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휴식처는 어디인가?

-- 일상의 알아차림

by 물푸레




때로 카페에 앉아서 글을 읽거나 쓴다.

집을 청소하고 음악을 틀어서 카페처럼 꾸며보지만

집에 있으면

냉장고는 '요리를 하라'하고 세탁기는 '빨래를 돌리라' 한다.


'여보, 드라이버는 어딨지?

'엄마, 밥! 을 외치는 나의 집은

휴식처가 아니라 일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가끔은 집을 나와 홀가분한 마음으로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쓴다.


컴터를 어깨에 메고 15분 숲길을 걸어 ㅇㅇ으로 간다.

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주인 눈치를 안 보고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으니 마음 편하다.

때로 시끄럽기도 하지만 나에게 집중하며 소음을 흘린다.


집보다 깨끗하지도 조용하지도 않은데 왜 굳이 카페에 나와서 글을 쓸까?


일상에 지쳤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나만의 휴식처가 필요하다.

나를 재충전하고 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

나의 휴식처는 어디일까?


퍼뜩 용눈이 오름이나 사려니 숲길이 떠오르지만

일상에서 쉽게 떠날 수 없다.

그럴 때

가까이 물이 있는 곳이나 창이 있는 곳으로 간다.




창문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몸은 실내에 있지만

투명한 유리를 통해서 바깥 공간을 내 것으로 즐길 수 있다.

밥을 먹을 때도 차를 마실 때도 나는 창가에 앉는다.

창밖 가로수를 바라보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본다.


그냥 무심히 바라보는 그 순간이 좋다.




겨울에는 물과 함께 새를 보러 간다.

큰 숄을 준비해서 등에 따듯하게 두르고 핫팩도 하나 붙인다.

이렇게 중무장하면 겨울에도 꽤 오랫동안 물을 바라볼 수 있다.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물가의 나무들에게 안부를 묻고 새들에게도 인사를 나눈다.

시간이 만들어내는 물의 무늬, 빛깔,

물가를 맴도는 바람들이 몸속으로 들어온다.


선물 받은 받은 나의 하루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수를 놓듯이 오늘 한 페이지를 채워 넣는다.


그 글들이 내 항아리를 채우고

이웃에게도 흘러갈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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