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초딩 생활

어른들도 참 힘들게 산다

by 능선오름


밤늦게 자려고 하는데 밖에서 뿡짝뿡짝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아니 이 동네에 뭐가 있다고 이렇게 데모를 하는 거야.

여긴 대통령실도 아니고 국회도 아닌데.

하굣길에 도로에 늘어선 경찰 버스 여러대를 보았다.

그리고 학원 다녀오는 길에는 경찰버스에서 내린 경찰관 아저씨 아줌마들이 줄지어 밥 먹으러 가는 것도 보았다.

어? 요새 초딩들 대상으로 유괴가 많아서 학교 앞에만 형사 아저씨들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저녁에도 동네를 순찰해 주나 보다! 마음이 뿌듯했는데.

알고 보니 동네에서 데모가 일어나서 그거 막느라고 와있었다네.

반 친구에게서 아파트에서 찍은 데모 사진이 와서 알았걸랑.


근데 대체 뭘 갖고 데모하는 거지?

한참 전부터 어른들이 웅성웅성 모이면 모두 데모를 하니, 어른이 되면 데모하는 게 일인가 봐.

근데 아빠는 데모를 전혀 안 나가는데.

아빠에게 뭘 갖고 데모를 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중국혐오 어쩌구 저쩌구.

잘 모르겠지만 중국사람들 물러가라고 한다는 말이라네.


근데.

우리 반 친구들 서너 명도 엄마 아빠가 다 중국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럼 걔들도 쫓겨나야 하는 거야?

얼마 전 뉴스에 나온 미국서 체포돼서 추방당했다는 한국인 노동자들처럼?

알 수가 없다.

그것도 그거지만 그 사람들 타고 온 버스나 저녁밥은 누가 사는 거지?

알 도리가 없다.


근데, 이제 자야 할 시간에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 꽥꽥 지르며 데모하면 누가 알아주는 거지?

나도 듣기 싫은데 말이야.

초딩 소견으로는 그런 건 국회 앞 같은 데 가서 해야 하는 거 아냐?

동네 사람들이 뭔 힘이 있다고.

에휴.

어른들도 참 힘들게 산다.

우리는 학교에서 누가 중국에서 왔건 일본에서 왔건 안 따지고 잘 어울려 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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