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운, 첫 책 출간 도전을 기념하며

글쓴이 정지운, 오스트리아 구석구석을 다니며 발견한 보물들

by 가을 밤나무 꽃

[정지운, 첫 책 출간 도전을 기념하며]

글쓴이 정지운, 오스트리아 구석구석을 다니며 발견한 보물들




"이럴 수가..."

지운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나 도무지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무엇을 놓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


그는 여러 번 후회섞인 말을 되뇌이며 기억을 되짚었다.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지운은 머리를 감싸쥔 손을 내리고 현관쪽으로 향했다.


"나 해준이야."


힘없이 문을 여는 지운의 눈 앞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해준이가 서있었다. 해준은 한 발자국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는 지운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지운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된 것이, 금방이라도 울음이 왈칵 쏟아질 것아 보였다.





지운과 해준은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 만나 절친한 사이로 지내왔다.


첼로를 전공한 지운과 달리 해준은 피아노를 전공했다.

둘은 빈에서 교내 오케스트라를 구성할 때 참여해 만나게 됐고, 종종 함께 연습하곤 했다.


어릴 적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오스트리아에 거주한 적 있는 해준은 독일어가 능통했고, 지운이 일부 단어의 발음을 잘못하면 곧잘 바로잡아 주곤 했다.


빈에 주말이 찾아오면 둘은 함께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고,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인 친구들 무리와 함께 잘츠부르크로 여행을 가거나, 근교로 온천을 방문하기도 했다.


흐르는 적막을 깨고 해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운이 네가 보고 경험한걸 직접 써내려간 글인데.. 대체 네 글이 어떻게 무단으로 도용될 수가 있지?"


지운은 말이 없었다. 해준은 다시 이야기했다.


"오스트리아 와인과 온천 이야기는 특히나 너만의 경험과 특색이 가득한 글이었는데. 저작권 침해 신고는 이미 접수했지?"


지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지운은 지난 2년간 꾸준히 오스트리아의 생활을 담은 글을 개인 블로그에 게재해왔다.


어느 덧 글이 꽤 많아졌고, 주변의 권유와 함께 5개월 전부터 책 출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글을 묶어 밤낮으로 편집을 했고 책 한권 분량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책 출간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네 글이 다른 작가의 책에 도용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의심이 가는 책은 제작년 베스트셀러 상을 수여받은 신인 작가가 올해 새로 낸 책이었다.


유럽 여행과 관련된 책에는 군데군데 지운이 작성한 글의 어투나 문장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지운은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해당 출판사로 전화를 걸었지만, 지운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만 되돌아왔다.


지운은 그 즉시 블로그 저작권 침해 신고를 했다. 그리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경찰서를 방문해서 필요한 절차를 밟았다.


1주일쯤 지났을까, 블로그 운영국에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정지운씨? 오렌지 블로그 운영국입니다.”


마침 해준과 함께있던 지운은 바짝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입을 열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네 지운씨, 좋은 소식이 있어 전화 드렸어요.”


지운과 해준은 조용히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저희가 해당 출판사와 이야기한 결과 지운씨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신 날짜가 해당 작가분이 출판사로 글을 써서 보내온 날짜보다 훨씬 더 이전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잘 됐어요.”


지운이 밝은 목소리로 통화를하다 이내 핸드폰을 내려놓자, 해준은 기쁨에 소리를 질렀다.


몇 분이 지나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해준은 지운을 향해 얼른 받아보라는 눈치를 주었다. 지운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정지운씨 핸드폰이 맞을까요?... 저는 오준영이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제가 정지운인데요. 혹시 누구시죠?”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3초간 정적이 흘렀다.


“... ... . 저, 제가 '숨겨진 보석, 동유럽 유랑기'를 출판한 오준영 작가입니다.”


“아... ... .”


지운은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해준은 핸드폰에 귀를 갖다대고는 숨죽였다.


오준영, 그는 바로 지운의 글을 일부 도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가였다.


작가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책 발간을 중지했으며, 현재 책에서 모두 해당 문구를 제외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또, ‘글이 너무 좋아서 몇 군데만 조금씩 참고해서 넣는다는 것이 꽤 많아져 버린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진심어린 사과를 전해왔다.


해준과 지운은 서로를 번갈아보며 쳐다보았다. 지운은 다시 입을 열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 사실 많이 놀란것은 사실이지만, 문구를 삭제 해주시면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지운은 호흡을 한번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책 발간을 앞두고 있어서 동일한 문장이 쓰여진 부분이 굉장히 민감해서요.. 문구는 꼭 삭제 부탁 드리겠습니다. 용기 내 전화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오준영 작가의 진심어린 사과와 부탁에 지운은 해준과 의논하여 경찰서에 선처를 부탁하기로 했다.


얼마 뒤, 해당 책에서 모든 문구가 삭제되어 다시 발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운은 이제서야 마음 놓고 책 출간에 열중할 수 있었다.





두달 후, '오스트리아 구석구석을 다니며 발견한 보물들' 이 출간됐다.


지운의 오스트리아 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었다.

지운의 시선으로 본 오스트리아의 문화, 사람들, 특정 지역의 정서와 추억, 그리고 음악과 음식이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지운은 책의 말머리에 아래와 같은 문구를 포함했다.


'내 오스트리아 생활은 기나긴 유학생활을 함께한 단짝이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 책에는 내가 그와 함께했던 경험들이 담겨 있으며, 나의 단짝이 했던 말들이 언급돼있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내가 이 책을 발간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어느 작가분께도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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