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봤다.
앞니 두 개가 빠진 나는 여전히 웃고 있다.
웃는 일 밖에 할 수 없어서 웃었다.
임플란트 2개를 기다리고 있어서 잇몸뼈가 오케이 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그 시간이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익숙할만한데 그래도 웃기다.
이 3개월 동안 남편이랑 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
원래 말발이 약해서 누구와 싸움이 안 되는 약진인 데가 발음도 새어나가니 말로는 싸움이 되질 않는다.
누구를 이겨먹으려는 마음도 없어서 건수도 없는 편이다.
그래도 이견이나, 감정이 상하는 부분은 말한다.
그럴 때는 진지하다.
이걸 싸움이라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그 조차 되지 않는다.
한참 진지하게 내 의견을 말하면
남편은 빤히 보고 있다가 웃어 버린다.
"참 잘도 쫑알거린다. 이빨하고 말해줘"
진지한 말을 하는데 이빨이야가 나오지? 의아하다.
하지만 상상해 보면
진지한 표정에 코미디상황극처럼 게다가 앞니는 발음이 새어나가니,
듣다 보면 이게 진지하게 들을만한 이야기인가 의심스러울 수 있겠다 싶다.
다시 거울을 본다.
"음 웃기긴 하군!" 나도 웃어버린다
남편이 나를 상대하기 싫거나 귀찮아서가 아니라,
상대의 대화상황이 싸움기술을 삭혀버린 것 같았다.
첫 이야기 물고는
"요즘 저수지 러닝을 하는 철새가 많아!"
남편은 표정이 바뀌며
"저수지에 무슨 텃새가 많아?"
나는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진짜라니까 철새 종류도 여러 가지야!"
남편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빤히 쳐다본다.
"저수지 근처에 사람도 안 사는데 왜 텃새가 가지가지냐고?
그제야 알아듣는다.
"텃새? 아니 철새? 나르는 철새!"
나는 버럭 했다.
"저수지에 텃새라며, 따라 해 봐, 철새"
"그래 텃새"
나는 철새지만 남편의 귀에는 텃세로 들렸다.
그리고는 나의 박장대소가 터졌다.
재밌었다.
남편은 웃기십니까? 반문했지만, 나는 웃겼다.
철새가 텃새가 되는 순간 이기려 했던 내 마음은 녹았다.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해서
남편말에 내 말을 자꾸 집어넣으려 했는데
처음부터 싸움의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
나의 의도와 주어진 결과가 다른 값이 될 때 버럭한다.
결과는 주변의 사소한 변수로 바뀌고, 상대의 경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말하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오류는 올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철새가 텃새가 되는 순간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 사소한 오해로 나를 이기려 한다면
나 또한 지지 않으려 하는 상황이 생기면
심호흡을 하고 일단
조용히 들어보자.
그 나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늘 미션은 경청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