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옳음
아침에 일어나서 사전투표를 하러 갔다.
평일이고 오전이라 한가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투표하러 오셨다. 투표하는 곳은 3층이었는데 한 할아버지가 투표를 마치고 내려가면서
"아니, 무슨 투표 장소를 3층에서 해! 1층에 기계 놓고 하면 되지!"
하면서 투덜거렸다. 이 말이 끝나기게 무섭게, 투표를 하러 올라가던 젊은 남자가
"안 돼요. 할아버지."
하면서 할아버지 말에 단호하게 응수했다.
그랬더니, 질 수 없었던 할아버지 왈
"안되긴 왜 안돼!"
했더니 바로 이어지는 젊은 남자의 단호한 말
"안 돼요."
이에 할아버지가 다시
"왜 안돼?!"
젊은 남자 왈
"안 돼요, 할아버지."
단호한 이 말을 끝으로 할아버지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아서 젊은 남자가 이긴 것으로 보이는 이 언쟁에 나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두 사람의 각자 상황에서 보자면 조금씩 이해가 된다. 할아버지는 힘든지 계단 중간중간 힘겹게 오르락내리락했고, 또 젊은 남자는 기계로 하면 조작 가능한 부정 선거가 될 수 있으니 단호하게 대응했던 거겠지. 어쩌면 우리 모두,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말하다가 언젠가는 상대의 침묵이나 단호함 앞에 잠시 멈춰 서게 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