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온기
오전, 급히 구청에 갈 일이 생겨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뙤약볕에 곡식이 익는 게 아니라, 아스팔트 위 사람들부터 익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오전이라 기온은 33~34도 언저리.
볼일은 4층에서 끝났고, 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그 옆엔 다소 묘한 분위기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냥 계단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에이, 그냥 타자’ 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말을 걸었다.
“제 옷 이상하죠? 헤헤, 원피스요. 남자가 원피스… 여자 옷인데, 헤헤.”
얼굴이 까맣게 탄 그는 안경을 썼고, 말을 할 때 드러난 치아는 딱 하나뿐이었다.
그 남자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옷차림을 살펴보게 됐다. 음… 원피스를 입긴 했지만,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남자가 원피스 입어도 괜찮아요. 이상하지 않아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남자들도 원피스 같은 옷을 입어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몹시 만족한 듯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그는 더욱 크게 “하하하!” 웃었다.
구청 1층이 울릴 만큼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웃음은 구청 문을 나설 때까지 계속되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내 한마디가 그의 하루를 조금 밝혀주었다는 걸.
그렇게 한마디 해주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우리는 그걸 자주 잊고 사는 걸까.
말의 온기를 너무 쉽게 지나쳐버린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