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심야식당

심야 식당 6

짜장면이라고?

by 능선오름


심야 식당 6

오늘 첫 손님은 한 삼십 대 정도로 보이는 커플이었어.
둘 다 그리 편치 않아 보이는 표정에 약간 전작이 있는 듯 보였지.
심기가 불편한 손님이 오면 좀 나도 맘이 편치 않아.
그들의 언짢은 기분이 전염되기도 하고,

그런 마음에서는 제 아무리 고든 램지가 요리를 해도 맛이 당길 리 없거든.
게다가 우리 식당 같이 허접한 곳에서 뭘 더 바라나.


두 사람이 카운터에 앉는 모습을 보니,

나란히 앉으면서도 조금은 떨어져 앉는 게 눈에 띄었어.
대체로 전작에서 뭔가 다툰 커플들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 곤 하지.
우리 같은 매장은 당연히 처음 일거니 조금 두리번거리는 게 느껴졌어.
당연하지.

일반 식당과는 다르게 우리 식당의 구조는 진짜 일본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주방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카운터 있는 거 말곤 앉을 데가 없거든.
뭐 일본 만화 코스프레로 그랬던 건 아냐.
이 적산가옥 이란 게 일본 애 들이 지은 거 다 보니 걔네들 오래전 집 구조처럼 비좁거든.
그러니 구조가 다르게 나오기가 사실 좀 어려워.
그러다 보면 혼자 오는 경우에는 낯선 이들과 나란히 앉아 찹찹거려야 하니까 좀 민망하지.

물론 좋은 점도 있어.
내 작업 동선이 간편해지고 많이 안 움직여도 괜찮지.
게다가 손님이 나를 중심으로 있으니 응대하기도 좋고,

구조상 술 취한 손님이 진상 부리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해.
지금처럼 전작에서 계면쩍어진 사람들은 의도치 않게 이곳에 와서 비좁게 붙어 있다 보면 화해가 되기도 하고.

우리나라 식당들은 좀 과다할 정도로 큰 곳이 많지.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쾌적하고 종업원 동선도 좋고.

하지만 나처럼 1인 자영업 식당에서는 꽤나 불편하거든.

또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는 게 정서적으로 좋다는 게 내 궤변이야.


남자 손님이 입을 열었어.

-가정식 백반 말곤 메뉴가 없나요?
- 네, 원하신 음식 중 제가 가능한 음식이 있으면 해 드립니다. 만화 심야식당처럼 요.
- 네?

남녀 손님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서로를 마주 바라봤어.
그리곤 거의 동시에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표정이 허물어졌지.
그래, 이게 바로 우리 식당의 장점이랄까.
남자 손님의 눈이 잠시 교활하게 빛나는 게 보였어.
이건 좀 언짢은 징조 야.
보통 이런 손님은 일부러 여기서 하기 좀 복잡하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요리를 주문하거든.
일부러 나를 놀리려는 심보 이곤 하지.
안된다고 답하면 대체로 이래.
아, 뭐 그럼 대개 안 되는 거구 만요. 이게 뭐 심야식당 영화랑은 좀 다르네.

뭐든 다 되는 건 아니네요.

그렇게 말을 하지 말든지.


이런 식으로 내 속을 긁으려고 하지만 택도 없지.
싫음 나가면 그만 이니까.

그런 진상 손님에게 내가 해줄 말은 정해져 있어.

꺼져.


손님이 교활한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어.


- 짜장면이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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