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심야식당

심여 식당 4

멸치볶음

by 능선오름

심야 식당 4


일단 본격적 장사를 하기 전에는 늘 밑반찬 몇 가지를 만들어 놓는다.

이른바 ‘가정식 요리’라고 하는 것이 뭐 그다지 요리스러운 게 있나.

주로 밑반찬 몇 가지 내놓고 ‘가정식’이라고 우기는 거지.


오늘은 가장 일반적인 멸치볶음을 해 놓기로 했다.

멸치는 지리 멸치, 다시 멸치, 주바, 고주 바, 대멸, 소멸, 볶음멸치 등등... 분류 상 이름이 많다.

복잡한 거 다 때려치우고, 육수용 대멸, 볶음용 중멸, 소멸 이렇게 나누지.

나는 보통 중멸과 소멸을 다 사용하는데, 그건 크기별로 씹히는 맛이 다르기 때문이지.

기본적으로 조리법은 비슷하지만 어른들은 중멸, 아이들은 소멸을 좋아하니까.


멸치는 남해 죽방렴에서 잡힌 것이 가장 품질이 좋지.

일단 그물로 끌어 잡은 것 들은 털어내는 과정에서 껍질이 많이 벗겨지고 그럼 좀 맛이 떨어져.

죽방렴은 일종의 어항 같은 형태로 자연스럽게 유입된 놈 들을 퍼내다시피 잡으니까 손상이 적지.

그래서 가격 차이도 많이 나는 거고.


잡힌 멸치를 쪄내서 건조 후 냉동 창고에 보관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습기가 좀 있어.

그래서 멸치 볶음을 하든, 아니면 육수용으로 하던 다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주는 게 좋아.

그래야 습기가 날아가서 누린 맛을 날리고 구수한 멸치 본연의 맛이 강해지니까.

그렇게 건조해진 멸치에 간장과 물엿, 식용유만 넣고 중불에서 볶아 주면 되는데,

불이 너무 세면 겉이 타 버리니까 조심해야 해.


내키는 대로 꽈리고추 나 풋고추를 넣어도 되고, 식성에 맞춰 고춧가루를 넣어도 괜찮지.

아주 간단하게 밑반찬 이 되는 거야.

마늘종이 나오는 시기에는 마늘종을 잘라서 넣어줘도 좋아.

게다가 이 방법은 볶음용 새우를 써도 괜찮으니 거의 만능 반찬이라 할 수 있지.

그런데 이 멸치볶음이란 게 나름 간단한데도 맛을 내기는 어려워.

팁이라면 물엿이나 참기름을 넣을 경우에 볶는 도중이 아니라,

불을 끈 후 팬에 잔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물엿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주듯 하면 양념이 타지도 않고 좋아.

다만 그 양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되레 눅눅해지거나 혹은 끈적함이 지나쳐.

보통 일반 식당에서 나오는 멸치볶음을 먹어보면 그 집의 기본 실력? 이 판가름될 정도이니,

기본이지만 쉽지 않은 반찬이야.

물엿 양이 좀 과하면 타 버리기도 하고, 나중에 멸치가 너무 딱딱해질 수 도 있어서 조심해야 해.


너무 딱딱한 멸치볶음을 싫어한다면 거의 막판에 물을 두어 스푼 넣고 살짝 습기를 날려주면,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볶음을 만들 수 있지.

가장 중요한 건, 기름을 너무 많이 쓰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면 질퍽해질 수 있거든.

그런데 이 방법 들은 어묵볶음을 만들 때 써도 거의 똑같아.

물엿 대신 설탕을 넣는 것만 빼고.

방법과 순서는 거의 같지.

다만 어묵볶음을 할 때는 식용유를 많이 안 쓰는 게 좋아.

어차피 어묵은 기름으로 튀겨져 있는 것이니까.

아예 식용유 없이 중불에 달달 볶은 어묵도 맛있지.

아, 어묵을 볶기 전에 살짝 끓는 물에 데쳐줘도 좋아.

너무 딱딱해지는 걸 막아주고 어묵에 잔뜩 배인 기름기를 날려주는 효과도 있거든.

대체로 이런 방식의 볶음들은 거의 기름의 양,

불의 강도, 들어가는 양념의 투입 시점에 따라 모양이 많이 달라지는 법이야.


요렇게 하면 대강 해군? 밑반찬이 다 되는 거지.

요건 만들어 놓고 보관만 잘하면 며칠간 써도 괜찮아.

이젠 채식성 밑반찬을 만들어 볼까?

죽방렴


앞에서 이끄는 대로 우르르 몰려갔지

그곳이 어드메인지는 몰랐어

지도자라고 하기에 그저 따랐을 뿐

가다 보면 어딘가 닿을 그곳이

천국 일지 지옥 일지 모르지만

앞서 이끌고 뒤에서 밀기에 다다른 곳

파도 자락 없이 고요한 그곳은

아마도 천국 인가 싶었었어

참 어리석게도

곧 화염지옥이 다가올 것 모르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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