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 와의 사랑
나는 낮의 세상을 살고
그녀는 밤의 세상을 산다
시지프스처럼 원치 않은 불면의 늪에
내려진 닻처럼 단단히 옭아 매인 내가
새벽 어스름 여명에 닻이 풀려
다시 일상의 둥근 바윗돌을 비탈로 굴려 갈 때
그녀는 깊디 깊은 밤을 자유로이 날아
동녘 밝아올 때 고요히 그녀의 관에 잠든다
이윽고 낮이 흘러 개와 늑대의 시간
어스름한 지평선 너머 피빛 노을 번질 녘
그녀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
깊고 긴 그녀의 심야 성찬을 준비하고
나는 비로소 일상을 짓누르던 바위를 놓고
불면의 늪으로 빠질 알약을 삼킨다
우리가 만나는 시간은 찰나 한 순간
그녀의 잠과 내 잠이 비켜 지나가는
그 순간이 우리에겐 최고의 만찬
밤은 여물고 낮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