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을 이해하려면 교육과정을 살펴야 한다.
2022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고,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통합수능이 적용되기에 대입전형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입전형은 교과와 학종, 논술과 수능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면 이에 부합하는 대입전형은 학종뿐이다. 학생들의 진로가 달라 학습 내용과 교과목이 개별화되는 상황에서, 내신과 수능으로 한줄을 세우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학종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여전하다. 고교학점제 운영도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들린다. 덩달아 이렇게 복잡할 바에는 차라리 다시 대입제도를 수능으로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많다.
그렇다면 과연 학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함께 학종의 전망을 알아보자.
교육과정은 ‘미래학’으로 만든다.
『미래사회 대비 핵심역량 함양을 위한 국가교육과정 구상』 (이근호 외, 진한 M&B. 2017.)’을 보면, 한 국가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교육과정의 설계는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백년지대계로 매우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는 사회(S), 기술(T), 경제(E), 환경(E), 정치(P) 영역별로 최고의 전문가를 초빙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STEEP'의 분야별 전문가들은 협의와 심층면담, 델파이 기법(Delphi Method)등으로 미래를 예측하면서 교육과정을 구상한다. 참고로 델파이 기법(Delphi Method)은 각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모아 미래 예측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STEEP의 분야별 전문가들은 2년 이상을 준비하여 ‘2015 개정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2015 교육과정이 나오자 마자 인공지능 열풍이 불었고, 교육부는 곧바로 ‘2022 개정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하는 미래를 이해하려면 교육과정을 면밀히 보면 된다.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의 방향은 물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알려준다. 대학과 기업이 어떤 인재를 요구하는지 알게 하는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는 이미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핵심역량을 모두 제시하고 있다. 문•이과 통합 교육은 물론 수행평가 확대와 같은 내용도 있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눈여겨 볼 것은, 기존의 6개 핵심역량에 더해 디지털·AI 활용 역량 강화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했다. 평가방식에서는 학습량을 더 줄인다는 것과 함께 평가방식의 변화를 말했는데 이러한 결과로 나온 것이, 내신 5등급제와 통합형 수능의 도입으로 보면 될 것이다.
사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도 이러한 교육과정을 잘 안 보는데, 하물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교육과정은 교육의 방향과 평가방식을 예고하는 것이다. 마치 시험을 앞두고 시험범위와 문제유형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 나아가 대학이 어떻게 학생을 선발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 각 대학들이 설계하는 대입전형도, 먼저는 교육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분명한 것은 급변하는 사회가 있고, 변화에 대응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기업이 있으며, 기업에 학생을 취업시켜야 하는 대학이 있다. 급변한다는 개념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을 못할 때가 많지만, 생각보다 빨리 세상이 달라지는 건 분명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 : STEEP
학교에서 진학실 업무를 담당할 때, 미래학을 배운 적이 있다. 진학실 업무를 맡으면 그해 대입제도를 분석하는 게 상책일 것 같으나, 나는 그보다 먼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STEEP'에 기반한 것이다. ‘STEEP'은 사회(Society), 과학기술(Technology and Science), 경제( Economy), 환경(Environment), 정치(Politics)의 앞 글자를 따온 것으로, 미래 예측을 위해서는 최소한 5가지 분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교육과정을 구상할 때도 이 STEEP에 기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방식은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진학 프로그램이나 대입 지도 방향에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2026 이후의 대입을 지도한다고 해보자. 이후 입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STEEP'에 기반해서 분석해 보자.
① 사회(Society)의 변화 - 학령인구 감소
사회 변화의 관점에서 교육과 관련된 이슈는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이다. 대학에서는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 상황이 가져올 입시의 변화는 무엇일까?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말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대학들이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말이다. 이런 분위기는 오래 전부터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아래 표는 2023년에 태어난 출생아 수이다. 이 아이들이 고 3이 되는 2040년 이후에는 수도권 대학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할 거라는 말이 돌고 있다. 대학은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수도권 대학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 준비를 천천히 해도 되는 것인가? 아니다. 대학들은 이미 학생 선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며, 이미 입학한 학생들이 중도 탈락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② 과학기술(Technology and Science)의 변화와 인문학
과학 기술의 영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다. 2016년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은 이러한 변화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조금은 과장된 기사들이 넘쳐나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삶에 바짝 다가와 있다는 것이었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컴퓨터공학, 인공지능학, 데이터사이언스와 같은 학과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또는 이런 것들과 융합하는 다양한 학문과 학과들이 추가로 신설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첨단 학과들에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의학계열로 인재들이 다 몰리고 있어 우려가 많다.
하지만, 관련 기업과 대학은 서로 협약을 맺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모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첨단 학과들은 대부분 학생이 가진 잠재역량을 평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여기에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기초 학문에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을 대비하는 방법으로, 수학과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는것 이상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다양한 지식을 두루 겸비한 통섭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 빅데이터 시대에 여러 정보를 취합해 올바른 의견을 도출하려면 필연적으로 인간과 역사, 문화, 사회 등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재를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10년 후 4차 산업혁명의 미래, P.288)
문과에 가면 취업을 못한다는 ‘문송하다’는 말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오히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역량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 다시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
③ 경제( Economy) 변화
솔직히 경제와 관련된 내용은 어렵다. 필자는 경제학을 다룰 정도의 전문성은 없다. 다만 여기서는 대학도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이라는 관점에서만 간단히 분석하고자 한다. 대학도 이윤을 남겨야 하는 기업이라는 소리가 달갑지는 않겠지만, 솔직히 최근 대학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걸고 졸업장 장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은 최대한 많은 입학생을 받아들여, 4년 동안 학교에 다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남는 장사다.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은 2009년부터 시작되어 2025년까지 약 16년간 지속되고 있다. 강제가 아닌 권고라고 하지만, 따르지 않으면 각종 정책지원금은 물건너 간다. 따라서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정책 지원금도 어느 정도는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최근 일부 대학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대학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일부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신입생을 최대한 모집하고 중도 탈락생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1년에 학생 1명이 대학에 납부하는 등록금을 단순하게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00명만 중도 탈락을 해도 10억의 손실이 발생한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손실이다.
그래서 모든 대학들은 한 해의 대입전형이 끝나면, 그 해의 대입전형을 철저히 분석한다. 그리고 보완할 것을 논의하고 다음 해의 대입전형에 활용한다. 경쟁률이 작년에 비해 낮아졌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작년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교활동을 잘 하는지, 어떤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중도탈락률이 높은지 추적 조사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해의 대입전형에 반영한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별로 다르지 않을 듯하다.
고등학교에서 대입전략을 짤 때는 대학들의 이러한 방향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각 대학들마다 원하는 인재상과 대입전형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무조건 공부만 잘 하는 아이들을 원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다. 대학들은 공부를 잘 하는 아이보다 자기 학교와 학과를 사랑하는 학생을 더 선호한다.
④ 환경(Environment) 변화
환경 문제는 2017년만 해도 교육 분야에서는 많은 변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2022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에서는 총론부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환경 및 지속가능 발전교육을 범교과 학습 주제로 지정하여, 모든 교과에서 환경 문제를 다루도록 한 것이다. 과학 교과의 융합 선택 과목으로는 ‘기후변화와 환경생태’라는 교과목이 신설되기도 했다.
최근 기업들은 ESG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며,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평가지표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은 이러한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여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최근 TV 광고를 눈여겨 보면, 상품의 홍보 이상으로 친환경적인 기업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에서도 기후나 생태관련 환경공학과나 신재생 에너지관련 학과들이 이전보다 인기가 높아지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학과들의 이름도 '환경'이라는 말을 넣어 바꾸고 있다. 지구환경과학과, 건설환경공학과 토목환경공학과와 같은 변화가 대표적이다. 옛날에 학과 이름에 '정보'라는 말을 넣어야 인기가 올라가듯이 지금은 학과 이름에 '환경'이라는 말을 붙이는 곳이 많이 늘었다.
⑤ 정치(Politics) 상황의 변화
미래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정치영역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도 정치 영역에서 여론에 따라 움직이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책이 뒤틀릴 수 있다.
2015개정교육과정이 나오고,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사회를 휩쓸 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교육도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난리였다. 늦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처럼 창의융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육은 그 방향성을 잃고 여전히 헤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조국 사태'로 인해 학종 전형은 불공정의 대명사인 것처럼 인식되었고, 내신과 수능 중심의 공부가 가장 공정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래서 여론에 밀린 문재인 정부는 서울 지역 16개 대학들이 정시에서 40% 선발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재수생이 폭증했고, 사교육비는 엄청나게 늘었다. 윤석열 정부는 한술 더 떠, 의대 정원 2,000명을 무리하게 밀어부쳐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싹이 트던 진로교육과 학종 준비는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냥 내신과 수능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더 늘었다.
학교 현장에서 올해부터 실시되는 '고교학점제'도 길을 잃고 헤맬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부담없이 진로를 탐색하려면 내신과 수능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5등급제라도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학생들은 일단 내신 받기 유리한 과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러니 진로교육과 창의성교육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미래학 관점에서 본 학종
지금까지 STEEP에 기반해서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을 진단해 보았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2026학년도 이후 입시는 어떻게 변화될 것이며,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나는 학종 예찬론자이다. 학종이 공정해서가 아니라, 재학생들이 학종을 준비하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공정성 여부는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공정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학교는 학종을 열심히 준비시켜 주는 학교도 있지만 많은 학교는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학종을 준비하면 대학 가기 유리하다는 말이다. 대입에 성공하려면 남들이 준비하지 않는, 못하는 것을 하면 된다. 그게 블루오션 전략이다.
사람들은 학종이 불공정하다고 폐지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학종이 점차로 힘을 잃고 폐지될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바람과는 달리 학종은 해마다 꾸준히 모집인원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 대학은 왜 학종 인원을 꾸준히 증가시키는 것일까?
첫째는 2022 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유일한 대입전형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국가는 교육과정을 통해 미래의 교육방향을 설계하고 이를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고교학점제는 자신의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는 것이다. 대학 수업과 유사하다. 이러한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대학에서 학종으로 선발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각 대학들이 학종을 확대하도록 더욱 유도할 것이다.
국립대학교인 서울대학교 2028학년도 대입전형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울대는 수시에서 100% 학종만으로 선발한다. 수능최저는 지균이나 일반 모두 폐지했다. 정시에서도 수능만으로 선발하지 않는다. 재학 중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학생부를 평가한다. 서울대가 그렇게 하면 다른 대학도 따라간다.
둘째는 대학들이 학종 전형을 가장 선호한다는 것이다. 대학도 이윤을 남기고 손실을 줄여야 하는 기업이라고 가정할 때, 대학은 학종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학과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것이다. 반면, 대학은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을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는다.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실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실력이 출중한 학생들은 1년, 2년 더 대입을 준비하는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반수나 재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학은 그렇게 학교에 적응하지 않고 중도탈락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다. 학생 하나 하나가 다 돈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성공적으로 안착만 된다면, 학생들의 성장에도 유익한 대입전형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내신 챙기랴, 수능 챙기랴, 여기에 비교과와 수행평가까지 챙겨야 하는 삼중고 사중고인지라 학생들이 무척 힘들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도 이제는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다. 한 해 태어나는 학생수가 100만에 육박하던 시대의 경쟁교육은 이제 불필요하다. 한 해에 학생수가 30만 명이 입학하는 상황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필요한 존재이다. 수능과 교과로 줄을 세우기보다는 각자가 가진 장점을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의 목표도 재설정되었다. 그래서 2022개정교육과정의 목표가 '더 나은 미래, 모두를 위한 교육'이다.
또한 인공지능이 보편화 되는 시대는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지적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힘을 요구한다. 지식과 정보는 널렸다. 스스로 찾아 활용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챗지피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과연 미래사회에 지금과 같은 학교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그래서 머지 않아 내신은 절대평가로 전환될 것이고, 수능은 자격고사화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설마 설마 하지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사교육 시장이 하나의 기간산업이 되다 보니, 갑자기 내신과 수능을 무력화 할 수 없는 많은 사연들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변화의 방향성은 정해졌다는 것이다. 이미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제로 바뀌지 않았나? 그리고 수능도 문과 중심의 통합 수능으로 바뀌지 않았나? 이 과도기가 지나면 머지 않아 내신과 수능은 절대평가 또는 자격고사화 될 것이다. 이미 교육선진국이라 자처하는 곳에서는 다 바뀌었다. 우리나라가 가장 늦었다.
결론적으로,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개정했고,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라도 대입에서 학종 전형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와 통합수능이 도입된 마당에 이전과 같은 교과 내신과 수능만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교과와 수능에도 학생이 이수한 과목과 과목별 세특이 평가요소로 중요해졌다.
대학도 학종으로 들어 온 학생들이 학교충성도가 가장 높아, 효자 노릇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개인적 측면에서도,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서는 빨리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스스로 탐색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그러한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학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인 변수가 여전하지만, 학종은 조금씩 조금씩 더 확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