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9일 +2

잠은 그날의 끝이 아니라, 다음 날의 시작

by 백당나귀

나를 재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갱년기 시즌인 나에게 요즘 방법은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피곤하게 하여 실신상태로 재우는 방법이다. 그래야 깊은 수면과 코어수면들이 균형이 잡힌다. 몸을 많이 움직이면 머릿속도 비워져 맑아지고 단순해진다. 그러다 보니, 내 호흡의 길이도 길어지는듯하다.


잠잘 때 반듯하게 누워 "그래 또 시작의 날이 오는 거야! 그러니까 잘 충전해 보자!" 이런 되뇜을 하고 잔다. 물론 그날 있었던 일, 걱정, 후회, 내일 해야 할 일들도 스쳐간다. 게다가 이 와중에 잠이 올까? 하는 상황의 일도 있다. 그렇다고 까만 밤에 내가 어찌할 수 없지 않은가?, 내 생각이 다 옳은 건 아니잖아?, 돌아가도 서울은 갈 수 있지! 하며 배짱 좋은 여유가 생긴다. 회피형일 수도 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은 현실인데 굳이 나를 프라이팬 콩처럼 볶아댈 필요는 없다.

그래서 밤이 오면 잘 수 있다는 게 좋다. 일단 와글와글했던 하루를 끝내고 자면서부터는 새로운 날이 시작되니까. 내일은 나아지겠지 하며 시간에 툭 맡겨버린다.

나와 같이 이불을 덮는 사람은 힘들 수도 있다. 상대는 화나고, 걱정 많은데 사고를 쳐놓고 저렇게 달게 잘까? 생각이 없는 생물체인가? 할 것이다. 실제 그런 말을 종종 듣는다.

이 말을 들어주는 동안 나는 미소 짓는다.

"그랬구나! 피곤해서 어떻게, 오늘은 다른 방법이 생길지 몰라" 못잔사람보 다는 여유 있는 말을 한다. 내 성격이 낙관적이기보다는 잠이 이런 선물을 해준 것이다.

가끔 설치거나 사이사이 걱정거리가 스치기고 한다. 그럼 이 일은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니 신중하자, 혹은 배려를 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마무리 짓는다. 연습을 하다 보면 진짜가 된다.


생각을 오래 쥐고 있지 않는다.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생각이 노력한다고 없어지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맞다. 생각은 할수록 깊어진다. 그래서 생각이 집착으로 되기 전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옅어지고, 지금 내 몸이 힘든 게 우선으로 와닿아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우이씨, 이건 언제 끝나, 힘들어 죽겠네" 이런 식이다. 이렇게 욱하는 '욕' 하다 보면 생각했던 문제의 본질이 선명이 보인다. 게다가 숙면의 비법이 되기도 한다.


잠에서 깰 때 느낌은 꽤 도전적이다. 후딱 일어나야 그다음 일들을 할 수 있다. 꾸무적거리면 미뤄지거나, 건성이 돼서 나만의 아침이 아쉽다.

잠을 자려고 할 때 나는 나를 보호해 준다. 잘했든 못했든 관계없이 나를 격려해 준다. 하루를 잘 살아냈으니 그 자체만으로 훌륭하다. 잠잘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고맙고 잘 수 있게 돼서 좋다. 그래서 오늘도 괜찮은 아침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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