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거두는 농부의 마음
조심(操心)이라는 말에서
‘조’는 ‘잡을 조’이고, ‘심’은 ‘마음 심’이다.
그러니 '조심'은 마음을 다잡는 일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땅을 파듯 이런 말의 의미를 캐보면
이전에 알지 못하던 뜻을 발견하게 된다.
‘잡을 조’를 파자(破字)하여 보면
손으로 나무의 열매를 따는 모습이다.
그러니 '조심'은 열매를 거두는 농부의 손길인 것이다.
농부는 한 해 키운 열매를 따면서
처음 씨를 뿌리던 때를 떠올리기도 하고
열매를 살피며 흘렸던 땀을 생각했을 것이다.
탈없이 열매를 거두면 가족을 먹이고,
남은 것은 이웃과도 나누었던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가장 꼭대기 한 두 개는
까치들에게도 베풀어 주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농부는 열매 하나, 하나, 하나
조심스럽게 가꾸고 거두고 베풀었다.
그런 마음이 '조심'이라는 말바구니에 담긴 것이다.
뻔한 말 같지만,
논밭에 농사를 짓거나 글을 짓거나
하나의 열매를 따거나 글을 발행하거나
별로 다르지 않은 마음이다.
잘 짓고 잘 먹고 또한 잘 나누는 건 매 한 가지다.
아니다.
오히려 글 짓는 마음이 훨씬 더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런 마음이이야말로
글 쓰는 이가 가져야 할, 감당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