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위의 단상

디지털 지식 산업 사기 단지

by 능선오름


"이게 얼마나 좋은 일이야?"

"정말 고마워"

"시간이 별로 없다니까"

"몇 층이야? 바로 데리러 갈게"

"이런 좋은 일은 소문나면 안 된다니까"

"어서 가서 교육받자고"


1층 로비, 구내식당, 승강기에서 매일처럼 듣는 말.

여기 지식산업단지 맞나? 싶다.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들이 승강기 대부분을 채우고, 거의 종일 토록 오르내린다.

개중엔 거동도 힘들고 승강기 층 버튼을 누르기조차 어려워 보이는 분들도 많다.

그리고 젊은이들.

이제 갓 스물 넘었을듯한데, 누가 봐도 짝퉁 확실한 명품들을 걸치고,

팔이며 목이며 낙서가 가득한.

너도 나도 흡연실에 몰려든 젊은 남녀들은 연신 희희낙락하며 끝이 없는 통화를 한다.


층층마다 어르신들이 내리면 휜칠한 젊은이들이 싹싹하게 구십 도로 인사를 하며 모셔간다.

이따금은 거기 들어가서 뭐라고 하는지 한 번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흥행이 좋다.

현 사업장에 자리 잡은 지가 15년 되었는데, 변치 않는 건 바로 이런 다단계 업체들이다.

초창기에는 물건들을 어르신들에게 떠넘기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한결같이 듣보잡 가상화폐들을 팔아먹는 것 같다.

가끔 궁금해서 으리번쩍 인테리어를 마친 사무실 입구의 회사명을 검색해 보면,

한결같다.


통신판매회사.

‘통신’이라는 업태 하나로 ‘디지털 지식산업’ 이 된다니.

참 허술하다.

대체 관리공단은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만.

승강기 안팎으로 붙어있는 광고용 배너 모니터에는 연신 ‘가상화폐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으니.... 운운’ 하는 공익광고가 연신 등장하지만 어르신들은 휙휙 지나는 광고를 볼 정신도 체력도 없다.

이 무더운 날 최대한 갖춰 입고 최대한 조신한 모양으로 휘청이며 건물을 드나드는 노인들을 보면, 참 안쓰럽다.

어쩌다 지식산업단지가 지식 산업 사기단지가 된 거지.


어르신들은 건물의 구내식당을 점령하고, 식당에서 제공하는 믹스커피까지 타놓고 자리를 안 뜨신다...

게다가 무료 제공되는 컵라면이 있고 반찬이 리필 가능하니 한 분이 두세 분과 나눠 드시고.

바쁜 점심시간에 구내식당 사장님 얼굴은 누렇게 뜬다.

오죽하면 ‘1인 1 식권 구매 필수’라고 사장님이 붙여놨지만 무용지물이다.


야.

이 젊은 사기꾼들아.

행여나 자신들이 첨단 지식산업의 전도사라고 착각하고 그 일을 하는 건 아니겠지.

할아버지 할머니뻘 되실 어르신들에게 그렇게 사기 치다가 천벌 받아.

정신 차려 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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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상륙지점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과 거리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 - 윈스턴 처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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