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물들다 19화

아내는 기억할까?

그냥 한번 웃어보자고 쓴 시.

by 양심냉장고

신혼 초였던 것 같다.

'사이코패스 테스트'가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떤 상황을 가정하고는 빠른 답을 요구하는 식이었다.


어느 날 아내는,

재미 삼아 나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나의 대답이 하나 둘 사이코 패스의 답과 일치했는가 보다.

서서히 소름 돋는 표정을 지으며 놀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아내의 표정을 보는 나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뭐지?

나야 뭐,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고 말한 것인데,

이후 아내는, '에이 엉터리'하고 말하며 그만두었지만,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서 한동안 의심의 눈을 지우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아내의 관찰 대상이자 요주의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억울했다.

하지만 일단은,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나도 나 자신을 진지하게 의심해 보기로 했다.


진짜 내가 사이코 패스는 아닌가?

어쩌면 내 안에, 내가 알지 못하는 내가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 그 순간만큼은 진짜 내가 사이코패스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의 마음을

몇 개의 질문으로 일반화하는 것 자체가 엉터리였겠지만,

이후에도 가끔 그때 생각을 하면,

내가 진짜 사이코패스는 아닌지,

성찰하며 사는 기회는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내는 그때의 일을 기억할까?

아마도 내가, 진짜 사이코 패스처럼 살았다면

아내는 매일같이 그때 일을 돌아보며 몸서리쳤을지 모른다.


오늘 생각난 김에 아내에게 넌지시 물어봐야겠다.

여보, 나 그렇게 나쁜놈 같지는 않은데.....,

그렇지 않나?


다행히, 방금 돌아온 아내에게 물어보았더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내는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림 속 새는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일까?


화조도 (sohu.com)





















keyword
월, 일 연재
이전 18화자본주의 사용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