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복약 중입니다.

불면지옥

by 능선오름

돌아 버리는 불면

불면증.

이제는 약봉지만 봐도 지겨운데, 그 약봉지조차 듣지 않는 날이 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던 날이었다.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고, 격한 운동을 하지도 않았다.

평소와 같이 점심은 가볍게, 그리고 저녁도 먹었다.

그리고 잘 씻고 잘 누워서 시간대에 맞춰 약도 먹었다.

그렇게 말똥말똥 여섯 시간 가까이를 잠 못 이루고 헤매다 결국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새벽이라도 타볼까.

야간에 라이딩을 해본 적이 오래전 일이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잠이 안 왔다고 해서 몸이 멀쩡한 것도 아니다.

몸은 피곤하고 어서 자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잠이 안 오는 것이다.

거실에 나와 어둠 속에서 티브이를 켜고 역사를 보다는 유튜브 프로그램을 틀었다.

멍 하니 소파에 반쯤 누워 보다 보면 졸리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삼십 분 만에 집어치웠다.

결국,

뜬금없이 새벽 네시반에 사무실로 나오고야 말았다.

도저히 집안에 머물 수도, 누울 엄두도 나지 않아서.

말도 안 되는 시간에 말도 안 되는 메일을 하나 보내고서 이렇게 밤을 새운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네다섯 시까지 잠이 안 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래도 침대에서 버텼었는데.

그러면 조금 평소보다 늦잠을 자더라도 그럭저럭 넘어갔었는데.

불신지옥이라고?

불면지옥이다.


짧은 여름밤이 벌써 지나는데 아직.

아니면 일찍.

불 켜진 곳은 몇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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