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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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아빠는 남자다.
그렇다 보나이 나이가 되어서도 사실 여자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 ‘여자들’이라 말은 하지만 사실은 그게 여자의 보편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이 ‘남자들’이라 지칭할 때 남자의 보편성 전부가 아니듯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남자들의 보편성이란 나를 비롯한 주변에서 보고 겪은 남자들에 국한된 것이지 또 다른 성향의 남자들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대개의 보편성이란 내 주관적 의견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학적으로 흔히 알려진 보편성과 크게 다르진 않다는 것이다.
아빠가 ‘남성성’의 보편적인 평균치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때였다.
그대 아빠의 집이 종점이라 늘 버스 뒷좌석에 일찌감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정류장마다 차에 오르는 사람들을 관찰하곤 했었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던 때가 아니니 달리 할 일이 없기도 했고.
어느 정류장에서 젊은 여성이 버스 앞문으로 오른다.
그리고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뒷자리까지 걸어온다.
그 상황에서 내가 주변을 돌아보면 묘하게도 어린 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남자들이란 한결같이 그 여성을 흘깃댄다는 것이다.
그게 속마음이야 알 순 없지만 어쨌든 오른 상대가 남성일 때는 없던 광경이다.
매일 버스에 오르며 반복되는 상태를 죽 지켜보니 남자들은 어쨌든 젊은 여자가 버스에 오르면 열심히 훔쳐보고, 그 여성이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열심히 눈으로 좇더라는 것.
자라면서 많이 듣는 남자에 대한 속설이 있었다,
‘ 남자는 문지방 넘을 힘만 있어도 위험하다 ’
‘ 수저들 힘만 있어도 남자는 여자에게 위험하다. ’
그런 속설들이 ‘정답’은 아니라지만 일반적 인식이던 게 사실이다.
아빠가 자라면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로도 주변의 남성들을 보면 대개가 그랬다.
‘ 아니, 유유상종이라고 어떻게 주변에 늘 쓰레기들만 있었던 거야? ’
라고 질문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런 데 내가 목격한 그 사람들이 꼭 나와 친분이 있어서가 아닌 그저 업무상 혹은 학업으로 맺어진 인연들도 그랬었으니,
통계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계층 표본’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학벌, 종교, 재산, 지적인 능력, 인품, 나이 등등을 고려해도 안 그럴 줄 알았던 사람들도 꽤 일관적으로 무작위로 여성에 대해 관심을 두더라는 거다.
반면에 내가 본 여성들은 나이가 꽤 들고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마음속 한군데 ‘로맨스’를 간직하고 있어 보였다.
그런데 네가 알아야 할 것은 여자들이 생각하는 로맨스와 남자들이 생각하는 로맨스는 좀 다르다는 거다.
여자는 사랑의 결과로 섹스를 생각하지만, 남자는 섹스를 사랑으로 생각한다는 극단적인 설이 있을 정도니까.
여자의 심리는 잘 모르지만, 남자들은 대개 여성이 자신에게 약간의 호의를 베풀면 자신에 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상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타입’ 일 상황에 해당하는데,
자신이 좀 괜찮다 하고 생각하던 상대가 정말 별것 아닌 커피를 한 잔 내어준다던가 업무적으로 도움을 준다던가, 인간관계 때문에 가볍게 점심 한 끼를 산다고 하면 그게 자신에 대한 관심표현이라고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일방적인 프러포즈나 고백 같은 걸 한다.
상대 여성은 당황해서 그게 아니었다고 항변을 해도 소용없다.
‘그러면 그때 왜 나한테 손수건 빌려줬어요? ’ 따위의 말도 안 되는 근거를 들이댄다는 거다.
그러다가 심하면 스토킹이 되기도 하고 뉴스에 나오는 비극적인 결말이 되기도 한다.
아빠가 살아오며 바라본 남자들이란,
자신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어떤 위치에 있을 때면 주변에서 자신의 영향을 받는 대부분 여성이 자신을 ‘추앙’하리라는 착각 속에서 산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그런 사건들의 행간을 짚어보면 뉴스 기사 자체가 압축된 문장으로 전달되다 보니 결과 위주라, 읽는 독자들은 대체 왜 이런 일이? 대체 왜 저 사람이 자신이 쌓아 올린 지위와 인격과 학문과 모든 것이 다 뒤집힐 수도 있을 일을 벌였나 의아해진다.
그런데 그게 아주 단순히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단순하게 이해된다.
아빠가 보는 일반적인 남성의 속성은 그랬었다.
아마 아빠도 상황이 그랬고 위치가 그랬으면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에 흔히 도는 뒷이야기 중에, 어릴 때 소위 ‘발랑 까져서’ 남자 경험이 많은 여자들이 나중에 보면 결혼해서 너무나 잘 살더라 는 말도 있다.
아빠가 남자의 관점으로 보면 그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남자의 속성을 잘 아는 사람이 그 속성에 맞춰 남자를 잘 조정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예 속성을 인정해 버리고, 그 속성 안에서 남자에게 실망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거다.
아빠가 왜 이런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지 알겠니?
넌 나중에 남자를 택할 때, 네 앞에서 달콤한 로맨스로 보이는 남자가 다른 데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을 벗어나지 말라는 거다.
오직 ‘네게만’은 착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