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위의 단상
내가 제일 어리석었네
정치에는 정말 관심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치에 관심이 생긴다.
티브이 정치담론 같은데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의문점이다.
분명 프로필을 보면 정말 대단한 대학을 나오고 대단한 전력들이 있으며 대단, 대대단한 일들을 해온 것 같긴 한데.
왜 하는 정책들은 초등학생 만도 못하거나, 티브이 토론회 같은데 나와서도 정말 설득력 없고 비논리적인 말을 쏟아내다 서로 멱살잡이로 끝을 낸다거나.
정치권이 아닌 다른 장르에서 제법 유명세를 끌어 정치권에 갔던 사람들도 여의도만 들어가면 세상 바보 같은 짓거리를 하다가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인가.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나 자신이 정치에 대한 생각이 너무 없었고 무지했었다는 자각이 든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생명과 같다.
생명은 기본적으로 정의 혹은 질서 같은데 관심 없이 오직 생존에만 집중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로 옳고 그름이 아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이 생존하는데만 집중한다.
그래서 때로 말도 안 되는 슬로건을 정당의 입장으로 내걸어도 거기에 거꾸로 입 맞춰서 마치 본인의 사상처럼 떠들어대는 것이다.
좀 과격하게 표현하면, 모두가 각자도생에 충실한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
그렇게 이해하기 시작하면 지역별로 특정 정파가 무조건 나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각 정당이 힘을 싣는 도시와 지역이 다르고, 그런 정당을 밀어줘야 지역이 먹고사는데 도움이 되니까.
모두가 각자 먹고살기 좋은 쪽으로 밀고 밀어주는 것이다.
당략 같은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아주 오래전에 정치에 한 발을? 내민 적은 있다.
기억도 안나는 고3 겨울방학 시절이었는데 당시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알고 지내던 친구의 동네형이 동네 친구들을 동네 다방에 모이라고 했다.
그 형 역시 평소에 동네에서 배회하는 것 외에는 무슨 정치 같은 건 문외한이었다.
그 형이 내민 겨울방학 아르바이트는 아주 요즘말로 ‘개꿀’이었다.
특정 국회의원의 선전 전단지를 하루에 몇 백장 나눠줄 테니, 그걸 받아서 돌리면 매일 돈을 준다는 것이다.
오, 이런 공짜 돈벌이가.
물론 이제 곧 사회로 나갈 정도로 머리가 큰 녀석들이 순진하게 추운 겨울 길거리에 나가서 전단지를 돌릴 생각 같은 건 없었다.
전단지는 받는 족족 폐지 아저씨에게 줘버리고 동네 당구장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저녁에 다시 다방에 모여 그 형에게 돈을 나눠 받으면 되었다.
항상 그 과정은 뭔가 작당모의라도 하는 듯 은밀하고 위대하게? 이뤄졌었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그 형은 정작 얼마의 헛돈을 몰래 챙겼나 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전단을 돌리라고는 하지만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전단 돌린 내용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선거판’ 이니 ‘눈먼 돈’이 나돌던 시절이라고나 할까.
지금이야 그때보다는 좀 더 눈치를 보긴 하겠지만, 시도 때도 없이 집회에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렇잖나.
그들도 분명 먹고살아야 하는데 정작 정치인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자리에 나가서 밥을 자비로 사 먹고 고속버스를 십시일반 돈을 내서 대절하고 그러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정말 정치적 신념 하나로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나서는 이들도 분명 있을 테지만 태반이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얍삽해서 믿기지는 않는다.
제주에 출장을 자주 가는 편인데, 내 기억으로 이미 십몇 년 전 제주 시내에 신라면세점이 세워진 그날부터 중국 ‘파룬궁’ 탄압 반대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시위는 오늘날도 현재 진행형이다.
인도를 절반정도 점령하고 중국말로 혹은 한국말로 시위를 하는데 온종일이다.
시위는 면세점이 오픈하기 전부터 시작해서 면세점이 폐점할 때까지 계속이다.
비가 내리는 날도 눈이 내리는 날도 변함없다.
그러면.
십 년이 넘는 기간 저들은 대체 어디서 돈이 나서 제주에서 숙식을 해결해 온 건가?
단언컨대 그들의 시위 홍보 대상인 중국관광객 누구도 그들에게 돈 한 푼 주는 걸 본 적은 없다.
중국 관광객들에겐 그저 중국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사이비 종교가 한국에 와서 나라 망신 시키는 것 외에 다름 아니니까.
정치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모이면 무조건 돈이 들어가게 되어있는 게 문명사회이고, 그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모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밥과 식수와 장소와 이동수단은 누가 제공했는가?
우리는 그 이면을 잘 알지 못한다.
하물며 그 많은 돈을 쓰게 만든 정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그 돈의 출처에 대해 궁금증이 없을까?
제 아무리 많이 배우고 똑똑한 그들 정치꾼들이지만 그런 건 관심 없어 보인다.
아니면 굳이 알 필요가 없었다거나.
그래서, 조금만 돈을 벌고 나면 개나 소나? 선거판에 나가서 자그만 권력이라도 받아 보려고 애를 쓰는 것이라고 지금은 이해한다.
나만 바보였네.
사업을 제대로 하고 싶으면 정치꾼이 되었어야 좋은 조건의 좋은 사업들을 받았을 텐데.
내가 바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