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생각
“익스톨 (Ixtl) (비글호의 모험 <진홍색의 불협화음>에 등장)
비글 호가 만난 외계 생명체 중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다.
지금 우주의 한 세대 전 우주를 지배했던 종족으로, 그롤이라는 별에 살았는데 어느 날 그롤 별이 스스로의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인근 별들과 함께 폭발, 우주로 방출된 종족이다.
익스톨 종족은 우주 공간에서 하나둘씩 죽었고 익스톨 하나만이 마지막 생존자로 남았다.
우주 공간에서 겨우 생명을 부지하던 익스톨은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비글호의 강력한 에너지를 감지하여 비글호를 추적한다.
그러나 비글호를 따라잡지 못한 익스톨은 멀리서 비글호의 에너지를 흡수했다. 이상을 감지한 비글호 승무원들은 배를 멈춰 세운다.
그 틈을 타서 익스톨은 붙잡히는 척 비글호에 탑승한다.
본색을 드러낸 익스톨은 신체를 이루는 원자 구조를 조정하여 우주선의 벽을 유령처럼 통과하며 승무원들의 몸 안에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알을 기생시키기 시작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승무원들은 모두 구명정에 옮겨 타고 일부러 배를 포기한 척 밖으로 빠져나온다.
익스톨은 이에 낚여 함정에 빠진 걸로 생각하고 스스로 비글 호 밖으로 빠져나오고 이를 틈타 승무원들은 배 주위에 방어망을 둘러쳐서 익스톨의 접근을 막은 뒤 배로 모두 복귀한다. 익스톨은 비글 호를 발판 삼아 다시 우주를 지배하는 종족으로 부흥시키려던 자신의 원대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허탈해한다.”
스페이스 비글(The Voyage of the Space Beagle)은 A. E. 밴보트의 SF소설이다.
먼 미래, 과학자와 군인들이 탑승한 우주선 '비글 호'가 아직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은 심우주를 탐험한다. 우주를 탐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외계인들과 조우하면서 겪는 모험을 다룬다. 처음부터 장편소설로 쓰인 것은 아니고, 각각 따로따로 발표되었던 네 편의 중단편 <검은 파괴자 (Black Destroyer) (1939)>, <신경의 전쟁 (War of Nerves) (1950)>, <진홍색의 불협화음 (Discord in Scalret) (1939)>, <M33 성운 (M33 in Andromeda) (1943)> 을 나중에 차례로 연결하여 고쳐 쓴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우주선의 이름은 찰스 다윈이 탔던 배의 이름 '비글 호'에서 따왔다.
나는 저 소설을 초등학교 4학년 때 읽었다.
당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라는 출판사에서 소년 SF 시리즈라는 책을 출간했었는데 그때 읽었던 시리즈 안에 있던 내용이다.
아주 오랜 기억이지만 어찌나 강렬했던지 ‘비글호’ ‘ 익스톨’ ‘진홍색 불협화음’이라는 단어들이 생생하게 뇌리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깨어난 것은 바로 영화 ‘에이리언’ 때문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익스톨은 초거대 문명으로, 자신들의 몸을 공기도 없는 우주공간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유전자 변형을 했다는 생물이었고 비글호에 침투해서는 내부에 있는 부품들로 무기를 조립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의 생물이었다.
영화 에이리언처럼 침을 질질 흘리는 원시괴물 같은 것이 아니고.
인간의 몸을 숙주 삼아 알을 넣어 번식을 하는 방식은 같지만, 그것도 영화와는 달리 자기 신체를 자유롭게 원자단위로 바꿀 수 있는 익스톨이 사람의 몸에 직접 알을 넣어 버린다는 내용이었다.
비글호의 승무원들이 광자총 (일종의 레이저 무기 )을 쓰려고 하자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신체를 원자단위로 바꿔 우주선 격벽과 각 층별로 마구 도망치는데 익숙한, 상상조차 어려운 생물체였다.
결국 승무원들은 익스톨의 지능을 거꾸로 이용하여, 함선을 자폭하는 것처럼 속이고 각개 구명정으로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서 익스톨이 우주공간으로 튀어나오게 만들어 도망친다는 결말이었다.
그리고 익스톨은 절망하면서 앞으로 또 수천 년이 걸릴지 모를 심연 속의 잠을 선택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무려 1950년에 출간된 소설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에일리언, 스타트랙과 같은 SF 명작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에일리언의 유명세에 비해서, 이 원작이 있었다는 것은 본 적이 없어서 아쉽다.
한편으로, 만약 진홍색 불협화음에 나오는 익스톨의 캐릭터 자체를 그대로 에일리언 영화에 차용했었다면 그처럼 공전의 히트를 치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폐쇄된 우주선,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제한적인 우주선 함 내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외계생명체의 공격, 그리고 인간의 몸을 숙주 삼아 자신의 생명을 퍼뜨리려 하는 외계인.
이 모든 콘셉트는 에일리언과 비슷하니, 잘 모르겠지만 영화사 측에서 원작자의 후손들에게라도 저작권료를 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