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별일이 없었듯 강아지는 집에서 잘 자고 강아지 물그릇은 얼어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미지근한 물 한 모금을 마신다. 처음에는 매력이 없었다. 특히 여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는 시원하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아 맹숭거리는 맛이 물맛은 별로라고 느꼈다. 차라리 첨가식품을 더 타서 마시든지 해야 목구멍을 넘길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요즘 몇 달째 꾸준히 하다 보니 미지근한 물의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목도 부드럽게 넘어가고 쪼르르 흘려내려가면서 몸에 퍼질 때는 개운함도 느껴졌다. 자극적이고 강한 것에 길들여진 상태에서 미지근한 물을 먹는 일은 약간의 고뇌였다. 시간이 지나고 꾸준함을 가지니까 미지근한 물은 힘을 발휘했다. 내 몸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세포들을 격려하고 내 머릿속으로 돌아와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느낌이었다. 꾸준하게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오늘내일의 조바심을 가져서는 안 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시간에 길들여질 때 나는 변화됨을 느꼈다. 여기서 나만의 비법은 많은 불편함은 내가 포기하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만 필요하다. 그래야 달라지는 모습에 발전적인 추진력이 생긴다. 어쨌든 요즘은 자동이다. 미지근한 물 마시기가 나의 아침을 시작하게 한다. 나는 정수기가 없다. 그래서 어제 끓인 보릿물과 커피포트의 뜨거운 물을 섞어서 중탕을 한다. 이 또한 번거롭지 않고 시간 속에 녹아들었다.
관점이 바뀌고 있다. 어떤 변화를 가질까? 어떤 불편함을 감수해 볼까? 긍정적으로 길들여져 볼까? 시간이 꽤 흘러야 가치 있겠지! 이런 생각들을 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이 중요하고 오늘을 발판으로 한 내일 아침이 궁금하다. 어제의 후회와 집착은 곧잘 잊어버린다. 심지어 화냈던 일도 금세 잊어버리고 웃곤 한다. 그런데 이 모습이 싫지는 않다. 자연스레 흘러가는 물길 같았다. 그래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내 마음공부에서는 "그래 잘 놓았어" 이렇게 격려된다.
미지근한 물 한 컵이 나에게 가르쳐준 변화는 내 삶에 꾸준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했다. 오늘 나의 미션은 체중 지키기! 주말과 어제는 부지런히 먹어서 오늘은 음식에 대한 적당한 거리를 둬야겠다. 가끔은 흔치 않은 날들도 만들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