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위의 단상

명동콜링

by 능선오름

명동이다.

명동에 오면 해묵은 생각들이 장롱 아래 먼지처럼 풀풀 날아온다.

십 대부터 주욱 이어져온 명동행은 언젠가는 추억이고 언젠가는 아픔이며 고통이다.

낡은 생각을 탑재한 탓인지 강남에는 추억도 아스라함도 없다.

내 젊은 날의 기억 중심은 명동이다.

그곳에는 낡은 슬리퍼 맨발에 눈빛만은 형형하던 십 대의 나도 있고 생전처음 먹어본 충무김밥에 감탄하던 이십 대의 나도 있으며 임관 후 첫 휴가에서 기세 좋게 순경에게 택시를 잡아달라 큰소리치던 치기 투성이 소위 시절도 있다.

길지도 않은 명동거리를 한없이 오가며 , 첫눈 내리는 명동성당 앞을 서성이던 기억도 있으며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맞으며 걷던 명동 뒷골목도 있다.

너덜한 처마들로 얼룩진 명동의 골목에 떨어지는 낙수 소리는 꽤 처연하였었다.

그때의 나는 얼마나 젊었던가.

그리고 젊다는 것과 낭만이라는 것에 취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명동거리에 흘렸던가.

세월 지나 낭만이 아닌 생업 때문에 걸었던 명동길은 또 얼마나 멀고 길었던가.

그리고 이제.

가을볕 찬연하게 빛나는 명동 입구 한구석에서 인생처럼 쓰디쓴 에스프레소 한 잔을 기울이며 바라보는 명동거리는 얼마나 또 익숙하고 생경한가.

거리에는 온통 기억들이 무성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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