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식당 7
여자 손님이 남자 손님의 옆구리를 툭 미는 게 보였어.
남친 인지 남편인지는 모르지만,
굳이 가정식 백반 전문이라 쓰여 있는 집에 와서 짜장면을 찾는 남친의 심보에 당황한 거겠지.
그러면서도 여자의 얼굴에 뭔가 흥미진진하단 표정이 어린 걸 보았어.
그래, 공동의 적이 생기면 다투던 이 들도 뭉치는 법이지.
그런데 뭐 그게 어려운 거라고.
물론 중국집처럼 할 재주는 없지만, 여긴 밝혔듯 ‘가정식’이라고.
집에서 만드는 짜장면이 궁금하다고?
그게 뭐 어려워.
싱크대 위에 걸려있는 중화 팬을 꺼냈어. *웍이라고 부르는 우묵한 프라이팬.
이건 뭐든 볶거나 할 때 겉으로 내용물이 튀어나가는 걸 막기 좋아서 자주 쓰거든.
거기에 식용유를 넉넉히 붓고 춘장을 볶지.
볶는 다기보다는 튀긴다는 표현이 맞을 거야.
불은 중불로 해야지 안 그러면 춘장이 타거든.
춘장이 몽골몽골 올라오면 춘장이 튀겨지기 시작한 거야.
그때부터는 좀 약불로 줄여서 춘장을 휘저어주지.
그러면 시카만 된장 같던 춘장이 윤기가 돌기 시작해.
이제 기본 춘장은 준비가 된 거야.
춘장을 건져서 기름기를 쪽 빼주는 건 서비스야.
이제 냉장고에 남겨진 못쓸 야채와 오래된 돼지고기 찌꺼기 같은 것 들을 남은 기름에 팍팍 볶아줘.
되지도 않는 걸 주문했으니 나도 이참에 남은 식재료들 좀 소진하는 거지.
오래되었는지 어쨌는지 알게 뭐야.
어차피 볶이고 시커멓게 변할 텐데.
그래도 순서는 있어.
돼지고기와 대파를 깍둑썰기해서 볶아주다가 당근 양파 감자 뭐든 있는 야채들 그냥 볶아 볶아.
가끔 변질 직전의 칵테일 새우나 오징어가 있으면 그걸 넣고 삼선 짜장이라고 사기도 치곤 하지.
색이 변해가는 양배추가 있을 때는 아삭하게 함께 볶아 면과 따로 내놓으면서 간짜장이라고 우겨.
재료들이 익는 게 보이면 녹말가루를 물에 넣고 휘저어서 녹말물을 만들어.
익은 재료들과 함께 건져 놓았던 짜장을 섞고 지글지글 끓여줘.
물론 다 중불 이어야 해. 어느 정도 섞였을 때 녹말물을 부어주면 소스는 끝이야.
중국집 짜장처럼 뭔가 좀 진득해 보이는 소스가 완성되지.
아, 여기에 설탕을 좀 넣어야 해.
안 그러면 짜기만 하고 단맛이 덜하거든.
중국음식 하면 단짠단짠 아니겠어?
그렇게 하는 동안 진공 비닐봉지에 들은 우동 면을 끓는 물에 삶아 주는 거지.
우동은 일찌감치 찬물에 담가 뒀어.
그래야 면도 잘 풀리거니와 면 보존을 위해 들어있는 식초 냄새와 기름기가 좀 빠지니까.
삶긴 우동 면을 건져서 그 위에 짜장을 붓고 오이채 조금 과 통조림 완두콩 서너 꼬집 올려주면 끝.
아, 삶아두고 버려야 하나 싶던 완숙 계란이 있었지.
그것도 반쪽 내서 올려주지 뭐.
아니면 짜장 볶아 거른 기름이 아까우니 그 기름에 계란 하나 풀어서 프라이로 튀겨줘도 좋고.
여기서,
계란 프라이가 쉬운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
코팅이 된 팬에서 구운 프라이와 그냥 쇠로 만든 팬에서 구운 프라이는 맛이 다르거든.
앞서 말한 '마이야르' 반응 때문이야.
코팅 팬은 재료는 달라붙지 않지만 표면의 코팅 때문에 아무래도 재료 표면에 열전달이 작아.
강철 팬은 재료에 바로 열전달이 되므로 표면은 바짝 구워지고 속은 촉촉하지.
말없이 뚝딱 짜장면을 만들어서 내주자 주문했던 사내 얼굴에 약간 실망이 어렸어.
안되면 시비 걸으려 한 것 같은데.
그렇지만 본인이 주문한 것이니 뭐라 할 수 없는 거지.
두 남녀는 나란히 앉아 짜장면을 후루룩 먹기 시작했어.
몇 입 먹고 남자가 입을 열었어.
- 근데 이거 중국집 짜장면 하곤 좀 다르네요.
나는 말없이 벽에 붙은 ‘가정식’이라는 글자를 가리켰어.
사내가 뭐라 입을 열려고 하자 곁에 있는 여자가 남자의 옆구리를 꼬집는 게 보였지.
잠자코 있던 여자가 입을 열었어.
- 중국집 짜장면 하곤 다르긴 한데, 집에서 한 것 같은 맛이 나네요.
고소하고 달착지근해요. 감사합니다.
나는 씩 웃으며 뒷정리를 했어.
감사하긴, 내가 감사하지.
오늘 밤 지나면 버려질 채소들과 돼지고기 찌꺼기를 다 처분했는데 뭐.
어느 정도 숙성이 된 상태 일거니 맛이 있었겠지.
뭐 집에서도 그렇게 처분하잖아.
불필요한 음식물 쓰레기 줄이고 얼마나 좋아.
계속
* 중국 냄비 (wok) 원뿔 모양의 커다란 튀김팬. 둥근 바닥 중앙에 식재료를 모아 강한 열로 조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