재 네덜란드를 비롯해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콜롬비아, 캐나다도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다. 현재까지 오리건과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6개 주에서 합법화됐다. 여기에 뉴욕 주가 올해 안락사를 합법화하고 2015년에 안락사 법을 부결시킨 영국도 재추진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등 안락사로 상징되는 죽을 권리를 향한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
- 보시는 바와 같이.
창완은 한 마디를 열고 꿀꺽 침을 삼켰다.
- ‘안락하게’ 자발적인 사망을 소망하는 ‘고객’은 존재하고 있고, 선진국일수록 그것을 인정해 주는 추세로 바뀌고 있습니다. ‘존엄한 선택’을 인정하자는 것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선택한 사람이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어떻게 편안한 안식을 찾아가느냐의 문제입니다.
창완이 진땀을 흘리며 설명하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더듬거리며 대답하는 창완의 답변에 기자단은 웅성거렸고, 질문을 했던 여기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창완에게 다시 질문했다.
- 그래서, 안락생명에서는 그 ‘편안한 안식’에 대한 방법을 찾았다는 말씀 이십니까? 증거라도 있나요?
‘팩트’를 짚어내는 여기자의 질문에 안락생명의 답변자로 나와 있던 인물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것은 무척이나 예리하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대부분은 안식의 방법론에 대하여는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의외로 창완은 지금까지의 당황스러워하던 표정이 사라지고, 비교적 차분해진 얼굴로 천천히 여기자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 물론이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창완이 선선히 방법론에 대해 긍정을 하자 다시 기자단이 술렁거린다.
창완은 그 답지 않게 좌중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짧게 대답을 마쳤다.
- 방법에 대한 것은 회사에서도 극비사항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특허, 권리, 그리고 적대적인 경쟁기업에 대해서 당연히 보호되는 부분임을 감안해 주세요.
이상입니다.
웅성거리는 기자단들의 나머지 소소한 질문들은 각 분야별 파트장 혹은 팀장들이 제각기의 답변을 내놓았고, 의외로 모두가 팽팽하게 긴장해서 시작되었던 기자회견은 큰 무리 없이 끝났다.
기자들이 썰물처럼 몰려나간 회견장에서 단상 위에 나란히 앉아있던 관계 인사들도 주섬주섬 빠져나가고 중앙에 자리 잡고 있던 종선과 대호, 창완만 동그마니 남았다.
종선과 대호가 약속이라도 한 듯 창완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 야, 김 부장 의외로 강단 있네. 그 깐깐한 질문을 잘 받아냈어.
- 그러게. 창완이가 또 한다면 한다니까. 그나저나, 정말 방법론은 결정한 거야?
두 친구의 부산스러운 격려에 창완은 땀에 젖은 셔츠를 쓱 잡아 올리며 불퉁맞게 입을 연다.
- 알 게 뭐야. 죽은 자는 말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